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손기태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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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엄청 멋있다고 생각해왔다. 


어설프게 서양 철학사를 읽어 내면서 스피노자는 나에게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나, 항상 짙은 안개속을 헤매는 수준에서 언제나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중, 알라딘 이웃님께서 스피노자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를 추천해 주셨고, 작가님의 간결한 문장과 쉽고도 깊이 있는 해설 덕분에 유대인의 적자로 지명 받았으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렌즈가공사라는 은둔의 삶을 선택한 스피노자의 철학과 정치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랄까, 스피노자를 읽는 문법이랄까, 여하튼 스피노자에 대해서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특히, 이성에 기반하여 다른 사람을 포함한 모든 자연산물과의 마주침과 연대를 중시한 점, 개인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점, 당시 유럽사회를 지배하던 신에 대한 관념을 주체를 중심으로 뿌리부터 새롭게 해석한 점 등에서 그의 사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유지하고 있으며, 다각도로 재조명 되어야 할 사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은 스피노자의 주저 에티카의 마지막 문장이 실려 있는데, 어쩌면 이 문장이 머리 나쁨으로 인하여 쉬운 책을 보고도 여전히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 헤매이는 나에게 그의 철학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주지 않는가 생각해 옮겨 본다.


"이제 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내가 제시한 길은 매우 어려워 보일지라도 그것은 발견될 수 있다. 물론 이처럼 드물게 바견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구원이 가까운 곳에 있고 큰 노력 없이도 발견될 수 있다면, 어떻게 거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등한시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고귀한 것들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에티카 5부 정리 42 주석)"


이 책 한권으로 스피노자가 지구의 멸망을 앞두고 사과나무를 심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겠으나, 철학자의 생각이 뭔가 고귀한 것이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으므로 조금 힘들지만 그의 사상에 접근하는 노력을 즐겁게 해낼 수는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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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9-14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티카는 윤리학이라고 들었습니다. 윤리.
그것을 공리로 모든 것을 정리한 스피노자
소트라테스의 덕 (본분을 다하는) 과 함께 탐구해보고 싶은 양대 탑인 것 같습니다.

막시무스 2020-09-14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저자는 도덕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향해 양심과 죄책감에 호소하는 일종의 초월적 계율을 지칭한다면, 윤리학은 인간이 다른 개체들과 맺는 관계속에서 고려해야 할 내재적 규칙을 지칭한다고 하여 양자를 구분하고,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개체들 간의 관계에 대한 존재론적이고 자연학적인 분석이자, 하나의 개체가 자신과 다른 개체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울러 이러한 개체들이 맺는 관계의 질서를 왜곡하는 요소로 미신적 편견과 그것을 악용하는 정치권력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서양 근대철학사에서 지배적이던 데카르트의 사상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철학, 신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이나마 쉽게 정리해 볼 수 있어 유익한 것 같았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이번주도 즐거운 한주 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0-09-14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의 철학이 워낙 독창적이라 이해하기 어렵지만, 알아가는 기쁨을 주는 사상가라 생각합니다. 막시무스님 즐거운 독서 하세요!^^:)

막시무스 2020-09-14 20:05   좋아요 1 | URL
말씀대로 가슴속에서 그의 철학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머리속으로 정돈된 느낌은부족한 듯 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스피노자를 이해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겠지요!ㅎ.
항상 겨울호랑이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좋은 자극과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베터라이프 2020-09-14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막시무스님. 저도 서평에서 종종 스피노자를 인용해왔는데요. 이렇게 막시무스님의 글을 보니 또 한편으로는 새롭기도 하네요. 스피노자가 인간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었는지 아직도 불명확하지만 그로부터 많은 철학의 대가들이 감명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근래 보수주의자들이 시장에서의 도덕의 회복이라는 일련의 지적 운동과 관련해 스피노자를 인용하며 반박하는 사례들을 기사로 보기도 했는데요. 이것은 진보에 있는 사람들이 칼 슈미트를 인용하는 것과 바슷한 이치일까요. 근래 바우만의 다른 책을 통해 슈미트의 진면목을 조금 엿보게 되었는데요. 이 부분은 서평을 통해 한번 남겨보겠습니다. 하여튼 시국도 어수선한테 모쪼록 몸과 마음의 건강 잘 챙기시길 빌게요 ^^

막시무스 2020-09-14 20:08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 스피노자가 현대사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길었나 보네요! 아직 부족해서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배터라이프님 덕분에 스피노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상승이 되네요!ㅎ 항상 건강하시고, 펼치시는 책 한권마다 유익하시기를 기원드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