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오래 지속하다 보면 나처럼 숫기 없는 사람도 이래저래 이웃도 만들고, 이따금 교류도 하고, 읽었던 책에 대해 이런저런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물론 그 모든 게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온라인 상의 일이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과외의 시간을 내어야 하는 까닭에 무작정 쉽게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만 해도 그렇다. 어떤 글을 쓰든 사회상규나 미풍양속에 저해되지만 않는다면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없이 마구 토해내는 것 같지는 않다. 재주는 없지만 곰곰 생각하게도 되고, 여유가 있을라치면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고 미진한 부분은 고쳐보기도 하고, 전에 읽었던 책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자니 때로는 많은 시간을 블로그에 할애하는 날도 있게 마련이다.
사람의 일이라는 게 늘 그렇지만 우연찮게 안 좋은 일도 당하고, 때로는 기쁜 일도 있고, 딱히 특별한 일도 없는데 한없이 가라앉는 날도 있어서 블로그를 꾸준히 관리하고 유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블로그를 그만두고 싶거나 만사에 의욕이 없을 때에는 일부러라도 일을 만들곤 한다. 리뷰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물론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다. 명색이 대회에 참가하는 글이니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슬펐던 일도 조금 잊을 수 있고, 화가 나거나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마음도 다시 고를 수 있다.
얼마 전에 참가했던 리뷰대회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는데 대회를 주최했던 출판사 측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책을 보내주시겠다고 말이다.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편지와 함께 보내주신 네 권의 책!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좋은 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도서출판 '한길사',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