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주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 생활자'로 복귀한 지인
한 분을 만났다. 제주도민이 되기로 결심했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세상을 다 얻은 듯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랬던 그가 '나는
도시인이다!'를 외치며 가족들과 함께 '짜잔' 하고 돌아왔다는 소식은 자연인을 소망하는 나에게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제주도로 떠날 때 그의 집이 팔리지 않아 세를 준 채 떠났었다는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그에게는 돌아올 집이 있었던 셈이었다. 집도 절도 없는
상태였다면 도시로 복귀한다는 게 손바닥 뒤집듯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서둘러 만났던 건 그가 도시로 복귀하게 된 데
대한 그의 거친 변명이라도 들어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그의 변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자신은 제주도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도 없이 호젓한 생활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제주도행을 결심했는데 막상 이사를 하고 보니 제주도는 서울 뺨치는 개발 붐과 함께 도시 곳곳이 파헤쳐지고, 무분별한 관광객과 이주민들로 인해
도시에 있을 때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심을 피해 외곽으로 이사를 했더니 그를 따라
도심이 옮겨진 꼴이라고 했다. 도심이 복잡해지면 경제적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시의 외곽으로 이사를 가고 가난하고 갈 곳 없는 사람들만 도심에
남는 것처럼 제주도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는 게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이 개발되면 땅값도 오르고 뭔가 큰 혜택이 올 것이라고 믿게 되지만 실은 이득을 보는 쪽은 건설회사와 세금을
걷는 지방자치단체뿐이고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멀지 않은 시기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는 사실이다. 반짝 올라갔던 건물 시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뚝 떨어지게 마련이고. 만약 돈을 벌 요량이었다면 건설 붐이 일기 전에 이사를 했다가 건설이 완공되는 시점에 바로 빠져나와야 한다.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눌러앉을 생각이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개발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로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고 제주도를 벗어났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살다 보면 그런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