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락방 - <마음 가는 대로> 두 번째 이야기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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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삶이 의미 있는 걸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먹는 것? 살아남는 것? 재생산하는 것?
동물들도 그런 건 모두 해요.
우린 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걸까요?

나도 한때는 어떤 삶을 살아야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다.
왜 나는 이런 모습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일까 하고.
결국 특별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말이다.
소녀의 성장을 시 같은 서정적인 필체로 그린 <엄마의 다락방>.
그 속의 마르타 역시 때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항상 자신과는 반대로 생각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 작은 기억조차 갖고 있지 않은 부모님 사이에서 소녀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그녀의 성장은 자신이 아끼던 호두나무가 뿌리째 뽑히던 어린 날에서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씩 흔들리다 결국은 뽑히게 된 나무를 바라보면서 슬픔에 대해 알게 된 소녀는 아주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꼼짝 않고 방바닥에 누워 하늘만 바라보다 자신의 내부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어쩌면 또래에 비해 조숙했고 생각이 많았던 아이.
호두나무가 뽑히고 난 후 그녀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할머니가 늘 말하던 대로 그녀의 어린 시절은 책이 함께 했다. 하지만 수많은 책 속에서도 소녀가 알고 싶어 했던 '자신은 누구인가?'와 같은 삶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와의 마찰은 더욱 심해졌고 미국으로 떠나기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고 성장한 그녀가 다시 할머니의 곁으로 돌아오지만 병든 할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과의 안녕을 고한다.
아직 하고 싶은 말도, 궁금한 이야기도 많은 그녀는 죽음의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조차 알고 있지 않은 듯 했다.
할머니와의 긴 이별 후, 그녀가 찾은 곳은 집안 깊숙한 곳에 자리한 엄마의 다락방이었다. 파편처럼 조각 난 엄마에 대한 기억을 그 곳에서 찾아낸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하나씩 맞춰나간다.
엄마의 학창시절과 사랑, 아빠의 존재까지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엄마의 삶.
누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던 아빠의 이야기.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엄마의 일기장을 보며 마르타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발길이 닿는 대로 서둘러 여행길에 오르고 그 곳에서 또 다시 엄마의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 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던 아빠를 찾게 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년의 시간이 흘러 성장한 소녀가 자신의 딸이라며 찾아왔지만 그는 어떤 것도 묻지 않는다.
문득 그는 소녀의 엄마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싶었다.
소녀가 순간 느꼈을 상실감이 내게도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미움은 증오를 불러일으키지만 그 미운 정 역시 그리움을 자아낸다. 오랜 시간 소녀의 그리움은 어떤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내가 믿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태어나는 어린 아이들은 이 두 질문이 적힌
종이를 받고 답을 적어야 해요.
나중에 생이 다한 후에야 그 질문지의 답을 적게 되겠죠.

그녀는 이런 질문이 적힌 종이에 과연 어떤 답을 적게 될까?
우연히 알게 된 엄마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일기장, 그리고 아빠의 존재.
마르타는 용서하고 용서받지 못하고 떠나보낸 할머니처럼 아빠와도 속내 한번 제대로 고백하지 못한 채 이별을 고하게 된다. 아빠의 메시지와 전화를 모른 척 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또 한 번 그녀를 괴롭힌다.

갑자기 나타나서 내 삶을 파괴해 버린 작은 시한폭탄 같은 너를 한 번이라도 안아 주었더라면 아주 좋았을 것이다.

끝내 자신을 부정했다고 생각했던 아빠가 남긴 마지막 쪽지에는 안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순간 마르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소녀의 고백이 부담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현실을 냉소적으로 보기 시작한 나에게는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성이 이따금씩 터질 때면 소녀의 응어리진 마음이, 스스로에게 품는 질문이 공감이 가기도 했던 것 같다.
마르타 그녀는 삶의 의미를 찾았을까?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스스로 결정하게 되었을까?
그녀 역시 자신의 엄마처럼 훗날 다락방 같은 비밀 공간을 갖고 열심히 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삶의 열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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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고수의 시대
김성민.김은솔 구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 / IWELL(아이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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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복되는 일상, 이제는 만성피로와 함께 따라다니는 스트레스도 살짝 익숙해진 것만 같다.

