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게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노회찬 의원의 사망 이후 대한애국당의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무죄석방을 외치던 극우논객으로 활동했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 두 사람은 이념면에서는 서로 대척점에 있었다고 보이지만 이미 죽고 난 다음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하기는커녕 망자를 조롱하고 마구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라고 하겠다.
우리가 어느 누군가를 비난하고 심한 경우 욕설을 퍼붓는 것은 상대방이 살아 있을 때나 하는 일이다. 인간이기에 감정이 있고, 화가 나면 이따금 실수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미 고인이 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는데 허공에 대고 그딴 헛짓거리를 한다는 건 자신의 무식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길이요, 자신의 비루함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길이다. 소위 국회의원씩이나 된 작자가 그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는 건 같은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곽상도 의원이 일베나 워마드의 모리배들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면 국민 모두에게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물론 윤서인이나 극우 성향 유튜버들처럼 논할 가치조차 없는, 금수만도 못한 사람들이야 애시당초 교육이 잘못된 사람들이니 말로 해서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기에 말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지만.
정미홍 씨는 최근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주변에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내가 병세가 나빠 너무 예민했었다.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관대해져라."라고. 맞는 말이다. 그녀가 살아 있을 때 나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고인이 된 이 마당에 미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더구나 그렇게 아팠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노회찬 의원도 다르지 않다. 가진 것 없는 진보 정당의 정치인으로 그는 무척이나 외로웠을 것이다. 자신의 과오를 다른 누구보다 크게 꾸짖었을 그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썼던 그의 유서는 살아 있는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글과 컴퓨터 사장을 지낸 사업가 이찬진 씨와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이 정의당에 입당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망자를 조롱하고 패악질을 일삼는 사람들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살아 잇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 어쩌면 이 땅의 교육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패륜아들을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