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 모임이 빈번한 요즘, 그래도 과거에 비해 하나 나아진 게 있다면 2차, 3차 자리를 옮겨가며 끝없이 이어지던 음주문화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술은 배제한 채 음악회만 관람하는 것으로 송년모임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고, 원하는 사람만 모여 산을 오르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가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부어라 마셔라 하던 무분별한 송년모임이 사라진 까닭에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아무래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술이라면 질색을 하는 나로서는 이런 문화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한 해를 조용히 되돌아보고 다가올 한 해의 계획과 새로운 다짐을 하는 데 반드시 술이 있어야만 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2018년의 출판계에서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가 '201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은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일 테지만 무엇보다 작가로서의 그의 역량이 없었더라면 그와 같은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그의 지적 소양과 안목을 독자로서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역량이 빛나면 빛날수록 이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건 인지상정, 며칠 전에 했던 그의 발언도 그런 측면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지지율 격차에 대해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지, 롤도 해야 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해'라고 하면서 20대 남성들의 처지를 위로했던 발언인데 보수 언론과 유 작가를 시기하는 측에서는 '옳다구나' 싶었던지 아무것도 아닌 발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작가는 사실 이 발언을 농담조로 한 듯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실(fact)에 가깝다. 오죽하면 고교 진학에 있어서도 남학생을 둔 학부모는 남녀공학보다는 남자고등학교를 월등히 선호할까. 교육문제는 대개 엄마들이 주관하게 마련인데 이는 곧 전적으로 엄마의 의견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남학생들은 이성 친구를 사귐에 있어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중독되는 반면 이성 교제를 하는 여학생들은 적어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 처리하는 편이다. 여학생들은 적어도 눈이 뒤집히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측면이 강하다. 더구나 롤처럼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두각을 나타내게 마련이고 어떤 분야를 잘한다는 건 중독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크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증명하는 일과 거짓을 사실이라고 꾸미는 일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당연히 전자가 어렵다.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최순실 것이라고 증명하는 일도 어려웠거니와 사실로 밝혀진 지금도 이를 믿지 않으려는 자들이 여전히 횡행하는 걸 보면 그런 측면을 여실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사실인 것을 사실임을 증명하려 한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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