한 번씩 봄바람이 살랑일 때 사무실에서 마주하는 바깥 풍경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한다.

'이번주 주말에는 여행이나 가야겠다.'라고 굳게 마음먹지만 막상 주말이라는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주 중에 품었던 결심들이 작아지기 일쑤다.

기껏해야 퇴근 후 피곤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고 토요일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서거나 하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TV채널을 열심히 돌리는 것이 전부가 된다.

 

여가를 어떻게 즐겨야 삶의 또다른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직업상의 일이나 필수적인 가사 활동 외에 소비하는 시간을 뜻하는 '여가'는 먹거나 잠자기, 일하는 것 등과 같은 의무적인 활동 전후의 자유 시간을 포함한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자유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기에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여가를 즐겨야 할까?

어떤 여가활동을 해야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막상 여러 생각들이 조합되니 '여가'를 즐긴다는 것이 어렵게만 다가왔다.

웬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을 무미 건조하게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내 생각들을 뒤로하고 마주한 책 <여가 고수의 시대>는 책 제목부터 뭔가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 특별한 비법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일상 주변에서 따라하기 편한 여러가지 예들을 통해 '여가'에 대해 불편했던 것들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쉽고 편하게, 게다가 즐거움과 성취감까지 더해지는 '여가'를 마주할 수 있었으니.

책 속에는 다 쓴 깡통이나 못입는 옷 등을 이용해 화분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충족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고, 다양한 예술품들과 조우하면서 미술관을 투어하며 여가를 보내는 예도 있었다.

가보고 싶었던 세계 나라를 여행하는 대신 각 나라의 문화원에 찾아가 얻고자 하는 정보와 문화까지 한 눈에 살펴보면서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득, 나의 취미활동도 충분히 여가활동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퀼트로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파우치를 선물하는 것, 바느질하는 순간은 충분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스스로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내 또다른 취미인데 다양한 책들을 접하다보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내 즐거움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갖고 있던 내가 책을 통해 국내 여행지부터 세계 유명한 명소까지 함께 만날 수 있으니 즐거움이 배가 될 수 밖에.

 

주말에는 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조건 '특별한 것'만을 생각하던 내게 이 책은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가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주 중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갖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보기도 하고, 주변에 좋은 풍경을 함께 감상하기도 하고.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인 봉사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여가 활동에는 '정석'이 있을거라 생각해왔는데 막상 책 속에서 마주한 다양한 여가를 보내는 방법들은 그런 틀을 없애주었다.

일상에 치여 내 마음이, 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잊고 산 것 같다.

은연중에 남들보다 여가도 좀 더 특별하고 화려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을 통해서 편하고 쉬운,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여러 갈래 길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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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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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무언의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런 생각들을 달리한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1인칭의 관점으로 책을 마주하다보면 울고 웃는 기복의 반복이 심해지게 되는 것만 같다. 묵묵하게 3인칭의 관점에서 관망하다보면 나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어젯밤>은 1인칭도, 3인칭도 될 수 없었다.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 속 문장들이 너무 정직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함을 자아 내는 문장들이 이렇게 도발적일 수 있을까? 
사람을 대할 때나 어떤 사물을 대할 때만 편견이 나타나는 줄 알았는데 글 또한 다르지 않았다. 딱딱하고 건조해 보이는 문장은 그다지 매력이 없을거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제임스 설터의 글은 지독하게 관능적인 무엇인가가 있는 듯 했다.  

나는 <어젯밤>을 통해 처음으로 그의 글을 접하게 됐다.
이름이 생소했지만 동료 작가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작가라고 하니 묘한 끌림이 있었던 듯 싶다.
책 속 10편의 이야기는 당황 스럽고 약간은 불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얄팍한 동정이나 공감이 더해지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믿고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함께 살지만 때로는 완벽하게 차단되는 듯한 관계를 담은 것 같은 이야기<혜성>.
시간을 담은 경험이나 책,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것만 같지만 결국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은 <포기>.
젊고 생기넘치는 여인의 마음과 몸,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으나 갖지 못한 사랑, 욕망, 그리고 배신을 담은 <귀고리>.
병든 아내와의 마지막 만찬 후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다른 여자와 함께 밤을 보내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어젯밤>.

