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임금의 눈물 (그림책) 파랑새 그림책 173
이규희 지음, 이정규 그림 / 파랑새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게 나는 열두 살에 임금이 되었어요.
내게 왕관은 너무 무거웠고,
용상은 아득히 높았어요.
아직 어리기만 한데
사람들은 나를 임금이라 불렀어요.

어린 왕, 비운의 임금.
조선의 제 6대 왕인 단종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별칭은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봄에 단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흥행했고, 영화 속 주인공인 단종과 그를 도운 엄흥도에 관한 책이 쏟아졌다.

책 (어린 임금의 눈물)은 줄글로 된 책이 따로 있는데 이번에 그림책으로도 나왔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가 보기에는 이전의 책이 다소 문장이 길고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 그림책으로 출간되어 훨씬 읽고 이해하기가 수월해졌다.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어린 비운의 왕 단종.

여덟 살이 되던 해 왕세손이 되어 궁궐 안에서 담담히 왕세자의 예법을 익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어린 단종.



나는 알았어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한 또 누군가 피를 흘리게 될 게다.
어느 날 나는 근정전에서 수양 숙부에게 옥새를 내주었어요.
이제 나는 임금이 아니었어요.

내 곁의 사람들이 부디 편안해지길 바랐던 어린 왕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산군으로 낮춰 불리며 영월 땅으로 유배를 떠나는 길, 슬피 울며 유배 행렬을 따라가던 힘 없는 백성들의 모습을 책 속에서 글과 그림으로 마주하니 다시금 먹먹했다.

권력이라는 이름 앞에서 백성들도, 어린 왕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므로.



강물에 둘러싸여 외딴 섬 같았던 유배지는 마음 둘 곳 없는 단종의 마음과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곳인 것만 같았다.

누군가 기억해 주면 그 사람은 영원히 살아 있는 거라는 말을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기억되고 있는 어린 임금의 발자취가 애잔하다.

영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는 영월의 청령포에도 가보고 싶다.

한 귄의 책에 담긴 아픈 역사를 되새겨보고 공부하고, 잊지 말아야겠다.



#어린임금의눈물#단종그림책#그림책추천
#어린임금의눈물
#단종그림책
#그림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웨딩 피플
앨리슨 에스파흐 지음, 김보람 옮김 / 북로망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벼랑 같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여자와 그녀에게 기꺼이 마음 한 페이지를 내어주는 이들의 놀랍도록 따뜻하고 유쾌한 일주일'이라는 책 소개 문구를 보고 몹시 궁금해했던 책이다.

책 [웨딩 피플]의 주인공 이름은 피비.
잡지에서 본 호텔 광고를 떠올린 피비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생을 등질 계획을 하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의 결연한 의지와 안타까은 현실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오는 건 왜인지.

직장에서의 피비, 가정에서의 그녀는 언제나 고군분투 하지만 현실은 미운 것 투성이다. 직장동료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버린 남편,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피비는 모든 것을 놓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현실의 피비에게는 상실감과 절망감이 깊게 자리한다.

📚 p.333
피비가 원하는 것, 늘 바라왔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책을 읽고 싶을 때 읽는 것. 슬플 때 슬퍼하는 것. 무서울 때 무서워하는 것.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 지루할 때 지루해하는 것.

사실 그녀가 대단한 삶을 살고자 한 건 아니었는데 죽음을 계획한 호텔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일주일 동안 꿈꾸던 결혼식을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수많은 계획을 세운 아름다운 아가씨 라일라를 만나 살아있어서 누릴 수 있는 짧은 순간들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절대 죽지말라던 라일라의 결혼식도, 피비의 죽음도 모두 계획을 빗나가는 결말이지만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비참한 나의 모습도, 밝고 고운 나도 모두 나인 것.
밉다고, 이따금씩 정의롭지 못하다고 내가 나일 수 없듯 부족한 나도 아끼고 사랑해줘야지 마음 먹은 책이다.

늘 검정색의 무난한 원피스를 입던 피비가 녹옥색 원피스를 고르고 고민 끝에 사게 됐을 그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예쁘고 좋은 것을 자주, 오래, 누리면 좋겠다.

📚 p.36
피비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꼭대기 층이든, 해변이든, 피비의 집에 딸린 아담한 침실이든 상관없다. 행복한 장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할 땐 모든 곳이 행복한 장소가 되고, 내가 슬플 땐 모든 곳이 슬픈 장소가 된다.

