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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반양장)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평점 :
5~6년 전인가 여름휴가때 도서관 에어콘 바람에서 피서를 즐기며 이 책을 보았었다.
올초에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시 한번 읽어 볼까하는 마음에 책을 펼쳤다가 엄청난 무게감께 참깨를 흩어 놓은 듯한 깨알만한 글씨에 덮었었는데, TVn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책에 대한 방송을 접하고 용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완독했다.
누군가 고전이나 벽돌책은 책이 주는 교훈보다, 책상에 오래 앉아서 끝까지 읽어내는 인내심을 얻는 것이 더 큰 소득이라고 말했던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유명한 서론의 시작인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첫 줄은 참 멋진 문장이다. 결국, 미술이란 그 시대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시대정신, 느낌과 감정 등을 그 시대의 미술가들이 표현하고,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좋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초입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작품까지 둘러 보면서,
"미술의 역사는 시대가 제시하는 지배적인 사상에 맞서서 동 시대가 지배하는 사상이나 개인이 물들어 있는 습관과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며 탄생시킨 변화하는 생각과 요구들의 역사"라는 작가의 말을 상기해 본다면,
전시 작품들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아름다움, 역사적 교훈,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이나 감정 등의 건너편에 숨어 있는 지독한 편견과 지배적인 사상에 투쟁하는 작가들의 처절한 고뇌를 보다 더 잘 이해하고 느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값비싼 유럽 미술관 여행이 아니더라도 서양미술 관련 책이 주는 묘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색과 형태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화가들과 작품들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서양미술이나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곰브리치의 미술사가 필수도 아니고, 어쩌면 새로운 발견이나 이론의 등장으로 노쇠하고 가독성 또한 그렇게 훌륭한 것도 아니겠지만, 지금 현재 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미술서적이 이 노작에 빚지고 있음을 생각해 본다면 동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노교수의 역작을 한번쯤 읽어 보는 것도 서양미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곰프리치 서양미술사 읽은 사람이다!라는 건전한 허영심!과 많은 서양미술 서적의 탄생에 언덕이 되어준 존경심!으로...
5년쯤 뒤에 다시 만나요! 곰브리치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