 

그 집 뿐이었다. 나머지는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삶을 꼭 닮은 장황한 소설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 어느 날 아침 돌연 끝나버리는.

여러 이야기 중 책 속 문장이 전해주는 느낌이 가장 두렵게 다가왔던 것은 <어젯밤>을 읽을 때였다.
병을 얻게 된 아내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그녀를 위해 생을 마감하게끔 도와주는 남편. 이야기 초반의 그는 세상 어떤 남편보다도 자상하고 아내만을 위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남성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는 아내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이던 밤, 다른 여자와의 밀애를 즐긴다.
아내가 잠들어 있는 아래층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그녀와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핏기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에 놀란다.
삶에 대한 끈을 놓고자 했지만 놓지 못해 비틀거리는 아내와 그녀의 눈에 비쳐진 남편과 또 다른 여인의 헐벗은 모습.
여느 이야기보다 충격적인 결말이었고 인간에 대한 배신과 욕망에 대해 진지해지는 순간이었던 듯 싶다.

<어젯밤>은 책 속 이야기 중 하나의 제목 뿐만 아니라 책 전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을 대변하는 것만 같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의 연속적인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새삼 인간의 욕망과 서로에 대한 믿음, 배신,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듯 싶다. 짧지만 강렬하고 강하지만 웬지 아련한 메시지가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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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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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일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일기쓰기를 챙겨하던 내게 미래일기는 생소한 단어였다. 이미 과거가 된 하루를 정리하며 써 내려가는 일기가 아닌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일기라니.

거기다 저자는 개그우먼 조혜련이란다.

사실,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 관한 책에 대한 막연한 편력이 있던 내게는 썩 와 닿지 않은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적에 관한 불편함과 한계, 개그우먼에 대한 개인적인 고정관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과 마주하게 된 것은 ‘미래일기’라는 다소 황당하고 색다른 접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 개그우먼 조혜련의 프롤로그.

TV가 아닌 글로 조우한 그녀는 내가 생각하고 봐왔던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인간 조혜련이었다. 문득 책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내 삶에도 깊게 스며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미.래.일.기.

‘미래일기’는 말 그대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로 써보는 것을 뜻했다.

처음에는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글로 쓴다고 해서 내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소위 성공한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실천했듯이, 그녀의 미래일기를 통해 달라질 수 있는 삶의 단면들을 조심스레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상상을 뛰어넘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나아가 내 삶의 가장 큰 목표를 찾는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힘을 배웠다.

자기가 가려고 하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불만을 품는 마음이라고 한다. 이제 부터라도 자신을 위해서 마인드를 바꿔 보자.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을 위해서다. (p.36)

항상 의심만 하던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오랜만에 진지하게 빠져볼 수 있었던 듯싶다.




가끔 방송에서 조혜련이 완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문화와 생활방식이 다른 낯선 나라에서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하나의 이름표를 갖고 살기에도 힘든 삶인데 그녀의 이름표는 몇 가지나 된다. 개그우먼, 엄마, 연기자 등등.

한국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최고의 개그우먼이라 칭한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하지 못하고 일본이라는 나라로 자신을 내몰았다. 물론 몇 년의 시간이 걸렸고 결국엔 목표한 바를 이루었지만 그녀는 안주하지 않고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넓히는 것을 또 다른 목표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일기에 세계적인 토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는 것을 그렸다.

여러 가지 이름표를 가지고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열정이 대단함을 넘어 부러웠다.




적당히 포기할 줄 알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알고, 현실과 동화를 정확히 구분해 내고, 주변에 더 이상 신기하거나 놀라울 것이 없는, 바로 그런 게 나이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 한 나이 드는 게 즐거울 리가 없다. (p.189)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두려운 것이 참 많았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가장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당연시 여겼기에.

