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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고수의 시대
김성민.김은솔 구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 / IWELL(아이웰)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반복되는 일상, 이제는 만성피로와 함께 따라다니는 스트레스도 살짝 익숙해진 것만 같다.
한 번씩 봄바람이 살랑일 때 사무실에서 마주하는 바깥 풍경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한다.
'이번주 주말에는 여행이나 가야겠다.'라고 굳게 마음먹지만 막상 주말이라는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주 중에 품었던 결심들이 작아지기 일쑤다.
기껏해야 퇴근 후 피곤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고 토요일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서거나 하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TV채널을 열심히 돌리는 것이 전부가 된다.
여가를 어떻게 즐겨야 삶의 또다른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직업상의 일이나 필수적인 가사 활동 외에 소비하는 시간을 뜻하는 '여가'는 먹거나 잠자기, 일하는 것 등과 같은 의무적인 활동 전후의 자유 시간을 포함한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자유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기에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여가를 즐겨야 할까?
어떤 여가활동을 해야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막상 여러 생각들이 조합되니 '여가'를 즐긴다는 것이 어렵게만 다가왔다.
웬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나만의 시간을 무미 건조하게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내 생각들을 뒤로하고 마주한 책 <여가 고수의 시대>는 책 제목부터 뭔가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 특별한 비법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일상 주변에서 따라하기 편한 여러가지 예들을 통해 '여가'에 대해 불편했던 것들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쉽고 편하게, 게다가 즐거움과 성취감까지 더해지는 '여가'를 마주할 수 있었으니.
책 속에는 다 쓴 깡통이나 못입는 옷 등을 이용해 화분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충족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고, 다양한 예술품들과 조우하면서 미술관을 투어하며 여가를 보내는 예도 있었다.
가보고 싶었던 세계 나라를 여행하는 대신 각 나라의 문화원에 찾아가 얻고자 하는 정보와 문화까지 한 눈에 살펴보면서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득, 나의 취미활동도 충분히 여가활동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퀼트로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파우치를 선물하는 것, 바느질하는 순간은 충분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스스로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는 내 또다른 취미인데 다양한 책들을 접하다보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내 즐거움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갖고 있던 내가 책을 통해 국내 여행지부터 세계 유명한 명소까지 함께 만날 수 있으니 즐거움이 배가 될 수 밖에.
주말에는 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조건 '특별한 것'만을 생각하던 내게 이 책은 소소한 즐거움을 알아가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주 중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갖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보기도 하고, 주변에 좋은 풍경을 함께 감상하기도 하고.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인 봉사활동을 해보기도 하고.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여가 활동에는 '정석'이 있을거라 생각해왔는데 막상 책 속에서 마주한 다양한 여가를 보내는 방법들은 그런 틀을 없애주었다.
일상에 치여 내 마음이, 몸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잊고 산 것 같다.
은연중에 남들보다 여가도 좀 더 특별하고 화려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을 통해서 편하고 쉬운, 즐거운 여가 시간을 보내는 여러 갈래 길과 마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