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락방 - <마음 가는 대로> 두 번째 이야기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어떤 삶이 의미 있는 걸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먹는 것? 살아남는 것? 재생산하는 것?
동물들도 그런 건 모두 해요.
우린 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걸까요?

나도 한때는 어떤 삶을 살아야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다.
왜 나는 이런 모습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일까 하고.
결국 특별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말이다.
소녀의 성장을 시 같은 서정적인 필체로 그린 <엄마의 다락방>.
그 속의 마르타 역시 때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항상 자신과는 반대로 생각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 작은 기억조차 갖고 있지 않은 부모님 사이에서 소녀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그녀의 성장은 자신이 아끼던 호두나무가 뿌리째 뽑히던 어린 날에서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씩 흔들리다 결국은 뽑히게 된 나무를 바라보면서 슬픔에 대해 알게 된 소녀는 아주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꼼짝 않고 방바닥에 누워 하늘만 바라보다 자신의 내부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어쩌면 또래에 비해 조숙했고 생각이 많았던 아이.
호두나무가 뽑히고 난 후 그녀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할머니가 늘 말하던 대로 그녀의 어린 시절은 책이 함께 했다. 하지만 수많은 책 속에서도 소녀가 알고 싶어 했던 '자신은 누구인가?'와 같은 삶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와의 마찰은 더욱 심해졌고 미국으로 떠나기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고 성장한 그녀가 다시 할머니의 곁으로 돌아오지만 병든 할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과의 안녕을 고한다.
아직 하고 싶은 말도, 궁금한 이야기도 많은 그녀는 죽음의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조차 알고 있지 않은 듯 했다.
할머니와의 긴 이별 후, 그녀가 찾은 곳은 집안 깊숙한 곳에 자리한 엄마의 다락방이었다. 파편처럼 조각 난 엄마에 대한 기억을 그 곳에서 찾아낸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하나씩 맞춰나간다.
엄마의 학창시절과 사랑, 아빠의 존재까지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의 열병을 앓았던 엄마의 삶.
누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던 아빠의 이야기.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엄마의 일기장을 보며 마르타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발길이 닿는 대로 서둘러 여행길에 오르고 그 곳에서 또 다시 엄마의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 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던 아빠를 찾게 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년의 시간이 흘러 성장한 소녀가 자신의 딸이라며 찾아왔지만 그는 어떤 것도 묻지 않는다.
문득 그는 소녀의 엄마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싶었다.
소녀가 순간 느꼈을 상실감이 내게도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미움은 증오를 불러일으키지만 그 미운 정 역시 그리움을 자아낸다. 오랜 시간 소녀의 그리움은 어떤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내가 믿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태어나는 어린 아이들은 이 두 질문이 적힌
종이를 받고 답을 적어야 해요.
나중에 생이 다한 후에야 그 질문지의 답을 적게 되겠죠.

그녀는 이런 질문이 적힌 종이에 과연 어떤 답을 적게 될까?
우연히 알게 된 엄마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일기장, 그리고 아빠의 존재.
마르타는 용서하고 용서받지 못하고 떠나보낸 할머니처럼 아빠와도 속내 한번 제대로 고백하지 못한 채 이별을 고하게 된다. 아빠의 메시지와 전화를 모른 척 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또 한 번 그녀를 괴롭힌다.

갑자기 나타나서 내 삶을 파괴해 버린 작은 시한폭탄 같은 너를 한 번이라도 안아 주었더라면 아주 좋았을 것이다.

끝내 자신을 부정했다고 생각했던 아빠가 남긴 마지막 쪽지에는 안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순간 마르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소녀의 고백이 부담스러웠던 부분도 있었다.
현실을 냉소적으로 보기 시작한 나에게는 조금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성이 이따금씩 터질 때면 소녀의 응어리진 마음이, 스스로에게 품는 질문이 공감이 가기도 했던 것 같다.
마르타 그녀는 삶의 의미를 찾았을까?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스스로 결정하게 되었을까?
그녀 역시 자신의 엄마처럼 훗날 다락방 같은 비밀 공간을 갖고 열심히 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삶의 열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