포기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았지만 그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해버려야 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쉽게 포기하기 이전에 자신의 가능성, 긍정의 힘과 열정을 믿었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나쁜 습관을 가진 내게는 실천이 멀고도 어렵게 다가오지만 그녀는 변화된 스스로의 모습을 꿈꾸며 진정한 행복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힘들지만 또 다른 꿈을 꾸고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을 덮은 후, 나는 노트의 한 부분에 미래일기를 간략하게 적었다.

아직 나는 그녀처럼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이룰 수 있을지 당차게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기쁘게 다가온다.

너무 쉽게 포기하고 주저하면서 지내온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얼마나 상쾌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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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 갈래 길
장 이브 그레그와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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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과 마주 했을 때, 단순히 산티아고에 대한 여행만을 생각했었다.
수없이 늘어선 길가의 이름 모를 나무들과 지나치는 도시 곳곳에 자리한 오래되고 거대한 건물들만을.
하지만 책은 단순 여행기라기 보다, '순례길', '순례자'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산티아고로 가는 아홉갈래 길 속에 숨어있는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 풍경, 매력 등이 책 속 곳곳에 묻어 난다. 도시의 화려한 장관을 보기 위해 찾았던 여느 여행보다도 순례길로 통하는 아홉 길들은 걸으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킨다. 아무런 이유 없이 단순히 육체나 영혼 상처 치유의 희망만을 품고 주저없이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 또한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산티아고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네 삶과 가까운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은 올해 내가 세운 목표 중 하나였다. 흙을 밟으면서 그 섭리에 동화되어 사는 며칠은 아무런 욕심도, 도시 속에서 끊임 없이 흔들리던 나도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내가 세운 계획 은 그냥 걷기를 통한 심신수양 정도의 목표가 있었던 듯 싶다. 이 책과 마주하는 내내 올레길에 대한 결심이 더 간절해졌다.

순례길 걷기는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처럼 아무런 종교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은 웬지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순례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이들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
물론 종교적이며 영적인 탐색을 위해 스스로를 길 위에 올려놓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와 같이 드넓은 자연과 동화되면서 자기 성찰의 기회를 찾기 위해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P.38
순례길 걷기는, 우리가 시공간과 맺고 있는 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우리의 감각과 세계관을 일거에 뒤바꿔놓고 맙니다. 그것은 삶의 새로운 의미, 새로운 정신성의 탐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의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10년 동안 돌아다니고 나서야 자신이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여행을 꿈꾸어 왔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걷기는 스스로를 다독거리기에 충분했다고.
긴 순례는 결국 자신을 위한 여행이자 고독한 여행이기도 하다고.
오랜 시간의 침묵은 자신을 돌이켜보는 능력을 키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고 말이다.

내가 책을 읽으며 빠졌던 길은 은의 길과 피니스테레 순례길이었다.
지리적 방향으로나 역사로 보나 모든 순례길 중에서 가장 특이하다고 손꼽히는 '은의 길'은 화려했던 옛 도시나 풍경들이 곳곳에 드리워진 곳이라고 한다.  또 한 곳은 피니스테레 인데 콜럼버스가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할 때까지만 해도 유럽 사람들에게 이 세상의 끝으로 기억된 곳이다.
이 두 갈래 길만 해도 걷는데 48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이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과 용기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 같다.

책을 통해서 가보지 못한 도시의 골목과 사이사이에 펼쳐진 역사를 만났다.   

쉬어갈 수 있는 카페와 식당은 물론 이름 모를 포도밭을 사진으로 감상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과 함께 버텨온 여러 수도원의 모습과도 조우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웬지 성스러워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P.78
순례길에서는 생산성 같은 걸 따지지 않으므로 경쟁의식 따위는 버리는 게 좋습니다. 진짜 어려움은 정신에서 생기는데, 자기 집 문을 닫고 첫 걸음을 성큼 내 딛는 순간 최고조에 달한답니다.

책 속 지은이의 말처럼 경쟁의식을 뒤로 하면 성찰과 평가, 의미추구가 하루를 채우고 내일을 준비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았다.  

순례길로 첫 발을 내딛는 여행자의 마음처럼 오늘 하루를 산다면 보다 의미있는 시간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황량한 사막을 홀로 걸을 때의 적막을 이겨내고 진정한 행복을 순례길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웬지 부럽다. 당장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고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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