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9살 생일날 <어린이 세계사>란 책을 선물 받았고, 그 책의 저자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힐리어 교장 선생이었다. 저자는 아주 멀고 먼 옛날에 세계라곤 전혀 없을 때 일어나 태양과 행성들의 탄생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년은 놀라웠고, 그후로도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 놀라움은, 소년에게 밤하늘의 별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소년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공간과 시간에 대한 안목을 넓힐 필요가 있었고, 천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동네 도서관에서 천문학에 대한 책은 모조리 다 읽어치웠으며 특히나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의 <숨은 별자리 찾기>이란 그림책을 보면서 별자리 보는 법을 배웠다.

 

밤하늘의 별을 더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소년의 열망은 천측 관측자라면 누구나 당연한 것이었고, 그 염원은 망원경이었다.  첫망원경은 초라했다. 하지만 소년은 별을 관측하는 사람은 음악가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장비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을 이해했으므로 개이치 않았다.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경험이 익숙치 않아 실패했지만, 화성의 일부는 볼 수 있었다. 소년은 춥고 맑은 날 밤에 늦게까지 자지 않고 앞뜰에 나와 화성을 바라보면서 행성을 관측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이제 소년의 삶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되었다(작가의 글과 함께 요약발췌).

 

70년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건데, 그 때도 지금처럼 밤하늘의 별이 쏟아질 듯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보다 더 깨끗하고 맑은 서울이였을텐데. 내가 밤하늘의 많은 별을 놀랬던 적은 스무살, 남이섬에서 친구들하고 하루밤을 묵은 날, 한 친구가 하늘의 별 좀 봐! 라고 가리키며 밤하늘을 쳐다봤을 때였다. 정말 하늘에 별이 빼곡하게 촘촘히 박혀 있었다. 한동안 우리들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것은 그날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후 더 이상 밤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들의 무리는 볼 수 없었다. 그 때 별자리 보는 법을 알았더라면, 친구들과 함께 찾아보았을텐데, 우리 셋 중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날의 아쉬움때문인지, 아니 정확히 별자리 보는 법에 대한 로망같이 없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별자리를 보는 법을 알려줄 겸 <호기심 많은 조지>의 작가 한스 레이의 <숨은 별자리 찾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게 참, 실제의 밤하늘의 별을 보고 저건 북두칠성, 저건 전갈자리라고 알려주었다면 아이들도 신나했을텐데, 지면위의 별자리 공부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느끼는데 한계가 있어, 재미없어 했다. 물론 나도 아이들처럼 그림책에 그려진 별자리가 시시했고 재미도 없었다. 하긴 뭐 점과 점을 이어진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지루해 더 이상 이 그림책을 들춰보지 않았다.

 

우리들에게 <호기심 많은 조지>시리즈로 유명한 한스 레이는 이력이 독특하다. 그는 1898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뭔헨에 있는 대학에서 언어, 철학 그리고 과학을 전공했다. 훗날 미국으로 귀화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우주천문학을 가르켰지만, 그가 무엇때문이지, 1938년부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였다. 흥미로운 전향이 아닐 수 없다. 뜬금없이 어린이 그림책 작가라니.... 내가 한스 레이의 평전을 읽어보게 될 기회가 있다면, 아마 왜 천문학교수에서 그림책 작가로 틀었는지에 대한 그 대목부터 찾아 읽어 볼 것 같다. 이 책은 서구에서 아이들에게 하늘의 별자리를 알려주기 위해서 제일 먼저 찾는 책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게 생각했던 것만큼 별자리 보는 게 쉽지 않다. 직접 체험이 아닌 간접체험이라 그런지.

 

한스 레이는 밤하늘을 거대한 그림책이라 비유했는데, 전직 천문학자다운 발상.

 

 

무작정 밤하늘을 쳐다본다고 모든 별들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밤하늘에도 별들이 나타나는 시간표가 있다.

 

 

