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와 우선의 첫 만남
추사와 우선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 알려진 게 없다. 기록으로도 확인되지 않는다. 가장 빠른 기록은 이상적이 쓴 시이다. 이 시가 실려 있는 <은송당집>은 연대순으로 편집되어 있는데, 1830년에 지은 이 시에는 이상적이 입춘이 하루 지난 뒤 용호로 추사를 방문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이 시를 근거로 추사와 우선이 처음 만난 게 1830년 봄이라고 생각했다. 연행에서 돌아온 우선이 연행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추사를 방문한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통상 입춘하면 봄을 생각했고 이상적이 1829년 10월 27일 첫 연행을 떠나 1830년 3월 24일에 귀국했기 때문에, 1830년 봄에 연행에서 돌아온 이상적이 추사를 찾아간 것으로 해석해왔던 것이다. 이것이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입춘에 있었다. 연행에서 돌아와 추사를 방문했다면 아무리 빨라도 4월이 다 된 때였을텐데, 날씨가 그렇게 추웠을까? 입춘이 그렇게 늦게 들 수 있었을까? 이 고민을 풀어준 것은 필자의 부친이었다. 휴일에 시골의 부친을 뵈러 갔다가 이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만세력을 확인하라고 하셨다....... 만세력을 확인해보니 1830년 입춘은 12월 22일이었다. 따라서 우선이 추사를 찾아간 것은 12월23일이었던 것이다. 이상적이 추사를 방문한 것은 연행에서 돌아온 직후가 아니라 그해 겨울이었던 것이다.... 둘의 만남이 나타난 가장 빠른 기록이라는 의미이다. 이들의첫 만남은 이보다는 휠씬 이전에 있었을 것이다(38p).
저 대목에서 헷갈렸는데, 저자 박철상은 입춘이 너무 늦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입춘이 너무 빠르다. 어찌 한 해에 입춘이 두번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추사와 이상적의 만남이 통설이 1830년 입춘이라고 한다면, 1830년 초기에 한번 입춘이 있고 12월말에 입춘이 있었단 말인데, 말이 안된다. 절기상 순서로 입춘이 가장 빠르다고 하지만, 한겨울 12월 22일 입춘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허나 해를 넘기면 말이 된다. 올해 입춘은 2010년 2월 4일이고 음력으로는 2009년 12월 21일이다. 현재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만세력은 1900년 이전은 없어, 추측하건데, 이상적이 추사를 만나러 간 저 시를 쓴 것은 양력 1831년 2월경(음력 12월22일)이 아니었을까. 저자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