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나와 고시원을 차렸습니다 - 교사에서 고시원 원장이 된 인생 커리어 전환기
노지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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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이의 용기 있는 선택과 그 여정에서 발견한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인 도서의 저자 노지현은 20년 넘게 공립학교 교사로 일해온 사람으로, 안정적인 수입, 보장된 미래, 익숙한 일상이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과감히 내려놓는다. 교단을 떠난 그는 생계를 해결할 방안으로 고시원 창업을 선택한다. 숙박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직접 청소하고 관리하며 하루하루를 채워간다. 낯설고 고단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이전의 삶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살아 있는 감각’을 되찾는다. 교사 시절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감 속에서 그는 자기 삶의 주도권을 점점 되찾아 간다.

실패할 수도 있었던 선택,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일상, 두려움을 안고 감행했던 변화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도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독자는 저자가 무엇을 해냈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해냈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도서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진심’이다. 고시원을 운영하며 마주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생소한 사업 영역에 발을 디디며 겪은 일들 속에서도 저자는 늘 ‘진심’으로 대한다. 그는 진심이 결국 사람을 움직이고, 일이 풀리게 만드는 힘이라고 믿는다. 이 신념은 도서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저자의 ‘현실 인식’이다. 그는 꿈을 좇기 위해선 생계를 해결해야 하고,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꿈과 돈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고시원을 택했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상만을 좇는 낭만적 이야기가 아니라, 땅을 딛고 선 현실적인 용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갖는다.



본문 곳곳에는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조언이 담겨 있다. 그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삶을 마주한 이의 담백한 통찰이다. “당신 인생의 기준점이 당신 안에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끊임없이 독자가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노지현의 이야기는 어떤 이에게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자신을 믿는 마음과, 스스로 설정한 인생의 방향이었다. ‘꿈을 향해 사는 삶’이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리는 시대지만, 그는 그 말의 진정성을 직접 살아내 보인다.



도서는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그리고 변화의 기로에서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며, 그들에게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정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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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시대의 만남 - 시대를 담은 위대한 화가들의 이야기
고동희 지음 / 쉼(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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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화가가 시대와 개인, 역사와 고통, 열정과 치유 사이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그 삶이 어떻게 화폭 위에서 다시 태어났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도서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고, 그 안에는 우리가 흔히 지나쳤던 인간의 감정과 질문이 묻어난다. 그래서 도서를 읽고 나면 한 점의 그림을 볼 때, 그 뒤에 서 있는 화가의 눈동자와 손끝의 떨림까지 느껴질 정도다.



저자는 단순한 미술사적 해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각 화가의 대표작을 매개로 그들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내며, 예술이 어떻게 개인의 고통을 위로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서 싸워왔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예컨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그저 낭만적인 풍경이 아니다. 저자는 그 그림 속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회오리치는 별빛, 역동적인 붓질을 통해 고흐가 세상과 자신에게 던진 간절한 울림을 읽어낸다. 그는 외로운 방에서 별을 보며 꿈꿨고, 그 꿈은 고통으로 점철된 그의 생을 견디게 한 유일한 희망이었다. 마네, 모네, 드가 등 인상주의 화가들이 기존 아카데미 미술의 틀을 깨고 거리로 나와 현실을 담았던 움직임도 도서의 주요한 축이다. 마네가 사회를 도발했던 '올랭피아'나 드가가 '발레리나'를 통해 도시의 일상을 기록한 방식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당대의 윤리와 가치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예술은 점점 개인적인 것으로, 때로는 정치적인 것으로 진화했다.



저자는 특히 화가와 그들의 ‘뮤즈’의 관계에 주목하며, 그림 너머의 인물들을 소환한다. 피카소가 사랑한 여인들이 그의 작품에서 어떻게 형상화됐는지, 로트렉의 모델 수잔 발라동이 <숙취>라는 작품에서 어떤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냈는지, 클림트의 황금빛 화면 뒤에 어떤 욕망과 상징이 숨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부분은 예술의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순간들을 들여다보는 이 과정은 예술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앙리 마티스가 말년에 물감 대신 가위와 종이로 창조해낸 작품 역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는 육체적 제약 속에서도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 작품에서조차 희망과 빛을 향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마티스가 말한 “가위는 연필보다 감각적이다”라는 말은 예술이 도구나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과 열정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도서는 예술을 잘 모르는 독자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체로 서술되었고, 각 화가의 생애와 작품이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덕분에 마치 전시회 해설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저자는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이 아님을 강조한다. 예술은 개인의 고통을 담고, 시대의 모순을 반영하며, 때로는 절망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는 의지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그림을 보는 법을 바꾸는 동시에,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새롭게 만든다.

