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블로그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나는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런 매체보다는 조금 구닥다리 느낌이 들지언정 따스한 정감이 흐르는 글을 읽는 게 훨씬 더 편하고 기분이 좋다. 물론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에 비하면 괘나 까다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성스레 읽었던 글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몇 번이고 끄집어내어 되새김질하듯 곰곰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순전히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말이다.
블로그를 오래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가 입에 담지도 못할 비난이나 욕설을 담은 글을 내가 쓴 글에 댓글로 달기도 하고, 나로서는 문장의 해석조차 불가능한 댓글을 읽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 때 내가 대처하는 방법은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 못 본 척 넘기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별 이상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왜 자신의 댓글에 답을 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더러 만나게 된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논쟁이나 토론은 상대의 수준이 나와 엇비슷할 때 가능하다. 예컨대 대학생과 세 살배기 아이는 토론의 상대가 될 수도 없고 정상적인 토론이 가능하지도 않다. 댓글을 다는 상대방이 나에 비하면 세 살배기 아이처럼 지적 수준이 낮다고 깔아뭉개려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보기에 나의 지적 수준이 한참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이다. 내가 답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렇기 때문이구나, 하고 쿨하게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아무튼 괜한 오해나 시비는 없었으면 한다. 내가 쓴 글을 제발 읽어달라고 강권한 적도 없고, 댓글을 간청한 적도 없으니 얼굴도 모르는 서로가 감정을 가질 필요가 무엇이겠나.
푸근한 겨울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미세먼지로 인한 자발적인 감금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추위가 몰려오더라도 맑은 하늘을 보고 싶다. 이래저래 우울한 주말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