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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초등학교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 우여히 본 책속의 홈즈와 루팡은 어린 내게 슈퍼맨을 능가하는 최고의 영웅이였고 아가사 크리스티와 포우를 만나게 해주었다. 그후로 이렇다 할만한 추리소설을 만나지 못했기에 자연스레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나마 여름과 무더위, 추리소설이라는 특수한 상관관계로 인해 일년에 서너 권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매번 색다른 주제와 치밀한 구성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특히나 추리소설이란 장르의 특성상 간과하기 쉬운 섬세함이나 인간적인 면이 잘 표현됨으로서 재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잉아이'는 미스터리 호러에 가깝지만 특이한 주제를 정교한 구성과 치밀한 짜임새로 인해 공포와 긴장감이 읽을 수록 한층 고조됨을 느끼게 된다. 사고로 인해 또다른 사고의 기억의 일부가 지워진 한 남자,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음모와 일련의 사건들속에 인간의 원한과 욕망을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다.
아메무라 신스케는 퇴근길에 그가 바텐더로 일하는 바를 나선 순간 누군가가 휘두른 둔기로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잃는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 했으나, 자신이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간 교통사고에 관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릴 수가 없다. 며칠 후 그를 습격한 범인이 시체로 발견된다.
안개 속처럼 히뿌옇게 떠오르는 기억 너머 한 여성의 정체는, 신스케는 교통사고 당시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다며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애쓰는데, 그는 그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급기야는 그와 동거하던 나루미가 실종되고, 그가 일하던 칵테일 바에서 알 수 없는 분위기의 매혹적인 여성이 찾아오고 그녀에게 첫눈에 빠져들게 된다.
점차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빠른 진행과 등장인물을 둘러 싼 미스터리에 숨죽이며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생생한 묘사와 빠른 전개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 마네킹 얼굴에는 아주 특별한 점이 하나 있었다. 다른 마네킹은 모두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마네킹은 달랐다.
이 여자는…… 날 보고 있어.
"그럴 때는 어떻게 하죠? 그러니까, 불쾌한 기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 말입니다."
"어떻게 하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죠. 그뿐입니다."
그의 다른 작품'교통경찰의 밤' 에서도 언급한바 있듯 한순간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과 가해자 모두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교통량 증가에 따라 급증하는 교통사고와 그에 관한 책임감과 죄의식 등을 미스터리에 교묘히 담아 문제시한 점은 그의 작품의 또다른 미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