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였다. 며칠째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어쩔 수 없는 외출마저 꺼려지더니 오후에는 잠시 진눈깨비가 내렸다.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사람들이 답답한 날씨만큼이나 어두운 낯빛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이런 추세라면 마스크 대신 방독면을 써야 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듯하다. 상상하기도 싫은 불길한 예감이지만 말이다.
논픽션 작가 제이 그리피스가 쓴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를 읽고 있다. 작가의 문장은 야생의 감촉을 그대로 전달하는 양 순수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나는 빙하의 얼음에 뺨을 대보고 온천수를 직접 마시며,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지 않은 전망을 보고 싶었다. 이 감정은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맹렬한 감정이었다. 나는 영혼의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삶에 부딪고 싶었다.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 손톱에 낀 딱딱한 진흙 부스러기,맨살에 내리쬐는 태양, 입술을 찢는 얼음,몸속으로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조수를 느끼고 싶었다. 완전히 잠기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전부였다."
딱히 기억나는 일도 없는데 하루가 무참히 흩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