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라는 단 한사람의 범인을 찾기 위한 사건 해결 과정을 추적하는, 형식적인 기법을 창조해 소설의 한 쟝르를 만들었던 포우나 코난 도일이 없었더라면....아가사 크리스티가 그들 대신 미스터리 쟝르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봄에 나는 없었다>같은 순수 소설을 쓴 평범한 작가로 후대에 이름이 남았을까?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미스터리 여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버지니아 울프 같은 대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초등 육학년때인가, 80년대 초반에 티비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아가사 크리스티역을 맡아 남편의 외도에 잠시 잠적했던 일화를 영화화했던 <아가사>란 영화를 방영해 준 적이 있다(휴, 이 영화 제목을 몰라 한참을 검색해서 찾아냈다). 뭘 모르던 어린 눈에도 아가사로 분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심적인 고통으로 방황하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는지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았을 정도로 여주만 기억남은 영화였는데, 그 때 방송에서 추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가 남편의 외도로 행방이 묘연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영화화했다고 선전했었는데, 이 에피소드를 아가사 크리스티가 소설로 썼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 땐 감독이 그녀의 잠적을 미스터리로 만들었는 줄 알았는데, 작가 자신의 행방불명을 소설화 했다니,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어느 정도 객관화 되고 추스러진 상태에서 쓴 건가. 소설 제목 자체의 아우라가 공허함과 절망감이 섞여 있는 듯 하다.

 

갈수록 독서의 폭이 좁아져 순수소설쪽은 잘 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미스터리 기법을 제거한 체 씌여졌는지 궁금하다. 그녀가 순수소설은 대하는 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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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4-02-07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단순하게 표지가 예뻐서 찜해놓은 책인데요, 기억님 글 읽으니 새삼 제목도 좋고, ㅋㅋ 그런 비화도 있었구나 재밌네. 싶어집니다 ㅎㅎ

기억의집 2014-02-11 09:01   좋아요 0 | URL
아이고..이제야 컴을 켜서 댓글 달아요. 댓글 달린 걸 봤는데 이상하게 스마트폰으론 댓글 못 달겠더라구요. 자판도 작고 불편해서... 저도 이 작품 표지가 맘에 들더라구요. 근데 저 표지 보면서 아 저 여자가 신고 있는 신발이 쪼리가 아니고 끈샌달이었으면 혹은 뽀족한 코의 구두 였으면 어땠을까?하는 하는 생각이 들긴했어요. 쪼리가 영 맘에 걸려요~ 그래도 책의 표지 분위기가 한 들어오긴 해요.

다락방 2014-02-07 23:33   좋아요 0 | URL
저 이거 어제 주문했는데 오늘 안왔어요 ㅠㅠ

2014-02-11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2-08 01:32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받아서 두근두근거리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아가사」라는 영화가 있었군요! 역시 애거사보단 아가사가 제격이죠^^

기억의집 2014-02-11 09:05   좋아요 0 | URL
혜윰님~ 책 어떤가요? 궁금해요. 추리소설의 여왕이 쓴 순수소설은 어떤지. 순수소설가들하고 미스터리작가들은 근본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자체가 다른 것 같거든요. 시각 자체가 다르니 글도 다르고 작품이 이질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80,90년대는 아가사라고 했는데... 초중고 시절만 해도 아가사 크리스티라고 했잖아요. 아가사란 이름 혜윰님 말씀대로 제격이죠~

2014-02-15 13:31   좋아요 0 | URL
얼.. 궁금해요. 읽고 꼭 포스팅 해 주세요~ 전 최근에 연수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재밌게 읽었는데, 왠지 기억님 취향엔 좋아하지 안흐실 듯한...^^

기억의집 2014-02-21 08:15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하드한 스탈을 좋아해서 김연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흐흐 나중에 읽어볼 기회가 있으면 읽을께요. 김연수는 묘사가 좀 더 세게 나왔으면 하는, 과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