잎으로의 날이 무조건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겠지만 피비가 즐거울 수 있도록 좋은 순간이 자주 그녀의 곁으로 다가오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아 본 신간소설, 감사합니다*

#웨딩피플#소설#책스타그램#북스타그램#신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드브루 에티오피아 구지 우라가 G1 - 50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3월
평점 :
품절


시원하게도 따뜻하게도 잘 어울리는 맛♡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 테일 바로 마시는 브루캔 - 브루캔 2종 9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8월
평점 :
품절


캔으로 되어있어서 외출시에도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정한 글쓰기
신나리 지음 / 느린서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막 알게 됐을 무렵부터 '글쓰기'가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일기쓰기는 더 잘하고 싶어했다. 매일 일기를 써서 선생님 책상 앞에 페이지를 엎어놓으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줬던 시절이었다. 종종 빨간펜으로 짧은 코멘트도 달아줬는데 괜스레 볼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지 오래 지났다. 여전히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괜히 설렌다. 글쓰기 강좌가 있는지 살피는게 일상이 되었고 몇번 수업에 참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내 안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쓰고 싶다'에서 멈춰 있다. '쓴다'로 고쳐야만 진짜 글이 될텐데 쉽지않다.
이번에 받아 본 책은 [무정한 글쓰기]는 나의 내밀한 곳에 있는 쓰고싶은 마음과 욕구를 제대로 바라보게 했다.
'쓰고 싶다'에서 '쓴다'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글쓰기 실기 수업 이라는 짧은 문구처럼 글쓰기를 위한 책이다.

📚 이 책에서 다루는 글쓰기란 자기 홍보를 위한 글과는 다르다. 업무용 보고서나 마케팅에 필요한 카피라이팅이나, '소득세 환급받는 법'과 같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도 해당되지 않는다. 내 안에 고인 문제를 바라보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해석하는 글이다.

이렇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류의 책은 멀리하는 편인데 이 책은 이렇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식의 책이 아니라서 마음이 갔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부터 찬찬히 살펴보란다.
가령, 행복을 말하려면 세밀하게 쓰라는 식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행복하지 않다면 쉽게 결론 내려고 하지 말고 모호함을 살피라고. 뻔한 이야기, 두루뭉술하게 말하지말고 구체적으로 행복의 순간을 찾는 일은 내 일상 속에서 내가 마주하는 순간을 찾는 일일 것이다.
일단 쓰고 분량을 채워야만 될 것 같아서 늘 내 앞의 종이는 백지였는데 조금씩 정리한 후 다시 써봐야겠다.

📚 글쓰기를 당장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는, 결핍과 허기이다. 단순히 충족되지 않는 욕구와는 구별된다.

📚 어떤 장소를 묘사하듯이 써 내려면 나를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묘사할 때 핵심은 나의 시선을 따라가되, 설명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힘들었다, 불쾌했다, 가기 싫었다'와 같은 감정에 글쓴이가 푹 빠져 있으면, 독자는 글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불쾌했다고 쉽게 느껴버리는 나를 써야지, '나는 불쾌해'라고 말하면, 독자는 자기를 돌아볼 기회를 놓친다. 경험을 쓰는 에세이에서 감정적인 토로나 자책하는 태도는 경계 해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하루의 일과를 쭈욱 나열하면서 자기 객관화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쓰는 글이었다. 항상 글의 말미에는 자기 반성으로 마무리되는 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보다 감정만 토로하며 쓰는 글. 때로는 일기 였다가, 읽었던 몇 권의 책의 독후감 이었던 글이었다.

📚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쓰는 연습을 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 무얼 하겠다'라는 글이 아니라 '하고 있는 것'부터 관찰하며 써본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가게 될 것이다. 기혼여성들에겐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도록 오래 훈련받았으니까.

자유로워지기 위해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말은 아이를 양육하며 글을 쓰는 몇몇 여성 작가들에게서도 들은 말이었다.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면서 글을 쓰며 내 안의 감정을 풀어냈다는 말을. 좋은 엄마가 되기위해 스스로를 내몰면서 버틴 날들 속에서 쓰는 행위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아직도 육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이와 조금씩 분리되는 일이 생긴다. 함께 자던 큼직한 침대는 각자의 공간에서 잠들고 일어나게 되었고, 모든 결정을 엄마에게 맡기던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순간마다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 머쓱하다.
각설하고, 책 [무정한 글쓰기]는 다정하고 친절함을 바라는 사회적 시선을 벗어나 씀씀하게 그려가는 나의 결인 것 같아서 안도하게 한다.

쓰고 싶고, 실제로 쓰고 있는, 여전히 쓰는 일에 목마른 사람들이 무정한 글쓰기를 읽다보면 나처럼 작가의 이전 책도 찾아 읽고 있을 것이다. 엄마로 살면서 늘 동시대의 여성들에게 연대하는 기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무정한글쓰기#신나리#느린서재#엄마되기의민낯#독서#책#책읽는엄마#도서제공#서평#도서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