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무겁고 복잡한 감정이 들긴 처음있는 일 이다. 말로는 표현 할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얽혀 며칠을 되새김질 하듯 곱씹어 본 후에도 앙금처럼 가라 앉은 찌꺼기를 어쩔수 없었다. 그 책이 아직도 내손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고백'이다.
 
이 이야기는 한사람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각자의 관점에서 한 사건을 바라 보는 독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내가 알던 상식의 고백은 무언가 잘못한 일을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인줄 알았지만 다른 종류의 고백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기적인 고백.
지루할 틈도 없고 너무 빠른 전개와 애기치 못한 사건과 뛰어난 인물의 심리 묘사로 인해 미처 내게 생각할 틈조차 허용 하지 않는다. 
   
진실을 고백하는 <성직자>편에서 이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살인 사건의 전말과 그에 응징 코저하는 복수의 방법까지 전부 밝혀 여타 추리 소설과는 다른 구성을 보인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외동딸 마나미,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딸에게 모든 사랑과 정성을 기울인 싱글맘으로서 유코의 충격은 복수로 이어지고,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에서 그녀는 담담하고 단호하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고백인가, 익사 사고로 알고 있던 학생들은 살인 사건이며 그 살인범이 같은 반 학생이라는 이야기에 충격과 놀라움을 감출수 없다. 꼭 그녀는 어린 학생들 앞에서 고백을 했어야 했나, 한 사람의 고백이 이처럼 큰 파장을 몰고 올수 있다니 소름이 돋는다. 오싹한 한기와 더불어 번져가는 호기심. 첫 장부터 모든걸 밝히면 다음은 뭐가 남지? 서서히 복수의 결과가 들어날까?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에 책장을 넘긴다.
 
<순교자>는 유코가 학교를 떠난후 반장 미즈키의 눈으로 바라본 반 학생들의 광기 어린 모습이다. 살인자를 집단 따돌림과 그들만의 방식으로 응징하는 과정을 통해 익명성과 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광기을 적나라 하게 보여 준다.
 
<자애자>는 살인범중 한명인 B의 누나의 이야기로 어머니의 일기를 교차하여 그녀의 절망과 한 집안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구도자>편에서는 범인B가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 한다.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의 회상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고 동정
심과 힘께 역시 아이 였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어른들의 책임을 통감 한다.
 
<신봉자>에서는 사건의 시작인 범인B, 그의 어린시절과 함께 그가 믿는 진실과 그의 유일한 희망 어머니. 이 비극적인 사건의 중심에 있으며 그가 살인까지 불사하며 절실히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못해 허무하다.  
 
그리고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내게 하고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마지막 유코의 이야기 <전도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감정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적나라 하게 밝힌 이 이야기는 너무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형법에 의해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만 14세부터 20세까지의 소년범에 대해서는 소년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 역시 이법에 의해 열세 살의 나이로 살인을 저지른 소년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분별을 할수 있는 가해자인 이들과 그들의 가족과 피해자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지, 그들이 취할수 있는 행동이란 것이 과연 한계를 그을수 있을 것인지? 이 이야기의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라 할수 있다. 너무나도 치밀한 구성과 심리 묘사는 글을 읽는 내내 온 신경을 자극한다. 마음이 무겁다. 결론이 없는 이야기처럼 생각의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게 달리다 원점으로 되돌아 온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나본 이름 석자'임꺽정' 80년대 금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폭넓은 독자들의 인기를 누리던  이 책을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에 의해 새로운 관점으로 재 해석하여 '길위에서 펼펴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이라는 제목을 달아 출판하였다.한때 임꺽정과 장길산을 비교하며 토론하고 밤새우던 객기어린때가 내게도 있었음을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취업을 못한 배수나 명퇴한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 시대의 마이너라 칭한다면 분명 청석골 칠두령을 비롯한 그의 졸개들은 조선시대 마이너임에 틀림 없다. 비주류임에도 그들의 배짱과 의리, 갖바치의 지성과 미래를 보는 탁월한 안목을 한수 배우게 되길 바라며 그들의 향연에 동참해 보자.
 
특별한 직업도 없는 백수들이 먹고 사느네 어려움을 겪기는 커녕 남들다하는 사랑도 하고 끈끈한 유대감으로 얽킨 우정도 공유하고, 온갖 놀이에도 동참 할수 있엇는지 의하하기만 하다. 우리 시대의 백수들은 직업 없이는 돈 없고 돈 없이는 사랑과 우정은 고사하고 변변한 놀거리 조차 없는게 뼈아픈 현실이다. 무엇이 이들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할수 있게 만드느지 그 차이가 대체 뭘까?  
 