하늘의 별을 쳐다볼 때 밝은별과 어두운 별이 있는데, 별빛의 세기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밤하늘을 무심코 쳐다보았을 때 보여지는 밝기를 절대 등급이라 하고, 실제는 밝지만 거리상 어두워 보이는 별들의 밝기를 구분하기 위하여 절대등급으로 매긴다. 우리는 가장 밝은 별이 1등성이라 알고 있다. 그러면 태양은? 태양의 밝기 등급은 -26.75등급이다. 1등성보다 1등급 밝으면 0등성이 되고, 다시금 1등급이 밝아지면 0등성이 된다. 따라서 태양은 등성보다 26.75등급의 밝은 별이라 할 수 있는데, 태양은 1등성보다 1200억배나 밝게 보인다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별의 등급이나 태양의 밝기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흥미로워한다. 1200억이란 밝기때문에 우리가 태양이란 별의 에너지를 먹고 산다고 이야기하면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태양빛이 우리 지구를 비추지 않는다면,  우리 지구에 동식물이 살지 못한다고 말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어린이용 그림책의 기초 설명을 통해 서서히 더 진화된 우주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한스 레이는 어린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전직 천문학자답게 어느 선에서 끊어서 설명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밤하늘을 쳐다보면, 우리 우주가 암흑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에너지를 불태우는 태양이 없었다면 우리 지구는 지금과 같은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없을지 모른다. 수 백만광년 떨어진 곳에서 자기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을 쳐다보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이 별만큼이나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우주를 느끼는 시간이야 말로 지구라는 좁고 닫힌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암흑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는가. 우리의 과학 기술로 밝혀진 우주의 공간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암흑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는 것뿐.  수소나 헬륨같은 원자가 차지 하는 비율은 극소량이라는 사실은 지구 너머 우주가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는 것. 하지만 먼 미래, 언젠가 우주에 매료된 누군가 그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고 모험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의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므로, 수 천년이 흐르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별들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지구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래도 다른 행성에서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우주를 느끼는 시간을 가지며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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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3-05-31 21:07   좋아요 0 | URL
저도 늘 깊은 밤 하늘을 누군가와 바라보며 저 별이 북극성, 저 별이 전갈자리ㅋㅋㅋ 하며 별자리를 술술술 읊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요 ㅋㅋ 정말 막상 하늘을 보면 그만큼 별도 없고 ㅋㅋㅋ 책으로 공부한다해도 실물하고 너무 달라서 말이죠 ㅋㅋㅋ ㅋㅋ
기억님 페이퍼를 보니까 갑자기 올 여름 휴가는 별구경 실컷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볼까? 싶어지네요!! ㅎㅎ

기억의집 2013-05-31 21:24   좋아요 0 | URL
아, 핑키님 그러지 않아도 저도 핑키님 글 올라왔길래 덧글 달려고 했는데, 총균쇠 반값 페이퍼 읽었는데, 저는 예스에서 샀어요. 알라딘보다 며칠 일찍 반값 할인 해서 샀는데, 온라인 돌아다녀보면 반값세일 할거라고,,,,이렇게 쓰려고 했거든요.

음 그래서 저는 이번 여름에 작년에 아영하면서 별자리 보는 사람들 다큐를 찾아봐 거기 가서 애들하고 함께 보려고요. 실제 별자리도 시간표가 있어 아무때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군요. 그래도 별자리 보는 로망은 누구나 있는 것 같아요. 이 참에 천체 망원경이나 살까...싶어요.

scott 2013-06-16 22:27   좋아요 0 | URL
고딩때 이거 시험으로 나왔었어요. 별등급 외우고 자기네 집에서 보이는 별자리 찾아오는ㅎㅎ
맨마지막 단락 명구!라서 여러번 읽고 오려가고 싶을정도에요.
칼세이건의 말처럼 ‘우리는 찬란한 별들의 후손인 것이다’. 인거겠죠.
이번 여름 기억의 집님 아이들과 꼬옥 별자리 관찰하시길 바래요. 옥수수 드시면서 ~
많은거 깨닫게 만드는 포스팅ㅇ에요.^.^

기억의집 2013-07-11 19:55   좋아요 0 | URL
우악, 스캇님 진짜 미안미안해요. 지난 유월에 댓글 다신건데 지금에야 답글 달아요. 휴, 제가 이상하게 바쁘네요.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것 같아요. 하는 일도 별로 없으면서.... 드문드문 들어오다보니 댓글 달린 것도 몰랐어요.

스캇님 방학이시죠. 한국에 나오셨나요? 좀 있다 앙님방으로 놀러갈께요~

icaru 2013-07-10 11:51   좋아요 0 | URL
제가 아이를 갖고 있을 당시에 꼽았던 육아 로망 중에는 분명 밤하늘을 함께 보며 별자리를 본다!가 있었는데,,,, 가물가물~~~
봄에 과천과학관에 갔다가 처음으로 천체투영관까지 들어갔거든요. 봄의 별자리를 보여 주더라고요~ 1년에 네 개(사계절)의 프로그램을 갖고 돌려가며 투영해주는듯요~ㅎ
뭐 이런 식으로라도 별자리 관찰한다면,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대요~

기억의집 2013-07-11 19:58   좋아요 0 | URL
저도 아들놈 어릴 때 보냈는데, 자긴 별로였다고 중얼중얼 거리더군요. 어릴 때 보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뭘 모를 때 보내니 흥미도 없고 그런가 보더라구요. 나중에 우주에 관한 책 읽고 보면 감회가 새로울텐데....저는 제가 우주에 관한 책을 읽으니 기사에 우주에 관한 기사 읽으면 경이로워요. 진짜 두근거리고~

밤하늘의 별도 어느 순간 안 쳐다보게 되네요. 사는 게 왜 이리 바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