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다 - 세스 고딘의
세스 고딘 지음,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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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카루스 이야기>를 관심 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구루이며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세스 고딘을 알게 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카루스 이야기>의 저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세스 고딘에 대한 기억은 내게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런 까닭에 세스 고딘의 이름이 붙은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케팅이다>와 같은 뜬금없고 생뚱맞은 제목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스 고딘의 신간 <마케팅이다>를 읽으면서 나는 경제학을 전공했던 나의 오래전 기억을 억지로 소환해야만 했다. 기억마저 희미해진 해묵은 지식은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뿌리에 대한 이야기다. 꿈과 욕망 그리고 당신이 섬기고자 하는 공동체에 당신이 하는 마케팅을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문제를 다룬다. 사람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게 하고, 당신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장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끄는 문제를 다룬다." (P.11)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마케팅 책을 읽지는 않는다. 마케팅이나 경영에 관련된 책을 읽는 시기는 오히려 장사를 계획할 때 잠깐일 뿐이다. 그러므로 막상 장사를 시작하고서부터는 계획이나 전략에 의존하기보다 운이나 인맥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된다. 그러므로 장사가 잘 돼도 운이 좋은 것이요, 장사가 안 돼도 운이 나쁜 탓일 뿐이다. 자신의 마케팅 실력이나 경영 전략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내 주변에도 지금 실제로 장사를 하고 있거나 머지않은 장래에 장사를 하려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까닭에 그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마케팅 관련 서적은 실전이 아닌 이론일 뿐이다. 마치 실전 경험이 없는 공무원이 책상머리 대책을 내놓는 것처럼.

 

총 2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펀딩 프로젝트의 담당자, 연봉을 협상하는 회사원, 부서를 키우려는 팀장, 혹은 스스로 고객을 관리하는 프리랜서 등 사례별로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세하게 담아냈다. 하루 밤에 1억 100만 달러를 펀딩한 로빈 후드 재단, 1만 8000 유튜브 조회수를 갖게 된 영화 제작자 케이시 네이스탯 등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마케팅의 이론적 고찰을 꾀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부합할 수 있는 트렌디한 마케팅 방법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핵심은 당신이 진입하려는 시장, 그 시장에 존재하는 필요, 경쟁자, 기술 표준, 과거의 성공사례 및 실패사례다. 구체적일수록 좋다. 현장의 지식이 많을수록 좋다. 이야기가 생생할수록 좋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점은 당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분명하게 밝히고, 당신의 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당파적이지 않다. 즉,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실정을 기술한다." (P.210)

 

우리는 현실과 이론이 서로 부합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서로를 이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실 참여자에게 이론은 그저 책 속의 이론으로 존재할 뿐이다. 어쩌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 그와 같은 이론은 지극히 허무맹랑하거나 현실에서는 한참이나 멀어진, 그야말로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이야기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스 고딘의 통찰과 맛깔나는 입담은 그동안 우리가 지속해왔던 통념을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지식이 우리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하고 나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꿈꾸게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한다.

 

"당신이 빚은 그릇이 가마에서 깨졌다고 해서 당신이 좋은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단지 그릇이 깨졌고, 도예 수업을 받으면 실력이 나아질 것이라는 뜻일 뿐이다. 당신은 더 잘할 수 있다. 마케터로서 당신이 적절한 사람들에게 가르치거나 팔려는 더 나은 것이 당신이 매기는 가격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선기금을 모으려 한다면, 100달러나 1,000달러 또는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사람들은 그 비용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을 때만 기부할 것이다. 1,000달러에 기기를 팔려한다면, 그 기기가 1,000달러보다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들만 살 것이다. 마케팅은 세상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호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당신이 기여하고자 하는 변화를 마케팅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훔치고 잇는 것이다." (P.359)

 

우리는 종종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마케팅 기술이나 노하우가 단지 책 속의 허황된 주장이나 이야기쯤으로 인식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기존의 마케팅 관련 서적이 내가 처한 눈 앞의 현실과는 무관하다고 여겨지기도 하거니와 순간순간 변하는 현실의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론보다는 임기응변의 순발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까닭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다소 딱딱하게 읽힐 수 있는 마케팅 관련 서적이 에세이처럼 술술 읽혔던 것은 아마도 여러 사례를 통한 현실적 기술과 저자의 쉬운 설명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저자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 혹은 마케터가 자신의 진심이 통하지 않거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당신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며 단지 중요한 일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하나의 경로가 제외된다는 뜻일 뿐'이라고 위로한다. '이제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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