우선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이세상의 차별과 모순에 울분을 터트리기는 하지만 . 직업이나 인종,차별, 자격 등  온갖 주류적 가치에서 자유로울수 있었기에 낡은 의례와 습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창조 할수 있었다
 
그들도 배움의 길을 가긴 했다. 가다가 옆길로 새 놀이로 들어서도 배움이곧 놀이고 배움과 놀이가 따로 없는 이상적인 교육 형태로 각자 잘할수 있는 것을 배워 달인의 경지에 오랐다. '축지법과 장기의 달인' 천왕둥이, '돌팔매의 달인' 배돌석이, '표창의달인'박유복이, '활의 달인' 이봉학이 음양오행의 이치와 술수를 터득한 양주팔과 타고남 장사에 검술과 말타기의 달인 임꺽정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배우기를 주져하지 않고 스승에 거머리처럼 붙에 배움에 올인하는 그들에게 이시대의 백수들이여 힌수 배우길 바란다.
 
칠두령들은 제각기 다른 출생의 비극과 가난과 질병, 멸시와 천대. 원한과 복수로 점철된 인생들이기에 허물이나 자신의 인생역경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 터놓고 비밀 없는 사이가 될수 있었기에 목숨까지 걸수 있는 쫀득한 우정을 지닐수 있었다.
자격지심과 비밀,거짓으로 포장된 현대의 백수들이여 이들의 우정과 인생관을 부러워 말고 나부터 친구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봄은 어떨런지...
 
임꺽정이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는 리얼리즘에 있다. 그가 의협심에 불타 세상를 바꾸고자 의적이 된건 아니다. 그는 다만 생계형 도적일 뿐이다. 이점은 홍길동이나 장길산과 비교되는 대복이다. 이들은 단지 먹고 살길이 어려워져 길위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청석골을 만들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특별한 능력의 달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능력을 돈 버는데 쓰지 않고 백수의 자존심을 지킨다. 능력이 어디 화폐가치로 측정 되겠는가. 오늘의 백수들이여 온갖 자격증, 해외 연수등 스펙 만들기에 공들이며 그대들 자신을 화폐적 가치척도에 종속 시키려 하는가. 시간의 노예로 살지 말고 시간을 부리며 살길, 그 자유 시간들을 아낌 없이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는데 쓰고 불안해 하거나 두려워 말고 행운과 마주 할때 배짱과 호기로 당당히 기회를 잡기 바란다. 참고로 이책을 읽기전에 필히 임꺽정을 읽고 본다면 좋을듯 싶다. 그래야 제대로된 마이너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자 잠언록 - 추호의 끝보다 큰 것은 없다 태산도 작은 것이다
황천춘 외 지음, 김현식 옮김 / 보누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고전을 읽는 즐거움에 흠뻑 취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왠만큼 벼르지 않고서야 방대한 문량의 고전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곱씹어 생각하며 읽어야 옛 성현들의 말씀하신 바를 알수 있음이며 즐거움이 크지만 그로 인해 다른 일이나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바쁜 생활에 짬내기가 쉽지 만은 않다.
 
'장자 잠언록'은 원문에서 주옥같은 장자의 대표적인 철학 사상을 가려내 엮은 말 그대로 잠언록 이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의 인생관과 철학은 삶의 지표가 되어 준다. 도연명이나 소동파 등 당대의 문인들 역시 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리라. 
 
장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 가기 위해 고정관념이나 편협한 가치관을 버리고 유연하고 자조적인 사고 방식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라고 말한다. 천지 만물이 움직이는 자연의 이치와 철학 사상, 처세 교훈과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고요하게 소박한 삶을 사는 방법을  해학과 우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또한 장자의 말씀 뒤에 서양철학의 명언을 덧붙여 놓아 읽는이로 하여금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지닌 사상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지혜로운 교훈을 얻도록 했다. 모든 도는 한곳으로 통하는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동서 고금의 철학이 이처럼 비슷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어째서 서로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마음과 눈에 차별이 있을까? 
차별과 제한을 두는것은 사람들의 마음이며 착각일 뿐이다. 길고 짧은것, 고저와 대소, 아름답고 추함, 옳고 그름은  비교로 인해 생기며 상대적일 뿐이다. 원래 만물은 어떤 차별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만든 차별에 의해 스스로 미혹되고 덫에 걸리게 된다. "사물의 이쪽면은 바로 사물의 저쪽 면이며 사물의 저쪽면 또한 사물의 이쪽 면이다"  어둠이 없다면 빛의 고마움을 알수 있을까. 행,불행과 죽음 마저 초월하여 자연의 일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은 욕심을 버리고 세상 모든것으로 부터 자유롭기에 가능 하리라.
 
