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의 부족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로 보여주며, 저자는 잠을 줄이는 것이 ‘느린 자살’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수면 부족이 면역력 저하, 대사 장애, 암, 심혈관 질환, 심지어 정신질환과도 직결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잠을 충분히 자지 않는 것이 단순한 피곤함을 넘어, 뇌 기능 저하와 감정 조절 불능, 창의력과 판단력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은, 수면이 곧 인간의 인지 능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수면을 단순히 과학적 사실로만 설명하지 않고 저자는 연구자이자 교육자, 대중과 소통하는 해설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딱딱할 수 있는 과학적 주제를 놀라울 만큼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 렘수면, 수면 주기, 뇌파 활동 같은 복잡한 개념들도 일상의 경험과 연결지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왜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더 또렷해지는 기분이 드는가’, ‘아이들의 늦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뇌 발달의 일부인가’ 같은 질문에 대한 설명은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면서도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설명을 제공한다. 현대 사회가 잠을 희생양 삼아 생산성과 효율을 강조해 온 것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흐름이다. 저자는 수면 부족이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시스템에도 심각한 오류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인간 중심의 사회 시스템이라면 수면을 보장하는 구조 역시 필수적이라는 주장으로 확장된다. 수면 부족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리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수련의의 오진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