모퉁이나 장애물이 없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을 걷노라면 거리 감각이나 시간 감각이 종종 무뎌지곤 한다. 꽤 멀리 왔겠거니 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면 출발점에서 멀지 않은 듯하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겠거니 생각하면서 시계를 보면 시간은 저만치 흘러가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그와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 없이 무난한 삶을 살아왔던 시간은 유독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은 것이다. 몇 년 지나지 않은 듯하여 뒤를 돌아볼라치면 아득히 먼 시간을 훌쩍 지나쳐 왔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삶의 순간순간을 느껴보기 위해 일부러 힘든 삶을 자처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살면서 우리가 넘을 수 있는 작은 언덕 몇 개는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세먼지도 없는 쾌청한 하늘이었다. 근처 공원에는 삼삼오오 꽃구경을 나온 상춘객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공기가 맑은 탓인지 웃음소리는 멀리까지 퍼져간다. 그들 모두가 고민 하나 없이 행복한 사람들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터, 만개한 봄꽃과 쾌청한 날씨에 잠시 잊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테지만 삶이 그저 봄바람처럼 가벼웠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유명 연예인의 일탈 행위나 재벌 3세의 마약 혐의 등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이란 조금만 방심해도 오만해지게 마련, <대학大學>에서는 이른바 신독(愼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그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이다. 마치 악취를 싫어하고 미인을 좋아하듯 하는 것이니, 이를 스스로 만족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는 데서 삼간다." (所爲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 故君子必愼其獨也). 인생이 자기 뜻대로 술술 잘 풀려가는 시기에 스스로를 돌보고 삼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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