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선이 열이면 열 다 제각각인 것처럼 같은 대상에 대해 각자가 내리는 평가 역시 다른 듯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이럴 것이다' 생각했던 우리의 예측이 실제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일이죠. 정말이지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마주할 때만큼 당혹스러운 경우도 드물 듯합니다.
예컨대 이런 것입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저는 주변 곳곳에 책을 놓아두곤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주변을 늘어놓거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책에 빠져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정리라면 딱딱 각을 맞춰 늘 있어야 할 자리에 두어야 하고, 약속 시간을 어기는 사람을 외계인 보듯 하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렇다고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로 다른 사람을 닦달하지는 않습니다. 제 성격 상 정리가 잘 된 환경을 좋아하고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걸 선호할 뿐이죠. 이야기의 초점이 잠시 빗나가기는 했습니다만 암튼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세간의 평가에 있어서도 누군가 책읽기를 즐긴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도 긍정정으로 비칠 것이라 생각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적어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좋게 보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싫어하거나 좋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말이죠. 이를테면 학생들이 책을 읽는 경우, 대다수의 어른들이나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나 공히 좋게 생각합니다. 강력히 권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나 어른들이 하는 독서는 개인의 단순한 취미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서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시기심이나 질투로 인해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겠죠.
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계획도 많고 이루고자 하는 소망도 많겠지만 독서는 계획한다고 되는 일은 아닌 듯합니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오히려 공부도 하지 않고, 독서 역시 멀리 하는 사람일수록 신념이 강한 듯합니다. 뭐 하나에 꽂히면 그걸 죽을 때까지 믿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반면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회의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옳은가, 저게 옳은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죠. 우리의 인생이라는 게 그걸 다 증명할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