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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네 명의 작가가 펼쳐 보인 그리움. 네가지 색의 그리움에 빠지다
그리움이 켜켜이 쌓이면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가 되어 비어져 나오는 것일까?
이 시대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 오정희, 곽재구, 고재종, 이정록이 깊은 그리움의 향수를 자아내게한 그리운 사람를, 떠나온 고향, 자연 풍광 등 가슴 한켠에 담아 두었던 그리움의 자락을 펼쳐 보인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맛깔스런 문장이 돋보이는 오정희. 그녀를 대할 때마다 어찌 이리도 여자들의 마음믈 잘 아는지 늘 궁금했더랬다. 4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오는 그녀의 그리움은 무엇일까.
그녀의 그리움에는 덜익은 픗사과처럼 떨지만 알싸하고 새콤함이 묻어난다.
청소년 시절 시절 겪었던 경험과 추억. 어머니와 딸의 근원적 관계를 그린〈딸의 어머니〉, 작가 이기전에 주부이자 부인, 어마니로 한 가정의 살림을 밑고있는 생활인으로서의 심정을 담담히 적은 <가계부를 뒤적이며>, 그녀 또한 중년을 보내고 있기에 그에 따른 경험담과 우울증을 표현한〈우울증에 대하여〉는 어머니의 딸인 동시에 내 딸의 어머니인 그 마음을 지독히도 정확히 콕 집어 표현하고 있다. 그녀도 우울의 문턱을 닳다도록 넘나들었지만 함께 해 준 친구가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며 힘을 내라한다. 그녀의 글 속에는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서 위로와 겪려를 얻게 되는가 보다.
곽재구 작가의 글은 한 폭의 수체화 처럼 투명하고 부드럽다. 일상의 소소함이 묻어나고 한 장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한 맹인 부부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그린<그림엽서>,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오물 더미 위에서
재즈 연주를 하던 흑인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오물의 냄새는 더 이상 악취가 아니고 따뜻하고 편안한 것이었으며 열정과 신뢰에 찬 재즈의 가락이 그대로 스며 있는 냄새로 기억한다는 <냄새, 내가 사랑한 시간들의 춤>, 작가는 여행을 통해 자연이나 그곳 사람들의 정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시와 거문고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기생 매창의 삶과 문학을 되짚어 가며 그녀의 삶과 회한을 그리고 주옥같은 시를 만나 볼수 있는 <노래는 끝났어도 그리움은 한이 없어라>. 일상에서 때로는 여행 중에 마추친 풍경이나 깨달음은 그의 가슴 한켠에 오래도록 남아 그림움으로 기억된다.
고재종 작가는 자연과 자연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핀 길을 함께 걷던 첫사랑 누나, 메타세콰이아 길에 얽힌 추억을 돌아보며, 그 길을 보존하는 것은 가슴속에 오래도록 기억 될 추억 한 가지를 보테는 것이리라 말한다.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밤 우연히 냇가에서 훔쳐보았던 여인들의 목욕 장면에 얽힌 추억. 그이의 글에선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과 하나가 된다. 자연을 닮고자하는 마음이 담긴 그의 글에서 풀 냄새, 흙냄새가 난다. 그의 글도 자연을 닮아 가는가 보다.
이정록 작가는 시골 마을의 풍경과 함께 어린시절 작가의 성장과정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 놓았다. 가슴 저미는 그리운 풍경은 고향일 게다. 구수한 밥짓는 냄새와 더불어 뽀햫게 피어 오르던 굴뚝의 연기, 어릴적 고향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비록 내 고향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그의 기억속 그리운 고향의 모습은 잊고 지냈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저마다의 그리움의 추억은 다르겠지만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을 ‘그리움’이라 한면 나의 애닮은 그리움의 대상은 아버지이다. 불러보고 싶고 보고도 싶은 가슴저미는 그리움. 이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잊고 살던 고향의 모습이, 푸근한 시골 풍경, 눈이 소복히 쌓인 밤길을 제사 지내고 아버지와 오븟하게 돌아오던 길, 차곡 차곡 고이 간직하고 있던 그리운 기억을 꺼내 볼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한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기억들, 켜켜이 쌓아둔 무은 감정들을 펼쳐보며 그리움 속에 간직했던 저릿한 기쁨을 만난다. 엔젠가 오늘을 사무치게 그리워 할 날도 있으리라. 작가의 말대로 그리움이 우리의 무너진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됨을 그때는 알 수 있까.
작가의 연륜이 묻어나는 글들이 귀절마다 울림이 되어 가슴 깊숙히 번져 온다. 정감있고 정제된 언어의 표현들과 아름다운 언어를 이다지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그네들은 분명 언어의 마법사임에 틀림없다. 무뎌진 감성을 깨우고 잠겨있던 마음의 빗장을 소리도 없이 열어 그리움을 살포시 꺼내 놓는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