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간만에 언니가 엄마네 가는데 안 오냐는 문자가 와서 부랴부랴 집청소하고 애아빠 점심거리 후다닥 준비해 놓고 엄마네서 언니랑 수다 떨려고 집을 나섰다. 

 

재작년인가부터 언니가 한푼이 아쉽다고 일을 다니다 보니 한달에 한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형제도 부엌에 솥뚜껑 걸어두면 남이라더니, 10분 거리의 한동네 살아도 무슨 무슨 날 되어야 겨우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형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낸다. 힘들어도 서로 아쉬운 소리 안 하고 각자 알아서 꾸려 나가니, 형제들간에 말 날 것도 없고, 만나면 책 이야기나 하고 언니가 왠간한 일본드라마는 빠지지 않고 보는 일드빠라 자기가 본 일드 이야기 하느냐고 바쁘다. 

 

이번에 만나 우리 언니가 열올리며 이야기한 일드가 바로 이 (여)경찰 소설이 원작인 <스트로베리 나이트>. <딸기의 밤>, 야시시한 제목의 이 작품을  책검색할 때 몇 번 봤지만 그닥 미스터리물 치고는 매력적인 것 같지 않아 흘끔 보고 말았는데(딸기와 미스터리의 부조화!), 이번에 간만에 만나 이야기하면서 어찌나 이 일드에 대한 찬양 일색인지 궁금도 하고 다케우치 유코가 나온다고 해서 집에 오자마자 다운 받아 보았다만,

 

 

<로앤 오더>의 리브와 <콜드 케이스>의 릴리의 강인한 여경찰상으로 단련된 내가 유코의 좀 밋밋한 캐릭터론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 뭐 약간의 후까시와 뭐 그런저런 귀여운 매력정도는 있지만. 여튼 그래도 90년대의 아사다 노미의 <얼어붙은 송곳니>의 무표정과 무감정의 여경찰에 비하면, 21세기형 여경찰로서의 히메카와 레이코(유코)가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사실.

 

그런데, 11편의 에피소드를 다운 받아 보면서, 별스럽게도 도대체 이 일드의 원작자는 글을 어떻게 썼을까? 엄청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먼저 본 경우, 나는 원작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심야식당>도 그렇고 <호타루의 빛>도 그렇고 게이고의 작품들도 그렇고. 드라마 원작를 찾아 검색을 해도 꼭 글로 읽어야겠다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이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원저자가 어떻게 글을 썼을까? 궁금해지더란 말이다.

 

그래 다음날 오프 서점에 가서 구입해 그 날로 날밤 새서 다 읽었다. 드라마로 볼 때와 달리 소설은 끔찍스럽게도 대담하다. 아니 솔직하다고 해야할까보다. 아무리 소설이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수치스러운 상상력은 숨기게 마련인데, 이 작가는 3류 포르노급(이렇게 말하면 내가 포르노영화를 봤다는 이야긴가~ 사실 아닌데!) 상상력을 거침없이 내 보였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일드는 원작의 구성과 다르게 작가가 대담하게 묘사한 가학적인 장면은 다 뺐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그걸 집어넣으면 난리가 날테니깐.

 

혼다 테쓰야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고 알라딘 작가 소개를 보면 요즘 깨나 이름을 날리는 작가인데, 내가 글은 어떻게 썼을까?하고 궁금해 했던 것 만큼이나 능수능란하게 썼다. 자신이 창출해낸 캐릭터 묘사는 여기저기 빌려왔지만(요코야마 히데오의 경찰소설이 연상되기도 하고), 소설 속 화자는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게 주책스럽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으며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카쓰마타주임의 속물적 묘사는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소설중에서 최고라 장담하리라. 예로 카쓰마타 주임의 카스미와의 레스토랑 취조장면은 완전 압권. 작가의 능청스러움이 귀엽기까지 했다. 하핫.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미스터리물을 많이 읽는 편이다. 혼다 테쓰야란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다음 작품을 기대할만큼 인상적으로 읽었다. 물론 읽다보면 비정상적인 사건의 전개와 사건 해결의 패턴이 진부한 감이 없지 않지만, 가벼움 속에서도 작가의 진지함만은 통속적이지 않아서 좋은 작품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12-06-20 23:21   좋아요 0 | URL
오!기억의 집님의 코멘트를 읽으니 급 관심이
요근래 일드 수사물,미스테리물에 질려있었는데(순전히 히가시노 원작들이라서 외면-.-)
볼까 말까 ..갈등 생겨요.
울엄니는 일요일 아침 케이블에서 방여한 일드(교사가 아이 납치해서 도망다니는)보시면서 폭 빠지셨어도, 전과 달리 시큰둥해요. ㅎㅎ
자매끼리 책과 미드,일드 애기하니 얼마나 좋아요.
커갈수록 형제간의 공통된 대화나 화제꺼리가 줄어들고 친구보다 못한 사이가 되버리잖아요.
포스터 다시 보니 좀 징그러워요. 딸기 엄청 좋아하는 뎅 ㅎㅎ

기억의집 2012-06-21 13:06   좋아요 0 | URL
미투요~ 최근에 게이고의 환야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네요.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참자는 일드로 봐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네요.

어머님이 일드를! 저의 엄마는 미드나 일드취향이 아니여서 몇 년전에 방영한 드라마 케이블로 보고 계신데... 그러면서 볼 게 없다고 하세요.^^

맞아요. 친구보다 못한 사이. 울 언니랑 저는 친한데 언니가 일 다니다보니 한달에 한번 만나기 정말 어려워요. 주말에 쉬고 싶다고 해서. 반면에 저는 한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형제 자매륻 만나기 쉽지 않더라구요.