“알지 못하겠다.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이는 장자를 이야기할때‘물아일체’의 사상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유명한 이야기  다. 장자는 자신과 나비 사이에 근본적인 구분이 없다고 보았다. 만물은 하나이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물아의 구별이 없는 초월의 경지 속에서는 꿈도 현실도 구분이 없다. 그가 물욕과 명예를 탐하지 않고 재상의 자리 마저 거절하고 진장한 자유인으로 살수 있었던 것은 초월의 경지에 이름이며 빈마음의 상태, 편안함 곧 즐거움이다. 그리하여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장자는 도가 어디에 있냐는 물음에 도는 기왓장이나 바위, 심지어 똥오줌에도 도가 있다고 답한다. 어디에나 도가 있으니 없는곳이 있을까. 하여 비천의 구분이 없음이며 사람과 사물, 나와너, 귀하고 천함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학업의 실패나 실연, 사업의 실패, 배신이나 상처, 금전적 손실, 고립무원 등 비극적 상황은 마음을 죽이는 것이니 사람이 죽는것 보다 더 큰일이 아닌가. 우리는 아름다움도 겪을 수 있으며 재앙과 화도 만날수 있다. 불필요한 걱정과 좌절, 고민을 키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키우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도록 하자. 그렇게 하여 여유롭고 평탄한 삶을 누릴수 있으리라.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그의 철학이 생활의 지혜가 될수 있음은 다만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때문일 게다.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누가 부인 할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그 어떤 삶도 귀하지 않은것이 없다고, 곤경과 좌절을 만나더라도 자기를 환경의 노예로 만들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 그의 가르침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슴에 한편에 자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어찌하면 좋을까요? - 안젤름 그륀 신부의 人生에 대한 일문일답
안셀름 그륀 지음, 송명희 옮김 / 열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연습도 없다. 오로지 실전일 뿐이다.
살다보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 쉬게 해결 할수 없는 문제들이나 선택의 갈림 길에서 고민하게 되는데 이럴때 인생의 멘토가 있어 나에게 길을 제시해 주고 조언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늘 생각했다. 이 책은 가족, 일상생활, 부부 문제, 직장, 영성, 건강과 죽음, 죄 등 인생의 문제들을 편지로 상담 할때 기꺼이 우리에게 이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알젤름 그륀 신부님의 일문 일답이다. 마치 마주 보고 앉아서 대롸를 나누듯 조근조근 우리게 설명하신다. 
 
여러가지 면에서 내가 묻고 싶고, 또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의 고민들과 더불어 도움말들을 담고 잇다. 물론 정답이 아닐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문제를 본인만이 해결할 수 밖에 없기에 생각할 힘과 해답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 주고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 주심으로 인해 힘이 되어 주신다.
   
 
직장생활이나 성공의 여부로 자신을 평가하는 태도를 버리면 다른 사람의 판단으로 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충고 하신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받아 들이고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할때 삶에 대한 기쁨을 맛볼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 가기에 중년에 접어 들면 노화 문제에 직면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어떤 삶의 흔적을 남기고 가는지? 건강이 더이상 우리를 받쳐 주지 못할 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늙은 부모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물음에 신부님은 누구나 늙고 죽을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늙음으로써 신을 향한 마음이 더 크게 열리므로 노화 현상에서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부여 한다. 우리는 자신의 노화를 안고 부모의 봉양을 직면하게 되는데 늙은 부모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마음가짐이 문제가 되며 우리가 직접 부모를 봉양하든 양로원에 모셔 놓든 이것은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부모와 바람직한 작별을 위한 마지막 구간이 화해와 감사와 사랑의 길이 될수 있도록 하라신다.
 
살다보면 답을 찾을때까지 기다릴수 없는 상황들도 있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품게 될 때도 있다. 그럴때 우리는 양심이나 느낌, 때로는 꿈으로 답을 얻을 때가 종종있다.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많은 사랑과 평화가 있는 곳에서 올바른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이이는 이리도 글을 맛깔스럽게 잘 쓸수 있을까? 맞장구 치며 읽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장, 책장을 덮는 아쉬운 마음이 이리도 클수 없다. 보통 서민들의 이야기, 우리네 이야기, 내 마음을 내 속에 들어 왔던것 처럼 이리도 훤히 뚫고 있을까?
'가을 여자'의 주인공 대부분 중년여성 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인생의 젊음을 지나온 아쉬움을 이이가 이렇듯 대변해 줌에 고마웠기 때문 이리라.
 
책장을 덮고 나니 괜히 눈물이 난다. 가을을 타는지, 겨울은 추운것이 당연하지만 가을의 스산함은 뼈속까지 사무친다. 그래서 고이 접어둔 추억을 하나씩 들추어 내 곱씹어 보며 쓸쓸함을 달래게 되는가 보다. 사실 돌아 보면 별반 특별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일상처럼 가벼울 수 있는 일들이 그때는 왜 그리도 가슴 시리도록 애잔했는지, 젊음이란 지나가면 아쉽고 한없이 그리운 인생의 절정기 임에 틀림 없다.
 
