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공부법 - 소심한 외톨이는 어떻게 서울대 의대 수석 합격생이 되었을까?
송용섭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자주 들르는 집 근처의 도서관에는 좌석을 미리 예약하여 일정 시간 동안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인지 시험을 준비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즐겨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이름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익숙한, 말하자면 도서관 애용자로서의 동지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한다. 그들 중에는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에서부터 늦은 나이에 자격증을 따려는 열혈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공부하는 분야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물론 정년퇴직 후 소일을 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도 더러 있다.

 

공부를 하는 열람실 안에서는 서로 눈인사만 주고받을 뿐 스치듯 지나치기 일쑤이지만 어쩌다 우연히 휴게실에서 마주칠 때면 반가운 마음에 자판기 커피를 앞에 놓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다. 연초에 만났던 여대생 한 명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성균관대를 휴학하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그녀는 넉넉하지 않은 자신의 가정환경을 말하면서 기필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다부진 의지만큼이나 그녀는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를 독하게 파고들었다. 졸음을 쫓기 위해 책을 들고 계단에 서서 읽고 있는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녀의 하루는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온전히 공부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듯했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주변에서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은 거의 없을 거라는 점이다. 나와 같은 정도로 많이 공부했다고 인정할 만한 학생을 본 적은 있다. 어떤 과목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고 인정할 만한 학생을 본 적도 잇다. 하지만 수험생 시절, 모든 과목을 합쳐 나보다 더 많이 공부했다고 인정할 만한 학생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단연코 가장 많이 공부한 학생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p.57)

 

서울대 의예과를 수석으로 합격했었다는 송용섭 씨의 저서 <혼자 공부법>도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공부에 왕도는 없다'는 이야기, 스스로 학습하는 자율학습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부는 물 건너간 것이라는 이야기. '공부는 결코 선생님이나 스타강사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은 백번 지당한 말이지만 습관이 들지 않은 학생에게는 정말 어려운 과정일 수도 있다.

 

오늘 점심시간에 아들이 다니는 수학 학원의 원장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하고 있는 그 학원에서 아들은 그럭저럭 잘 따라가고 있는 모양인데 문제는 공부하는 습관과 자세가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중학교 과정은 머리가 좋은, 말하자면 단기 기억력이 좋은 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 시험 범위도 좁고 폭넓은 공부를 요하는 문제도 출제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을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여도 수업 시간에 어느 정도 땡땡이만 치지 않았더라면 고득점을 받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성실과는 담을 쌓고 사는 아들만 하더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게임이나 유튜브를 즐기면서도 평균은 늘 95점 이상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학기에는 평균 99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게 반갑지는 않다. 오늘 학원 선생님과의 통화에서도 그 점을 말씀드렸다. 성실함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상위권 성적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고등학교 과정을 생각할 때 공부습관을 들이는 게 급선무라고.

 

송용섭의 <혼자 공부법>은 고교 시절 줄곧 1등만 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대 본과 시절의 경험을 첨가하여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자세히 쓰고 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찾아 끊임없이 자극을 닫을 필요가 있다든가, 공부의 목표는 항상 '만점'이어야 한다든가 하는 내용은 지금 중3인 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의 공부 의지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주는 자극을 과소평가하지 마시길 바란다.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괜히 세 번씩이나 이사를 했겠는가?" (p130)

 

도서관에 나오던 그 여대생은 요즘 보이지 않는다. 뜻한 바를 이룬 까닭에 더 이상 도서관에 나올 필요성이 없어졌는지도 모르고 복학을 하여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그 여대생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바른 공부 습관을 지녔으니 좌절이나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 역시 그와 같은 공부 습관을 형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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