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히 서명을 예쁘게 고치는 실용서가 아니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서명 분석 노하우』는 필적학의 이론적 기반부터 서명에 나타나는 성격 유형, 부적합한 서명 유형까지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PARTⅠ은 필적학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들을 정치·법조·상담·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분류하고, 서명과 손글씨가 심리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소개한다. 이 장은 독자에게 필적학이 단순한 사소한 기술이 아닌, 진지한 심리학적 접근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PARTⅡ는 본격적으로 글씨의 구성 요소들을 분석한다. 여백, 간격, 기울기, 크기, 압력, 속도 등 10가지 요소는 마치 성격 심리학의 체크리스트처럼 활용된다. 예를 들어, 글씨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반면, 왼쪽 기울기는 신중하고 내성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 글자의 크기, 줄 간격, 필압 등은 주체성과 집중력, 정서적 안정감 등을 짐작하게 한다. 이 파트는 분석의 도구로서 서명을 바라보게 하며, 독자가 자신의 서명을 직접 분석해보며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PARTⅢ는 ‘피해야 할 서명 15가지’를 포함하여, 필적에서 나타나는 부적합한 징후들을 소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하고 정돈된 서명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하거나 자기 방어적일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우리가 흔히 ‘좋은 글씨체’라고 여기는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외형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시선은 책 전반에 흐르는 일관된 태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지 개인의 자기 이해나 자기 계발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의 인재 선발, 심리 상담, 리더십 진단, 영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적학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글씨 하나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는 독자에게 이 책은 충분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또한, 서명과 필적을 단순히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대화의 도구’로 활용하자는 저자의 태도는 인상 깊다. 글씨는 정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움직이는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라는 설명은, 필적학을 심리학의 한 갈래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자신의 서명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곧 자신의 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