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이라면 다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처음 본 그녀의 작품은 Near Dark, 우리 나라 비디오로는 죽음의 키스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뱀파이어 이야기인데, 작품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품이 전체적으로 푸른 색조를 띤 영화였다. 그 후 블루 스틸도 그렇고 대체로 캐서린 비글로우하면 b급 영화 같은 느낌의 배경이 푸르스름한 색조였다는 인상이 남는다. 90년대만 해도 그의 활동은 활발해서 헐리우드에서 몇 안되는 굵은 선의 여성감독이었지만, 2천년대로 들어오면서 그의 활약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하긴 이천년대로 들어서면서 블록버스트 위주의 흥행 영화에만 중점을 둬서 그런지 캐서린 비글로우같은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았으리라. 그런 면에서 볼 때 비디오가게가 전성기를 누렸던 나의 20대는 얼마나 호강이었단 말인가. 미국의 b급 영화까지 비디오로 나왔던 시절이니 말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허트 로커라는 영화를 가지고 나왔다. 이따 오후나 낼 오전에 가서 볼 예정인데, 이 영화에서 그가 바라보는 전쟁은 어떤 시각일까 궁금하다.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정복의 평화인지 아니면 좀 더 고뇌에 찬 전쟁인지를 말이다.
이 영화 포스터 보면서 저 위에 영문으로 쓰여져 있는 A near perfect movie는 필경 그녀의 작품 Near dark를 염두해두고 쓴 문구일 것이다. 가만 보면 영어가 어려운 것은 영어의 한 단어, 한 문장에도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녀의 필모그라피를 모른다면 저 문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문구. 저걸 위트 섞인 카피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젠체한다고 해야할지. 참으로 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