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점령한 도시의 한낮은 말매미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휴가지로 떠난 도시인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기라도 하려는 듯 때로는 '쏴' 하고 높아졌다가 약속이나 한 듯 일시에 잦아들곤 합니다. 그것은 마치 대숲을 건너가는 바람 소리와 닮았습니다. 고막을 때리는 듯한 소음으로 인해 짧은 여름밤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집니다. 늦도록 잠들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폭염으로 푸석하게 말라가던 대지가 흠뻑 젖어드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춤을 추는 빗줄기. 푸르게 되살아나는 나뭇잎들. 비를 피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사람들. 나는 그런 풍경을 오래도록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거짓 고백을 해서라도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어느 청춘의 간절함처럼 폭염 속에서 비에 대한 우리의 갈망은 그렇게 간절했나 봅니다.
오늘 하늘은 다시 맑았고 쏟아지는 열기로 사람들은 지쳐갑니다. 다만 태풍 종다리의 영향인지 간간이 남쪽 먼 바다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흐르는 땀을 쓸어갑니다. 일요일,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평범한 하루가 또 그렇게 흘러갑니다. 밖은 여전히 무덥고 멀리서 전해오는 반가운 기별처럼 이따금 바람이 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