그녀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를 조근조근 우리게 풀어 놓은 25편의 단상들은 어찌 보면 모두가 나의 이야기 일수 있고, 너의 이야기 일수 있기에 모두 같은 일직선에 놓인듯 하다. 한편의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게되는 까닭일 게다.
 
'철늦은 사랑 노래'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잠시의 허상을 이야기한다. 나이가 먹어도 여자이고 픈 마음, 미쳤어 그 나이에 라고 호들갑 떨어도 마음 한구석이 짠하도 예쁘게 보이고 싶고 사랑 받고 싶어은 여자의 마음이 세월 앞에 처연해 진다.  
 
'시든 꽃의 고백' 멋 부림으로 자신의 남루하고 열악한 삶의 조건들을 깁고 메우고, 반듯하게 살고 싶어 구긴 옷을 정성껏 다려 입으며 그것이 생에 대한 예의 였노라, 뒤틀린 삶에 대한 보복이 아닌 상처에 대한 사랑 이었노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생존 방식과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방식이 왜이리 가슴 아프고 공허하게 내 마음에 긴 여운의 메아리로 남는지 모르겠다. 이젠 그녀를 이해할수 있는 중년이 되었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일 게다.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딸과 역시 젊어 홀로된 어머니. 그녀는 남편 기일에 산소 주변에 난 쑥을 캐는 어머니를 조금은 미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마음이 내게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잉어를 사시며 한 마리 건네신다. 보양식으로 고아 드실거란 예상을 뒤엎고 어머닌 그놈들을 방생 하시신다. 어리석게 낚시꾼의 미끼에 걸리지 말고 멀리멀리 가라는 말과 함께.... 홀로 아이들을 키우시며 쑥처럼 캐내도 다시 나오는 질긴 생명력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어머니. 아버지의 죽음 후 어머니는 악착 같이 사시며 때론 이렇게 죽은 목숨 살리는 일로 마음을 달래시며 위안을 얻으시고 죽은 사람을 위해 할수 있는 그녀만의 최선을 다 하셨는가 보다.    
 
까칠한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시모나 그녀도 흘러 가는 시간 앞에서 찰라에 지나지 않는 인생이며, 오욕칠정의 부질 없음을 깨닫는 중년 여성의 담담한 이야기. 사철 발벗은 아내의 모습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남편. 다달이 나가는 은행 융자금, 빛갚기 위한 적금 붓기, 교육비며 생활비에 모처럼 나들이옷을 빌려 입으며 이젠 뚱뚱해져서 언니 옷도 빌려 입기 쉽지 않다고 푸념하는 아내, 예쁠것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아내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눈물 겨운지.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과 역할에 메인 팍팍한 삶을 살며 변변한 나들이옷 하나 없어 남의 것으로 나마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여자의 본능을 누가 비난 할수 있겠는가. 그런 아내에게 마안한 마음이 치통의 아픔으로 번져온다.
 
설핏든 초저녁 잠에서 깬 가장인 그가 아내와 두아이가 앉아 있는 한 없이 호젓하고 정다운 분위기를 보며 평화로운 그속에 끼지 못하고 쓸쓸함을 안고 어둠속에 한참을 서있다. 왜 자신을 따돌리고 비밀 모의를 한다고 보여지는 건지, 손닿을고에 있는 이들이 멀게만 느껴 지는 건지, 이처럼 안락함과 평화로움을 주기 위해 그의 삶이 얼마나 혹사당하는지 씁쓸한 생각을 한다. 그런 그가 늘 억울함으로 돌아켜 보던 인생, 고독과 초조함과 좌절감으로 감내해내야 하는 중년이 결코 자기만의 삶의 짐이 아님을, 자고 있는 아이들 역시 고독하게 자신의 인생의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는 모습에 내 가슴이 져러 온다. 중년의 남성들도 그들 나름의 고민을 아내에게 조차 말못하고 속에 치밀어 오는 고독과 쓸쓸함을 가만히 인내하고 있음을 그것이 사랑임을 어렴픗이 느껴진다.
 
가슴 떨리는 사랑이 아니어도 잔잔한 깊은 속정으로 인생의 황혼을 함께할 사람이 옆에 있음을 감사한다. '오정희' 그녀와의 소중한 만남으로 또 한번의 가을을 이 책과 함께 보내게 됨을 감사한다. 그녀는 어렵고 힘든일을 이겨 내는건 소리 없는 사랑의 힘 이라 진실을 조용히 말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