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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평점 :
'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 있음의 경계에서, 인간다움을 묻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도착하는 편지이지만, 대부분은 그 봉투를 열어보기를 미룬다. 박산호의 《죽음을 인터뷰하다》는 그 미뤄둔 편지를 조용히 펼쳐 보게 하는 책이다.
번역가이자 작가로 오랫동안 언어의 결을 다듬어온 저자는 이번에는 삶의 마지막 언어를 탐구한다. 다섯 명의 ‘죽음을 곁에 둔 사람들’을 만나 생의 끝과 그 너머를 이야기하는,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묻는 대화의 기록이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두지 않는 시선을 가지고, 작가는 임종을 지켜온 요양보호사, 수많은 장례를 이끈 장례지도사, 반려동물의 상실을 상담하는 전문가, 신앙의 언어로 마음을 돌보는 신부, 그리고 호스피스 의사까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죽음을 마주한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히 엮는다. 그들의 언어는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삶의 현장에서 죽음을 매일 배웅해온 이들의 말은 '산다는 것은 관계를 끝까지 책임지는 일'임을 일깨운다.
저자 박산호의 시선에는 문학인의 섬세함과 인터뷰어의 통찰이 공존한다. 그는 질문을 통해 이들의 경험을 끌어올리고, 독자가 그들의 언어를 자신의 이야기로 옮겨올 수 있게 만든다.

문장은 담백하지만 깊다. 죽음을 다루면서도 감상적이지 않고, 철학적이면서도 따뜻하다.
책은 죽음이 아닌 삶의 책이다. 죽음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일은 곧 삶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 깨달음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죽음은 여전히 두렵다. 책을 읽은 후의 두려움은 막막함이 아니라, 준비된 마음의 무게다. 언젠가 올 그날을 위한 예행연습처럼, 오늘 하루를 더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죽음을 인터뷰하다》는 인간다움의 언어로 죽음을 번역함으로, 읽는 동안 우리는 생의 온도를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미뤄둔 말을 건네고, 아직 남은 시간을 더 따뜻하게 보낼 용기를 얻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살아 있음의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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