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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 - 뇌는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만드는가 ㅣ 프린키피아 7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김성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운명의 과학』은 인간의 삶이 어디까지 정해져 있고, 어디서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지라는 오래된 질문을 뇌과학의 언어로 다시 묻는 책이다. 책은 운명과 자유의지를 대립시키는 대신, 인간이라는 존재가 놓여 있는 조건과 가능성을 동시에 바라보게 한다.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도 아니고, 모든 것이 결정된 기계도 아니다. 저자는 이 모호한 경계 위에서 뇌가 어떻게 삶의 방향을 형성하는지 차분하게 설명한다.

책의 핵심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의식적인 선택 이전에 이미 형성된 구조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유전자, 성장 환경, 과거의 경험, 반복된 습관이 겹겹이 쌓여 현재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실을 비관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지배하는 조건을 인식하는 순간, 제한된 자유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무지 속의 자유가 아니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유가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책을 읽고 나면,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누군가의 행동을 단순히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동시에 자기 삶을 전적으로 운 명에 맡기지도 않게 된다. 이해는 체념이 아니라 선택의 조건을 넓히는 도구가 된다. 인간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도 아니다. 운명은 고정된 결말이 아니라, 조건과 확률의 집합이다. 그 구조를 아는 사람만이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운명의 과학』은 그 출발선에 서기 위한 지도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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