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거나 실망을 넘어 일말의 불안감마저 느꼈던 하루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정부에서 보였던 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치와 수시로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 시험 등 준 전시상태 속에서 살았던 그때의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나지 않았을까요? 주식투자를 하는 분들이라면 오늘 하루의 손실액이 꽤나 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협상 결렬의 소식을 감지했을 테고 말이죠.

 

개인과 개인 간에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국가와 국가를 대표하는 양 정상의 회담이고 보니 그렇게 섣불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듯싶습니다.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실망도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분단국가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습니다. 대북 제재의 해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사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지 않은 탓이겠지요.

 

삼일절 전야인 2월의 마지막 날, 오늘도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뒤덮고 시계 제로의 한반도 정세처럼 답답했던 하루가 조용히 저물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정세도, 답답하기만 한 한반도의 대기도 언제쯤이면 맑게 갤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내일은 삼일절, 고등학교 입학을 코앞에 둔 아들은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로 떠났다. 친구들과 놀다 오라고 호텔을 예약해 준 덕분에. 길고 힘든 과정을 견디기 위해서는 오늘처럼 긴장을 풀고 쉬는 날도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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