예술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예술은 살아가는 것 자체라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꺼내 보여주는 용기, 변화에 맞서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는 힘,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예술이 지닌 이런 본질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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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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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내밀한 진동을 따라가는 한 편의 길고 깊은 숨 같은 도서는 울프가 생전 바라보았던 정원과 자연, 그리고 그에 얽힌 감정의 결을 따라 우리를 데려간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풍경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어느새 우리 안에 조용히 스며들어 지나간 시간과 마음속 그림자까지 환기시키는 마법 같은 글이다. 저자는 시간을 선형적으로 풀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는 불연속적으로 오가고, 기억은 감정과 함께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녀가 어린 시절 콘월 해변에서 느꼈던 기이한 환희, 바람이 커튼을 밀어 올리는 순간의 미묘한 기척, 사과나무 아래에서 까마귀 울음을 들으며 느낀 정적의 깊이—이 모든 것이 한데 얽혀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어떤 분위기를 만든다. 그녀의 문장은 종종 감각과 감정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겹쳐져 있는데, 그것은 마치 귀로 듣는 풍경이거나 손으로 만지는 기억처럼 다가온다.



『모두의 행복』은 행복이라는 말이 본래 얼마나 복잡하고도 미세한 감정의 조합인지 일깨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은 어떤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울프가 말하듯 사소한 기쁨의 파편들이 모여 이루는 미완의 조각보에 가깝다. 그녀는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피어나는 감정을 포착해낸다. 예를 들면, 여름날 연못 위로 떨어지는 비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느낀 생의 강렬함, 전쟁 중에도 계속되던 햇살과 식물의 생명력에 대한 감동. 이러한 순간들은 울프의 글 안에서 정적과 떨림을 동시에 지니며, 독자에게 자신만의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울프의 삶을 따라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는 유년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몽크스 하우스 정원의 고요한 시간들, 도심 속에서 발견한 삶의 역설, 문학 작품 속의 상상 풍경, 그리고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마주한 감각의 순간들까지. 이 여정은 물리적 장소의 나열이 아니라, 감정의 등고선을 따라 그려진 내면의 지도이다. 울프는 자연을 통해 자기를 직시하고, 기억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세계는 투명하거나 반짝이며 때론 몽환적이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절실한 애정과 애틋함이 담겨 있다.



전쟁과 불안이라는 배경 위에서도 ‘살아 있는 감각’을 끊임없이 붙잡으려는 시도로 울프는 폭격의 공포 속에서도 정원에 내리쬐는 햇빛에 마음을 두고, 불안정한 세계에서 자연의 순환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녀는 슬픔과 절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한가운데서 피어나는 연약하지만 강인한 생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다정하고, 깊고,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모두의 행복』은 단순히 울프의 자연 예찬이나 회고록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종종 잊고 지내는 감정의 깊이를 다시 꺼내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풍경과 기억을 불러오게 만들며, 삶이란 이토록 미묘하고 조용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문장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안에도 하나의 작은 정원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진실한, 그런 정원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모두의 행복'이란,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누구도 완전히 붙잡을 수 없는 어떤 감정의 무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더듬어보는 행위이자, 잊고 있던 감각에 다시 손을 얹는 일이다. 도서는 그 작은 손짓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조용하지만 위대한 문학적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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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독서, 그러니까 독서! - 읽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김세진 지음 / 재재책집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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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책이 어떻게 더 깊게 만날 수 있을지,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이 자라고 어떤 감정이 움트는지를 세심하게 짚어가는 여정인 도서는 오랜 시간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쌓은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그림책을 매개로 한 독서교육의 진심 어린 안내서다.



