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하거나 마음이 급하면 나도 모르는 결에 헛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비단 나에게 해당하는 것만은 아닌 듯 오늘 아침에도 그와 같은 일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제의 선거 결과로 잔뜩 흥분했었던지 한 친구 왈, "축하드립니다!" 해야 할 것을 그만 "진보드립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듣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무슨 소린가 한동안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만 보고 있는데 그제야 자신의 실언을 눈치챈 그 친구 왈, "죄송합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한다는 게 그만 선거 생각에 골몰하다가 '진보드립니다'라고 잘못 나왔어요."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실수는 잦아지게 마련이다. 문장의 의미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의도치 않게 끼어들기도 하고 말이다. 흔히 쓰던 단어도 말하려는 순간 도통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러나 어쩌랴. 젊었던 시절의 총기는 다 옛말, 그런 실수쯤 인정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언제까지고 흐르는 세월만 한탄하며 자신의 과거를 그리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선거 결과를 보니 참패한 보수세력이 그런 꼴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왔던 자신들의 호시절에 흠뻑 젖어 있었던 탓인지 변화의 필요성은 전혀 생각도 않고 있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데 TK지역으로 쪼그라든 참담한 선거 결과를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하게 되자 그런 자신들의 처지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더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지 않았는가.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제야 박정희의 망령에서 깨어난 게 아닌가. '축하드립니다' 대신에 '진보드립니다'로 바꿔도 괜찮은 듯하네, 친구여. 뜻만 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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