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생각하던 것들도 막상 글로 옮기려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곤 한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도 않을 뿐더러 장황하게 써놓고 보면 애초에 생각했던 내용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글을 보기 일쑤이다. 단지 생각만 할 때는 꽤나 근사했던 말들도 막상 활자로 옮기고 나면 왜 그렇게 형편없는 글로 변하게 되는지... 누군가 '수리수리 마수리 수수리 사바하, 변해라, 야잇!' 하면서 마법의 주문이라도 걸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작가가 되려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가물에 콩 나듯 아주 가끔씩은 내가 쓴 글을 남들이 읽고 난 후 '야, 잘 썼네.' 하는 감탄의 말이 터져 나온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런 사소한 바람조차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결코 녹록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게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고 내가 글을 쓸 때마다 번번이 틀어지도록 하는 건 아닐 테지만 말이다. 어이없게도 나는 본인의 재주 없음은 탓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가 보다.
암튼 이런 재주 없음이 나를 이따금 '노력'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기도 하고, 불현듯 떠오르는 문장을 노트 한 귀퉁이에 적어두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매번 익숙한 것은 아니다. 과거시험을 보러 갈 것도 아닌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라치면 쑥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내 의욕이 꺾이고 만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에 노을이 걸리고 있다. 바쁜 하루였다. 두서없이 생각을 정리하자니 갈팡질팡 생각이 제멋대로 흐른다.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 당연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