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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섬세한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한 마스다 미리님의 《하기 힘든 말 》
나라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의 삶에서 같은 여성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공감을 갖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떠한 배경이나 조건을 떠나서 인간이라는 한 사람을 놓고 보았을 때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스다 미리님의 책에서는 늘 겸손하고 바른 사람의 향기가 난다.
약간은 소심한듯하지만 섬세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묻어나서 더 좋다.
타인의 눈으로 보기에 예민한 사람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지극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고 섬세한 감성과 생각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다.
모든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조용한듯 하면서 유쾌하고
어린아이 같은 동심이 느껴지고 소소한것들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매력적이다.
우리는 매일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 말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매개체이며, 말의 힘은 대단하다.
똑같은 말을 해도 태도나 방법에 따라 그 의미 전달이 달라지기 때문에
말은 늘 신중하고 조심히 하는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주저하고
속마음과는 다른 말들을 내 뱉고 있는지 모른다.
마치 자신의 모습이 들어 날까 숨기고 가면 뒤에서 타인이 바라는 모습의 얼굴로 살아가는 인형처럼 말이다.
살아가면서 하기 힘든 말들이 생각해 보면 참 많다.
나의 가벼운 말 한마디로 인해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도 하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요즘은 외래어와 비속어 사용이 늘어가면서 언어 파괴가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며
나라는 사람을 표현해주고 나의 얼굴이 되기도 하는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필요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작가 마스다 미리의 글을 통해 우리의 생활속에서도
하기 힘든 말들이 무엇이 있고, 왜 우리가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 안 하세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듣게 되는 말이다.
나 또한 충분히 많이 듣고 있는 말이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안하고 싶어서 안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안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결혼 안하냐는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나의 경험을 뒷받침하여 결혼에 대한 말은 쉽게 물어보지 않는 편이다.
미혼, 기혼, 돌싱들 모두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각자의 삶인 것이다.
결혼을 안하던 못하던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굳이 물어서
알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고 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심심해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니 삼가해주시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쪽?
"S?M?"이 무슨 말일까?
책을 읽으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 갔다가 궁금해서 검색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이 말은 일본 젊은 친구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인것 같다.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여서 이해를 도왔더라면 좋았을 법 한데 아쉬움이 남는다.
S는 사디스트
M은 마조히스트
극히 친한 사이에서만 가능할 법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말을 꺼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에는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고 이야기를 하는 자체를 숨기고 꺼리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밝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낮저밤이 낮이밤이" 라는 말을 게스트들에게 물어보는 형식으로 그들의 사적인
성생활을 거리낌없이 알아보기도 한다.
볼수록 예쁜 표지에 눈을 뗄 수 없다.
홍매화 꽃잎에 물들어 수줍게 얼굴 붉히고 있는 듯 하다.
레어 · 미이엄 · 웰던
어릴 적 TV를 보면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남성이 멋있게 주문을 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여자는 "같은걸로요!" 말을 하면서 속으로 자신이 처음으로 이렇게 멋진 곳에 왔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노력을 한다.
특히 고기 굽기를 물어보는 종업원의 말에 당당히 "레어로 구워주세요!"라고 말하고 나서
막상 핏물이 흐르는 덜 익은 고깃덩어리를 보고 놀라며 화를 내는 모습을 봤을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면 저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지 하면서
주문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서양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옛날에는
외래어의 사용 자체만으로도 위압감과 고급스러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나 또한 지금은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까다롭게 요구사항을 늘어 놓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주문하기 전부터 늘 긴장하고 내 마음과 다르게 주문을 시켜버리기도 했었다.
지금도 고기 굽기를 말할 때 너무 "척"해 보이지 않는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잘 익혀주세요~라고 우리말로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낯선 언어로주문을 해야 하나?
영어로 말하면 나의 가치가 높아지는 양 착각속에서 자기만족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스다 미리님 책은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자연스럽다.
꾸미지 않아도 예쁘고 화려하지 않아도 끌림이 있고 볼 수록 매력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부담감이나 쫒김이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묘한 나른함이 있다.
그녀의 지극히 단적이고 사적인 삶의 일부분, 그녀의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의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점점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단 작가와 교감이 잘 되고 공감을 잘 할 수 있는 연령층은 딱 30대인 것 같다.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소심한듯 세심한 독자층이라면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저 지루한 만화책에 불과할 것 같다.
모든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기는 어렵겠지만
그녀의 담백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은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하기 힘든 말에, 내 진짜 모습이 있다!
나의 평소 언어 습관을 들여다 보고 나를 알아가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 뜻깊은 시간이였다.
30대 미혼 여성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