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련의 미래일기 - 쓰는 순간 인생이 바뀌는
조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미래일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일기쓰기를 챙겨하던 내게 미래일기는 생소한 단어였다. 이미 과거가 된 하루를 정리하며 써 내려가는 일기가 아닌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일기라니.

거기다 저자는 개그우먼 조혜련이란다.

사실,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 관한 책에 대한 막연한 편력이 있던 내게는 썩 와 닿지 않은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적에 관한 불편함과 한계, 개그우먼에 대한 개인적인 고정관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과 마주하게 된 것은 ‘미래일기’라는 다소 황당하고 색다른 접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 개그우먼 조혜련의 프롤로그.

TV가 아닌 글로 조우한 그녀는 내가 생각하고 봐왔던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인간 조혜련이었다. 문득 책을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내 삶에도 깊게 스며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미.래.일.기.

‘미래일기’는 말 그대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로 써보는 것을 뜻했다.

처음에는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글로 쓴다고 해서 내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소위 성공한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실천했듯이, 그녀의 미래일기를 통해 달라질 수 있는 삶의 단면들을 조심스레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상상을 뛰어넘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나아가 내 삶의 가장 큰 목표를 찾는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힘을 배웠다.

자기가 가려고 하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불만을 품는 마음이라고 한다. 이제 부터라도 자신을 위해서 마인드를 바꿔 보자.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들 자신을 위해서다. (p.36)

항상 의심만 하던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오랜만에 진지하게 빠져볼 수 있었던 듯싶다.




가끔 방송에서 조혜련이 완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문화와 생활방식이 다른 낯선 나라에서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하나의 이름표를 갖고 살기에도 힘든 삶인데 그녀의 이름표는 몇 가지나 된다. 개그우먼, 엄마, 연기자 등등.

한국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최고의 개그우먼이라 칭한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하지 못하고 일본이라는 나라로 자신을 내몰았다. 물론 몇 년의 시간이 걸렸고 결국엔 목표한 바를 이루었지만 그녀는 안주하지 않고 미국으로 활동무대를 넓히는 것을 또 다른 목표로 삼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일기에 세계적인 토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는 것을 그렸다.

여러 가지 이름표를 가지고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열정이 대단함을 넘어 부러웠다.




적당히 포기할 줄 알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알고, 현실과 동화를 정확히 구분해 내고, 주변에 더 이상 신기하거나 놀라울 것이 없는, 바로 그런 게 나이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 한 나이 드는 게 즐거울 리가 없다. (p.189)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두려운 것이 참 많았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가장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당연시 여겼기에.

포기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많았지만 그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해버려야 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쉽게 포기하기 이전에 자신의 가능성, 긍정의 힘과 열정을 믿었다.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나쁜 습관을 가진 내게는 실천이 멀고도 어렵게 다가오지만 그녀는 변화된 스스로의 모습을 꿈꾸며 진정한 행복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힘들지만 또 다른 꿈을 꾸고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을 덮은 후, 나는 노트의 한 부분에 미래일기를 간략하게 적었다.

아직 나는 그녀처럼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이룰 수 있을지 당차게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기쁘게 다가온다.

너무 쉽게 포기하고 주저하면서 지내온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얼마나 상쾌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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