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건 무턱대고 저지르고 보는, 말하자면 '무작정'이 어울리는 사람을 보면 왠지 부럽다. 직진 성향의 저돌적인 용기가 부러운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부딪혀서 어떤 일의 결과를 알고 싶어 하는 강한 호기심과 열정이 부러운 것이다. 인생에서 호기심과 열정이 사라진다면 삶은 그야말로 무기력하고 암울한 어떤 것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의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즐기겠다는 굳은 약속과 같다.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이 아주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자신의 근심을 잠시 내려놓은 채 호기심이 펼쳐 보이는 인생의 마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60, 70, 80살이 되었을 때의 자신이 궁금하지 않다면 살아야 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마냥 부정적으로만 비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지로 나이 먹는 것을 거부할 수도 없으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오늘은 소설(小雪), 눈은 날리지 않지만 어제 내린 비로 한결 맑아진 공기, 볼에 닿는 느낌은 제법 차갑지만 여린 햇살의 온기가 마냥 반갑기만 하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소설(小雪)을 소춘(小春)이라고도 했다지.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는 까닭에.
만민교회 이재록 목사의 1심 판결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는 기사.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손녀가 운전기사에게 했다는 폭언.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날들이 계속될 것 같지만 세상은 온갖 신기한 일들을 마련한 채 삶을 유지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