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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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금 연주자 김보미가 써내려간 한 예술가의 내밀한 여정인 도서는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닌, 한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관계 맺으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표현의 영역을 개척해왔는지를 담은 치열한 기록이다. 익숙한 음악의 언어가 아닌, 더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감각에 뿌리를 둔 성찰이 도서 전반에 걸쳐 흐른다.

김보미는 국악이라는 전통성과 포스트록이라는 현대성을 가로지르는 음악가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한 편에도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실험하며, 질문을 던진다. 어린 시절 해금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세계 무대에서 연주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왜’라는 물음을 붙들고 있다. 왜 이 악기였는지, 왜 이 소리를 내야 하는지, 어떻게 이 음악이 가능했는지를 그는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 질문들이 쌓여 음악이 되었고, 이번엔 그 음악이 글로 옮겨졌다.



도서가 인상적인 것은, 연주에 앞서 사유가 선행된다는 점이다. 그는 곡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감정을 입힌다. 단순한 기교의 전달이 아닌, 정서와 맥락, 음의 인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산조 한 장단에도 저자는 서사를 부여하고, 그림을 보며 연주의 이미지를 상상한다. 이러한 태도는 해금이라는 악기를 단순한 전통의 도구에서 한 인간의 감각을 담는 매개체로 끌어올린다. 잠비나이라는 팀을 통해 보여주는 도전도 도서의 중요한 줄기다. 이들은 전통악기를 밴드라는 서양적 틀 안에서 단순히 소리의 장식으로 쓰지 않는다. 각 악기들이 고유한 자리를 갖고 서로 어긋남 없이 만나기 위해, 그는 ‘공존’이라는 개념을 깊이 탐색한다. 각기 다른 음악 세계가 충돌이 아닌 새로운 결합의 가능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김보미는 그 중간지대,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낯설음을 고스란히 음악 속에 녹여낸다. 이러한 작업이 그저 실험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악이 단지 멋진 소리를 넘어서 누군가의 감정과 맞닿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여러 연주의 순간들, 특히 자연 앞에서 느낀 감정이나 낯선 땅에서의 공연이 주는 묘한 소속감은 음악이 인간 존재를 치유하고 연결하는 힘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음악은 고립된 개인들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실이고, 김보미는 그 실을 더듬어 우리에게 건넨다.



도서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단순한 반복 속에서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고백처럼, 평범한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통찰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럽게 독자 앞에 놓인다.



도서는 제목 그대로 음악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그것은 직업이나 기술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며,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이며, 자신을 끝없이 갱신해나가는 행위다. 저자는 도서에서 음악을 하고, 글을 쓰며, 결국 삶을 살아낸다. 누군가의 음악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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