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시대의 만남 - 시대를 담은 위대한 화가들의 이야기
고동희 지음 / 쉼(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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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6명의 화가가 시대와 개인, 역사와 고통, 열정과 치유 사이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그 삶이 어떻게 화폭 위에서 다시 태어났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도서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고, 그 안에는 우리가 흔히 지나쳤던 인간의 감정과 질문이 묻어난다. 그래서 도서를 읽고 나면 한 점의 그림을 볼 때, 그 뒤에 서 있는 화가의 눈동자와 손끝의 떨림까지 느껴질 정도다.



저자는 단순한 미술사적 해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각 화가의 대표작을 매개로 그들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내며, 예술이 어떻게 개인의 고통을 위로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서 싸워왔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예컨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그저 낭만적인 풍경이 아니다. 저자는 그 그림 속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회오리치는 별빛, 역동적인 붓질을 통해 고흐가 세상과 자신에게 던진 간절한 울림을 읽어낸다. 그는 외로운 방에서 별을 보며 꿈꿨고, 그 꿈은 고통으로 점철된 그의 생을 견디게 한 유일한 희망이었다. 마네, 모네, 드가 등 인상주의 화가들이 기존 아카데미 미술의 틀을 깨고 거리로 나와 현실을 담았던 움직임도 도서의 주요한 축이다. 마네가 사회를 도발했던 '올랭피아'나 드가가 '발레리나'를 통해 도시의 일상을 기록한 방식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당대의 윤리와 가치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예술은 점점 개인적인 것으로, 때로는 정치적인 것으로 진화했다.



저자는 특히 화가와 그들의 ‘뮤즈’의 관계에 주목하며, 그림 너머의 인물들을 소환한다. 피카소가 사랑한 여인들이 그의 작품에서 어떻게 형상화됐는지, 로트렉의 모델 수잔 발라동이 <숙취>라는 작품에서 어떤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냈는지, 클림트의 황금빛 화면 뒤에 어떤 욕망과 상징이 숨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부분은 예술의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순간들을 들여다보는 이 과정은 예술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앙리 마티스가 말년에 물감 대신 가위와 종이로 창조해낸 작품 역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는 육체적 제약 속에서도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 작품에서조차 희망과 빛을 향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마티스가 말한 “가위는 연필보다 감각적이다”라는 말은 예술이 도구나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과 열정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도서는 예술을 잘 모르는 독자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체로 서술되었고, 각 화가의 생애와 작품이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덕분에 마치 전시회 해설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저자는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이 아님을 강조한다. 예술은 개인의 고통을 담고, 시대의 모순을 반영하며, 때로는 절망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는 의지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그림을 보는 법을 바꾸는 동시에,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새롭게 만든다.

예술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예술은 살아가는 것 자체라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꺼내 보여주는 용기, 변화에 맞서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말하는 힘,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예술이 지닌 이런 본질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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