저자는 책읽기를 그저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닌, 내면을 길러가는 ‘꺼내기’의 과정으로 본다. 책 속 이야기를 곱씹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과 질문들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책 전반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으며, 부모나 교사가 책을 어떻게 아이에게 다가가게 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감상은 정답이 없다’는 메시지다.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끼든, 무엇을 떠올리든 그 모두가 아이의 고유한 해석이라는 점을 저자는 누차 강조한다. 아이에게 책을 ‘제대로’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독서교육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지시’가 아닌 ‘동행’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 지도서로서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구체적인 그림책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각 장은 독립적인 주제의식과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예컨대 실수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책을 통해 아이의 자존감을 다루기도 하고, ‘다름’과 ‘편견’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책을 소개하며 사회적 감수성을 확장한다.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모와 교사가 함께할 수 있는 실천 활동을 제안하는 부분은 특히 유용하다. 이는 책 속 이야기를 삶의 현장으로 연결시키는 지점에서 교육적 깊이를 더한다.



‘읽는 힘이 곧 살아가는 힘’이라는 저자의 믿음은, AI 시대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고의 깊이보다 정보의 양이 중시되는 이 시대에, 생각하는 능력, 질문하는 태도, 상상하는 마음은 오히려 더 중요한 생존 도구가 된다. 책을 매개로 아이가 세상과 조화롭게 연결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은 책의 전면에 녹아 있으며, 이는 이 책이 단순한 ‘육아서’를 넘어서 교육철학서로도 읽히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단지 ‘무언가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시간임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읽는 이에게도 단단한 성찰을 건넨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독서 안내서이자, 아이의 내일을 준비하는 든든한 징검다리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결국 이긴다’는 문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그 말의 이유를 조용하고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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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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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연주자 김보미가 써내려간 한 예술가의 내밀한 여정인 도서는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닌, 한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관계 맺으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표현의 영역을 개척해왔는지를 담은 치열한 기록이다. 익숙한 음악의 언어가 아닌, 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에 뿌리를 둔 성찰이 도서 전반에 걸쳐 흐른다.

김보미는 국악이라는 전통성과 포스트록이라는 현대성을 가로지르는 음악가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한 편에도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실험하며, 질문을 던진다. 어린 시절 해금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세계 무대에서 연주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왜’라는 물음을 붙들고 있다. 왜 이 악기였는지, 왜 이 소리를 내야 하는지, 어떻게 이 음악이 가능했는지를 그는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 질문들이 쌓여 음악이 되었고, 이번엔 그 음악이 글로 옮겨졌다.



도서가 인상적인 것은, 연주에 앞서 사유가 선행된다는 점이다. 그는 곡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감정을 입힌다. 단순한 기교의 전달이 아닌, 정서와 맥락, 음의 인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산조 한 장단에도 저자는 서사를 부여하고, 그림을 보며 연주의 이미지를 상상한다. 이러한 태도는 해금이라는 악기를 단순한 전통의 도구에서 한 인간의 감각을 담는 매개체로 끌어올린다. 잠비나이라는 팀을 통해 보여주는 도전도 도서의 중요한 줄기다. 이들은 전통악기를 밴드라는 서양적 틀 안에서 단순히 소리의 장식으로 쓰지 않는다. 각 악기들이 고유한 자리를 갖고 서로 어긋남 없이 만나기 위해, 그는 ‘공존’이라는 개념을 깊이 탐색한다. 각기 다른 음악 세계가 충돌이 아닌 새로운 결합의 가능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김보미는 그 중간지대,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낯설음을 고스란히 음악 속에 녹여낸다. 이러한 작업이 그저 실험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단지 멋진 소리를 넘어서 누군가의 감정과 맞닿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여러 연주의 순간들, 특히 자연 앞에서 느낀 감정이나 낯선 땅에서의 공연이 주는 묘한 소속감은 음악이 인간 존재를 치유하고 연결하는 힘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음악은 고립된 개인들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실이고, 김보미는 그 실을 더듬어 우리에게 건넨다.



도서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단순한 반복 속에서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고백처럼, 평범한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럽게 독자 앞에 놓인다.



도서는 제목 그대로 음악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그것은 직업이나 기술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며,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이며, 자신을 끝없이 갱신해나가는 행위다. 저자는 도서에서 음악을 하고, 글을 쓰며, 결국 삶을 살아낸다. 누군가의 음악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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