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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로그아웃이 필요할 때 - 길 위에서 나를 만나고 그곳에서 보내는 엽서 컬러링북
김홍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3월
평점 :

분홍색 표지와 앙증맞은 크기가 먼저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엽서 컬러링북으로 단지 도안 위에 색을 입히는 작업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서 전해지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컬러링북이다. 예쁘게 색칠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 글씨로 카드와 엽서를 전해줄 생각을 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전해진다. 바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컬러링북이 요즘 대세인데 그중에서도 이 책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크기가 크지 않고 그림이 일러스트 형식으로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이 살아있고 굵은 선 안에서의 자유로움이 허용된다. 도안이 너무 촘촘하고 복잡하면 그만큼 집중해서 해야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인다.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성취감과 만족감이 상당히 높다.
또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각 나라별 명물과 명소 12곳을 카드와 엽서로 담아 놓아서 지루할 틈이 없이 재미있게 채색을 할 수 있다. 각 카드마다 멋스러운 주제가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람들간의 의사 소통마저 카톡과 메시지, SNS등 지나치게 전자매체화 되어, 대화 단절로 진정한 소통의 시간이 부족하다.
컬러링북 하나하나에 색을 입혀 새로운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담고, 편지를 쓰는 동안 상대방의 입장이나 자신의 입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직장과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뿐만 아니라 불안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 │ 지중해 산토리니의 정경
지중해의 햇살이 쏟아지는 산토리니는 그리스의 명소 중의 명소이다.
처음 알게 된것이 TV의 음료 광고에 배경이 된 곳으로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얀 벽과 파란색 지붕, 파란 바다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였다.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라고 답할 것 같다.

거의 모든 벽이 하얀색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색칠하는데 조금 고민을 하였다.
예시로 나왔던 그림을 보면 노란빛이 많이 돌았지만 나는 전체적인 환한 느낌을 살리고자 연하게 터치만 하는 수준으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아래 환하게 빛나는 산토리니의 모습을 잘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사진을 참조하여 색을 칠해보려고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였다.

네덜란드 │ 네덜란드의 상징 풍차와 튤립
'꽃의 나라' 네덜란드는 튤립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나도 꽃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딱 이맘때인 4~5월에 열리는 튤립 축제를 연상케 하였다.
풍차를 보면서 어릴적 '플란다스의 개'라는 만화를 떠올렸다. 이색적이고 생경한 풍경이 그때는 참 신기하게 느껴졌었는데 우리나라의 물레방아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또 친숙하게도 느껴진다.

튤립은 여러가지 색깔이 한데 모여있는 것 보다는 한가지 색깔이 진하게 어우러져 있을 때 더 예뻐보이는 것 같다.
얇은 꽃잎을 표현하기 위해 연하게 그라데이션을 넣어 주는데 포인트를 두고 색칠했다.
그리고 파란 하늘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기 위해 풍차는 가급적 부드럽게 표현하고 하늘을 중점적으로 그라데이션을 넣어
시원함을 강조했다. 색상의 단조로움이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것 같다.

러시아 │ 상 페테브르크의 성 바실리 대성당
갖가지 색깔로 소용돌이치는 양파 모양의 돔으로 유명한 성 바실리 대성당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물이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나 일본의 디즈니랜드를 연상케 하는 건축물이다.
색감이 더욱 진하고 독특해서 동화책 속에서 나온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예시와는 다르게 실제 색감과도 다르게 나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색감을 구성해 보았다.

아일랜드 │ 더블린이 떠오르는 영화 〈원스 〉
감미로운 음악과 이국적인 영상미가 인상깊은 영화 원스의 명장면으로 주인공 글렌 핸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가 서 있는 이 곳이 바로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이다.
실제 영화 메인 포토와 같은 도안으로 이를 참조해서 색을 칠할려고 노력했다.
특히 예시와 도안에는 없지만 새롭게 구성해 낸 부분들이 있어 더 재미있고 즐겁게 색칠했다.
남자 주인공의 수염과 여자 주인공의 치마, 건물의 창문등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부분이 남,여 상의 색감을 칠하는 것이였다.
몇개 되지않는 색연필로 어둡고 비슷한 색의 옷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봤다.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 바로 이것이다.
색칠이 가장 잘 된것이기 때문이아니라 나만의 그림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는 의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색을 칠하면 칠할 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고 여행을 하듯 새로운 곳에서의 낯섬과 긴장감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진짜 여행을 하는듯한 착각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각 명소들의 정보를 검색해 봄으로써 그림의 배경과 역사를 알게 되는 또 다른 학습의 효과까지 주어지는 시간이기에 더욱 재미있고 즐거웠다.
앞으로 남은 엽서와 카드들은 예시로 주어졌던 완성본을 모사하기 보다는 나의 스토리를 더해 독창적인 그림으로 만들어 나가야겠다. 똑같이 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이렇게나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재미와 감동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완벽한 컬러링북으로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