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진료를 받기 위해 대학 병원 안과를 방문했었다. 눈의 상태만 확인하는 간단한 진료였다. 그러나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이 어찌나 많던지 오전을 거의 다 소진하고서야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신체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 세월의 풍파에 속절없이 스러지게 마련인데 너나 나나 가릴 것 없이 어디 한 군데 탈이라도 날라치면 무조건 병원부터 찾는 걸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안 좋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싶기도 하고,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불황의 전조를 주로 인간성 상실에서 찾고는 한다. 어떤 이론에 근거하는 건 아니다. 전체 국민 중 '저게 인간인가?' 싶은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면 그 나라는 필연적으로 불황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왜인고 하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개인이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거대한 공권력을 타깃으로 삼아봐야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화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쌓이기 십상이고, 그보다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개인을 타깃으로 삼아 화가 풀릴 때까지 별 이상한 짓거리를 다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화가 풀리는 까닭에 멀쩡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들이 꼭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돌+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타깃으로 삼는 분풀이 대상은 비록 자신과 철천지 원수를 진 건 아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 나쁘다고 하거나 그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유명세가 있는 개인을 타깃으로 삼아 마음껏 저주를 퍼붓는 것이다. 이유? 이유는 딱히 없다.
그 대상은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딱히 상관은 없다. 지금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얼마나 큰 비중으로 자리하고 있느냐만 중요하다. 그러므로 최근에 발생한 대형 사고의 희생자들은 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현시점에서 국민 대다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대상을 조롱함으로써 자신들의 개인적 화를 풀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다. 물론 자신들이 이상한 사람(돌+아이)이 아니라고 포장하고 싶은 까닭에 정치적 성향을 내세우거나 페미니즘과 같은 손쉬운 도구로 포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며 안타까워하는 마당에 그들마저 조롱이나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인간 이하의 짓이다. 대한민국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니 불황의 전조가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