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었던 그 시절에도 왠지 달라 보였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군 대학입학과 동시에 옷 잘 입는 멋장이, 뭘 입어도 스타일리시하다고 부러움과 시셈을 한몸에 받았지만 그 친구와 함께 다니던 내겐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였다. 그렇다고 친구의 조언대로 옷을 입을 용기도 없거니와 소화시킬 신체적 조건도 받쳐주질 않으니 캠퍼스내 도서관이 제일 부담없는 장소가 되었다. 졸업 후 회사에서 외국인들과 자주 만나게 되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입고 싶은 옷을 과감히 입는 그네들에게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지만 결혼과 출산에 불어나는 체중과 더불어 편안함이 우선인 아줌마 패션에 안주하게 되었다. 누가 뭐라면 20대에도 패션에 민감하지 않았는데 지금와서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답한다. 옷을 왜 잘 입어야 하는 거야?’라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바로 내가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재미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며 패션에디터 심정희, 그녀가 펴낸 책이 '스타일 나라 앨리스'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혹여 이상한 패션로 이상한 나라 앨리스는 아니러지 짐짓 걱정된 것도 사실이다. 패션방관자였던 지은이가 패션잡지 기자가되기까의 그녀의 경험담과 패션에 대한 노하우를 거칠지만 솔직 담백하게 풀어 놓았다. 그녀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나도 리틀 블랙 드레스나 한번 입어 볼까?’라든가 ‘김혜수만 베어백 드레스 입으라는 법 있나?’ 식의 생각을 하며 거울 앞에 선다면 지금보다 행복할 것 같다는 그녀의 생각을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 나 또한 그러면 짬내서 읽은 보람이 있을테지만... 이 책은 패션가 담쌓고 산지 오래됬지만 옷 잘 입는 법을 알 수 있을까, 신체적 겨함을 보완해 보기 좋게 코디해 옷입는 법 내지는 스타일리시한 그녀들의 옷차리믈 겨툰질이라도 해 볼 심상인 좋은 스타일이란 어떤 것 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패션’의 길잡이가 되리란 기대와는 달리 패션에 문외한이었던 저자가 패션에디터가 되기 위해 처음으로 면접 의상을 고민하던 날의 기억, 패션계 선배들을 보면서 진정으로 ‘좋은 스타일’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던 일 등 패션에디터가 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취제차 만났던 스타일리스트, 가장 친한 친구와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들의 옷 입기에 관한 추억과 경험담을 재미있게 엮은 스타일 에세이다. 보너스로 패션 팁을 꼼꼼하게 챙겨 놓긴 했지만. 평범한 주부들은 들어 보지도 못한 명품 브랜드, 이름도 생소한 외국의 패션 스트리트 이야기는 패션잡지를 보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었지만 읽을수록 그녀의 솔직함에 빠져들게 된다.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살빼라고 날씬한 몸에 뭘 걸쳐도 멋지니까 날씬하지 않다면, 옷 사는데 투자 할 돈일랑 살 빼는데 투자하고 날씬한 다음에 옷을 사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에둘러 말하지 않고 거침없이 직선적으로 말한다. 불편한 신발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페레가모'의 말을 인용하지 앟더라도 신발은 두 쪽 다 신어보고 걸어 보라고 충고한다. 어떤 옷에 매치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 옷과 균형을 맞추되 과감한 디자인에 도전해 보는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그녀의 패션조언 모두를 수용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에게 어올리지만은 않겠지만 지금의 내 스타일을 돌아보고 실제 입어보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니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용기내 입어보리라 결심하게 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내 자신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