만나면 저의 자매는 미드나 일드 이야기 많이 해요. 만나 일가친척 이야기 안 하니깐 차라리 더 낫지 않나 싶어요

icaru 2012-06-21 10:33   좋아요 0 | URL
담담하게 칭송을 하시니, 이거 은근 쎄게 혹~하는데요?
제가 일본배우들은 잘 모르는데, 유코가 나오는 영화는 몇 개를 봐서 알아요! ㅎㅎ 여름엔 역시나~ 미스테리!!
근데, 저 여배우 셔츠 배부분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거이~ 딸기??!! 흑 저렇게 보니, 이쁜 딸기가 괴기스럽군요!

기억의집 2012-06-21 13: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딸기가 괴기스럽죠. 사실 딸기는 안 나오는데,,,, 딸기가 살인에 관한 상징이에요. 여름이라 어려운 거 읽기 싫어요. 그제부터 날씨가 넘 더워서 기운이 하나도 안 나요. 축축 늘어지는 게 차가운 음식만 찾게 되고.

이럴 수록 보신을 해야하는데,,,커피만 주구장창 마시니~
이카루님도 지금은 점심 식사 끝났겠다. 보신용으로 좋은 거 드세요^^

아영엄마 2012-06-21 11:19   좋아요 0 | URL
어제 덕분에 맛있는 점심 잘 먹었어요~~. 다음에는 제가 쏠께요. ^^
서재 페이퍼에 쓴 것(비공개로 두다 오늘 글 추가해서 공개 전환했어요. ㅎ)처럼 요즘 <런던 자연사 박물관> 조금씩 읽고 있는데 님이 글에 언급하는 책들은 다 읽고 싶어집니다.

우리 아이들들도 일드 수사물 좋아해요. 요즘 애들이랑 밥 먹을 때 <신참자> 종종 보거든요. 원작은 본다면 저혼자 봐야겠고 수사물에는 가학적인 부분들을 뺏다니 아이들과 볼만하려나요.

기억의집 2012-06-21 13:13   좋아요 0 | URL
에잇, 뭘~
저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하고 지울 수 없는 흔적 번갈아 읽고 있어요. 이 책 읽었다 저 책 읽었다. 나중에 헷갈려 하면서 말이에요^^

아니요~ 아이들에겐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아영이는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혜영이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책은 아영이 혜영이 둘다 절대 권장하고 싶지 않고요. 아, 쫌 이상하긴 해요. 작가가 독자와 공범을 만들거든요.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자극적인 장면은 너무 심하게 자극적이에요.

희망으로 2012-06-22 22:03   좋아요 0 | URL
미투요~~^^
저도 과학 관련 책들이 올라오면 읽고 싶어져요. 분명 내 수준에서 많이 딸릴 것을 알면서도 말예요.ㅎㅎ

책읽는나무 2012-06-21 13:44   좋아요 0 | URL
정말 딸기가 섬찟하네요.
이젠 밤에 딸기를 먹으면 안되겠어욧!ㅋㅋ

언니랑 일드 대화도 하시공~
자매가 없는 저로선 부럽네요.
전 나중에 나중에 둥이들이 자라면
어릴때 자매로서 가져보지 못한 시간들을 둥이들을 통해 한 번 느껴볼 생각이 있어요.
물론 세대가 확 벌어져 대화가 통할까? 싶지만..
그렇게라도 한 번 체험(?)해보고 싶어요.ㅋㅋ

헌데...일드가 참 재미나나보죠??

기억의집 2012-06-21 15:13   좋아요 0 | URL
큭큭 아니여요. 여기선 딸기가 그냥 은유에요. 살인하고 전혀 상관 없는데....

에휴, 그래도 자주 못 만나서 아쉬워요.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눠서 좋은데, 저흰 모녀 셋이 모여 수다도 많이 떨어요. 연예인 이야기~ 저흰 모녀가 모여도 올케나 집안 이야기 절대 하지 않아요. 그게 좋은 거 같아요. 모녀나 자매가 모여 집안 이야기 하는 거 전 싫더라구요.^^ 그래서 일드나 미드 이야기 해요.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아, 전 일드보다 미드를 더 좋아해요. 크리미널쪽 미드는 거의 다 봤어요. 지금 크리미널 마인드 다운 받아 여름 내내 보려고요. 흐흐. 애들 보내고 일드 한번 보세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책읽는나무 2012-06-21 17:21   좋아요 0 | URL
멋쟁이 어머님,자매님이시네요?^^
울엄마랑은 음~ 주로 농사이야기랄까요?ㅋㅋ
울엄니 남의 땅에다 텃밭 일구시곤 아주 떳떳하게 농사짓고 계시죠~ㅠ
엄만 농사이야기,전 주로 자식농사(?) 이야기해요.ㅎㅎ
그러다 엄마 친구 이야기,내 친구 이야기 아니면 아빠 흉~~ㅋㅋ
헌데 얘길 하다보면 엄마는 항상 시어머니쪽 편들어 이야길 하고 있고,
전 저대로 며느리쪽 편들어 이야길 하고 있더라구요.ㅋㅋ
세대차이겠죠? 아마도 둥이들이 커서 나랑 이야기하면 똑같은 상황이 생기리라 봅니다.그러지 않으려면 저도 기억님네 어머님처럼 일드나 미드를 챙겨봐야겠어요.ㅋㅋ
헌데..그거 어디서 다운받아 보는거에요? 그쪽으론 완전 문외한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구요.오로지 정규방송만 보네요.
틀다보니 손현주가 나와서 1,2회 봤더니 제목이 <추적자>더라구요!
지난 횟수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일부러 막판 끝나가는 재미나다는 드라마 몇 개만 골라서 보곤해요.
손현주가 딸 염 하면서 손으로 쓰다듬는 장면 정말 울컥했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