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지기도 했었죠. 아주 짧은 시간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장맛비 때문인지 거리로 쏟아져 나온 차량으로 도로는 가는 곳마다 지체와 정체가 빚어졌습니다. 낮에 차를 몰고 잠시 외출을 했었는데 이 길이 밀리는 걸 보고 다른 길을 선택하면 그 길은 오히려 더 길게 밀려 있곤 했습니다. 좀 더 빨리 가려고 이 길 저 길 한참을 돌다 보니 평소보다 한참이나 지체되었습니다. '머피의 법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으레 밀리겠거니 생각하고 가던 길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것을 조급한 마음에 이 길 저 길 헤매다 보면 시간과 돈을 모두 잃곤 하지요. '머피의 법칙'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까닭도 모름지기 그런 조급함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조급하고 경박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만 그렇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느긋한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도...

 

비가 많이 내린 것도 아닌데 방안은 온통 꿉꿉하고 눅눅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책을 집어들었는데 그마저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진득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서 퀴퀴한 세월이 묻은 오래된 음악을 듣다가 습관처럼 몇 자 적었습니다. 끈적끈적하고 후텁지근한 공기,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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