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친척 등 아주 가까운 사람들 중 누군가와 안 좋은 말로 투닥투닥 다투고 나면 '아, 인간이란 정말 조금 더 겸손해져야 하는구나.' 하고 급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나요? 물론 반성의 유효시한이 어느 정도 되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일단 반성 모드에 돌입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박수 먼저 칩시다. 짝짝짝!
반성을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한 듯 보입니다. 대개의 다툼은 기대심리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나는 상대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렇게 행동하리라 기대했는데 상대방이 나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행동을 할 때 화가 나는 것이거든요. 물론 나의 기대를 상대방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사회 통념 상 이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죠. "남들은 잘만 알더라." 하는 말도 심심찮게 듣는 까닭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말다툼을 한 후 혼자 남아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는데 하물며 남과 다름없는 타인에 대해 우리가 뭘 알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정말 오만하게도 그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내지르고 보는 것이죠. "내가 너를 잘 알아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되는 말 중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기분만 나빠질 뿐이죠. 오늘처럼 불쾌지수가 천장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는 날에 그런 가치 없는 말을 들었다고 가정해 보면 우리는 정말 겸손해져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란 놈은 말다툼을 전혀 하지 않느냐고요? 그럴 리가요. 자주 합니다. 본시 밴댕이 소갈딱지로 태어나서 이론만 알고 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합니다. 속이 좁고 잘 삐치는 까닭에 다른 사람보다 다툼이 잦은 편이라는 게 맞는 말이겠죠. 그러나 잘하는 것도 있습니다. 반성이죠. '인간은 정말 겸손해져야 한다.' 이렇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