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이라면 다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처음 본 그녀의 작품은 Near Dark, 우리 나라 비디오로는 죽음의 키스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뱀파이어 이야기인데, 작품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품이 전체적으로 푸른 색조를 띤 영화였다. 그 후 블루 스틸도 그렇고 대체로 캐서린 비글로우하면 b급 영화 같은 느낌의 배경이 푸르스름한 색조였다는 인상이 남는다. 90년대만 해도 그의 활동은 활발해서 헐리우드에서 몇 안되는 굵은 선의 여성감독이었지만, 2천년대로 들어오면서 그의 활약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긴 이천년대로 들어서면서 블록버스트 위주의 흥행 영화에만 중점을 둬서 그런지 캐서린 비글로우같은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았으리라. 그런 면에서 볼 때 비디오가게가 전성기를 누렸던 나의 20대는 얼마나 호강이었단 말인가. 미국의 b급 영화까지 비디오로 나왔던 시절이니 말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허트 로커라는 영화를 가지고 나왔다. 이따 오후나 낼 오전에 가서 볼 예정인데, 이 영화에서 그가 바라보는 전쟁은 어떤 시각일까 궁금하다.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정복의 평화인지 아니면 좀 더 고뇌에 찬 전쟁인지를 말이다.  

이 영화 포스터 보면서 저 위에 영문으로 쓰여져 있는 A near perfect movie는 필경 그녀의 작품 Near dark를 염두해두고 쓴 문구일 것이다. 가만 보면 영어가 어려운 것은 영어의 한 단어, 한 문장에도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녀의 필모그라피를 모른다면 저 문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문구. 저걸 위트 섞인 카피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젠체한다고 해야할지. 참으로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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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7 13:1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영화 엄청 보고 싶어요! 지난주에 뭐 볼까 두개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데저트 플라워]를 봤는데, 그 영화도 참 좋았어요. 이 영화 본 친구가 참 괜찮았다고 하던데, 기억의집님의 감상이 궁금해져요. 보시고 오면 감상 써주세요.

그나저나 언급하신 Near Dark 좀 검색해봐야 겠어요. 뱀파이어 영화라는데, 저는 왜 모르는건지. 죽음의 키스라..

기억의집 2010-04-27 17:58   좋아요 0 | URL
데저트 플라워도 실화라 흥미가 당겨요. 블라인드 사이드처럼 재밌겠죠!
오늘 나가서 보려고 했는데 비바람이 너무 세서 바꺝 구경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울 아들은 학원 가기 싫다고 징징대면서 갔는데...^^

니어 다크, 정말 유명한 영화였어요. 비글로우 영화가 감상적이진 않아서 어떨지. 선이 굵다고 해야하나, 지금 유행하는 이클립스나 왜 지난 번에 언급했던 뱀파이어 소설 있잖아요, 그런 감성하고는 좀 다르더라구요. 저 영화 나중 장면에 푸르른 배경화면이 나오는데 묵직한 슬픔이 배어나와요. 가슴 아펐던 기억이...^^

워너군 2010-04-27 14:03   좋아요 0 | URL
거의 걸작입니다(웃음). 원래부터 캐서린 여제님의 팬이었지만, 이 영화는 유달리 뭔가 일이 터질 듯한 긴장감이 팽팽해요. 연출은 건조하고, 딱히 신기한 카메라워크도 없이 뚝심있게 잘 밀고 나갑니다.

내용으로 보자면 근래 나온 전쟁/반전영화 중에서 가장 정치적 밸런스가 잘 맞는 영화가 아닐까 해요. 문제는 정치적 포지션이 아니라 전쟁에 휘말린 인간들의 인생이다, 랄까요. 왠지 냉소적인 듯 보이지만 슬프죠.. 적어도 이 영화는 그래요.

사운드가 꽤 중요해요. 디테일한 소리들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서요. 극장에서 보기로 하신 건 좋은 선택이신듯.

근데 제 옆에 앉은 여-여 커플은 이거뭐 전쟁영화가 이따구로 총질도 없고 액션도 없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나가더군요 ㅎ

제게는, '내 올해의 영화' 에 벌써 강력한 후보입니다. ㅎㅎ

기억의집 2010-04-27 18:04   좋아요 0 | URL
아, 워너군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정확한 표현이신 거 같아요.
건조한 표현, 캐여제 영화가 바로 그런 면이 여타의 다른 감독들과 다른 표현방법이었어요. 블루 스틸도 그렇고 폭풍속으로도 여성감독같은 느낌보다는
굵직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님 표현이 참 멋지네요. 연출은 건조하고 딱히 신기한 카메라 워크도 없이~~ 하는 대목이요,
이 대목 때문이라고 영화 낼은 꼭 보러 가야겠어요^^

루체오페르 2010-04-27 17:42   좋아요 0 | URL
올해 아카데미의 위너~ 볼만했습니다.^^

기억의집 2010-04-27 18:05   좋아요 0 | URL
보셨어요?
전 오늘 가려다가 낼 아침에 조조로 가서 보려고요.
벌써부터 기대되요.
아바타를 제친 영화라서 더 그렇구요. 카메론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싶네요^^

scott 2010-04-28 09:48   좋아요 0 | URL
카메론이 표정관리 하는냐고 무척 신경 썼데요. 상을 받는 의미가 대단히 커서 (투자자들의 베팅) 무척! 반드시 ! 받고 싶어다네요. 나탈리 포드만이 나온 '브라더스'보다 훨~ 재밌고 전쟁 영화 답다고 하더군요. 음 그럼 저도 이번 주말에^^

기억의집 2010-04-28 14:35   좋아요 0 | URL
스컷님, 이 영화 아침에 조조로 보고 왔어요. 저한테 공짜표가 있어서(지난 번에 카드하나 만들었더니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공짜표 주더라구요^^) 보고 왔지요. 이런 영화를 여자가 만들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요. 상당히 카메라워크가 거칠고 다큐멘타리 보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에 그가 끝내 자신의 죽음을 내 놓아야 살 수 없는 대목에서 씁쓸했어요. 갑자기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쟁은 어쩜 제3세계의 시선은 필요치 않는 것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scott 2010-04-28 21:08   좋아요 0 | URL
전쟁영화는 보고 나면 마음이 불편해요.자꾸 떠올라서...다큐멘타리 같이 화면이 거칠었다면 느낌이 생생할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4-29 16:0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전쟁영화 안 보는데 이 영화는 캐서린 비글로우가 감독했다고 해서 보고 왔어요. 이 영화 완전 심리전이었어요. 영화 끝날 때까지도 긴장의 끈을 절대로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 영화는 진짜 재미를 보장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