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자들의 어수룩한 보도는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불거진 손혜원 의원에 대한 투기 논란과 인신공격성 보도를 보면서 느끼는 건 그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레기, 기레기' 했던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원인을 알지 못해 시정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이유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인지 방송을 향유하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기만 하다. 참으로 한심한 작태를 그냥 두고 봐야 한다는 게 말이다.
오보의 역사를 따지자면 그 연원이 깊겠지만 나로서는 그 깊은 연원까지 캘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깝게는 세월호 보도만 하더라도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사실검증은 전혀 없었거나 무척이나 가볍게 이뤄졌을 거라는 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기자들로 하여금 오보를 일삼게 하는 방송 환경은 도대체 뭘까? 그게 꼭 장비나 인력 부족의 문제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사태를 보면 우리나라 기자들의 취재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한마디로 취재의 ABC도 모르는 사람들이 취재를 했고, 그것을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보도한 데서 이 사달이 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태가 발발한 데는 장기간에 걸친 보수정권의 집권과 무관하지 않다. 이를테면 보도통제가 이루어지던 보수정권 집권기 동안 기자들은 하나의 사건을 취재도 없이 받아쓰거나(시쳇말로 '우라까이') 제목이나 문구만 바꾼 채 기사를 내보내곤 했었다. 관행처럼 말이다.(지금도 성행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관행을 부추겼던 건 인터넷의 발달이 한몫했다. 클릭 몇 번으로 그럴듯한 기사를 써낼 수 있으니 말이다.
소위 탐사보도는 증거에 기반한 사실 확인이 생명이다. 그럼에도 오보에 가까운 기사를 보도하고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인신공격성 보도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보도 시간을 늘려 도배를 함으로써 전파를 낭비하는 등 소위 갑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건 우리나라 언론의 심각한 자격미달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손혜원 의원을 향한 후원금이 답지했겠는가.
기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내세우며 뻐기고 으스대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는 한 사람의 직업인일 뿐이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소임을 제대로 하란 얘기다. 자리에 앉아 헛발질만 하지 말고.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