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을 핑계(!!!!)로 대한민국 전국을 누비며 경양식 맛집을 탐방하고 계시는 28년차 피아노 조율사이신 조영권작가의 맛있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왜 이리 쓸쓸한지.

작가는 전국의 동네에서 유명한 경양식집이라면 시간을 내서 방문한다. 작가가 방문한 경양식집의 음식은 소문난 대로 맛있다는 평을 하고 독자도 사진으로 봐도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데, 이 오래된 식당들이 대를 이어 경양식집을 운영해 노포 식당으로 남을 식당들은 거의 없어 보였다. 대부분 수십년을 부부가 운영하고 그들이 나이 들어 노동의 몸이 허락하지 않으면 폐업의 수순을 밟을 것 같다.

맛집이 한 두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고 떠나 보낼 생각하니 쓸쓸함과 공허한 맘이 들었다. 식당들이 사라지기 전에 방문해 먹어보고 싶은 다급한 맘이 들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아마 책에서 소개한 식당들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이번 주 주말에 당장 갈수 있는 곳이 동두천에 위치한 라르고나 서울 예장동의 그릴데미그라스 정도.

우리 세대에게 돈가스는 고급 경양식 메뉴라 청소년 시절 거의 먹은 적이 없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맘껏 내돈내산할 수 있는 메뉴지만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있게 먹는다고, 밥하기 귀찮을 때 애들 데리고 가는 동네 돈가스집외에는 즐겨 먹지 않었다.

아, 말이 나온 김에, 예전에 자주 가는 돈가스집의 돈가스는 어쩌다 생각나기는 한다. 애들하고 자주 가서 먹어서인지 그 집의 돈가스만은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박찬일 세프가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고 하지 않었던가. 아이들하고 나눠 먹던 돈가스집의 맛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작가는 여전히 피아노 조율 의뢰가 들어오면 근처의 맛집도 같이 방문하며 혼자 음식을 즐길 것 같다. 인생의 소확행을 제대로 실천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분이 아닐까 싶다.

덧: 책 속에 소개한 제천의 솔비알은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 제천의 솔비알의 음식이 맛있어 보여 검색해 보니 비탈진이라는 뜻이 아니고 비알이 언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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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01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라떼 시절엔 경양식집은 졸업식 날 정도는 되어야 가서 먹는 돈까스였는데~^^
지금은 그 돈까스가 살짝 등급이 내려간 음식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워낙 신메뉴 돈까스들이 많아져서...ㅜ
울집 애들은 하나는 바삭한 일식 돈까스 딸들은 고치돈(고구마 치즈 돈까스) 이런 걸 좋아하니 그냥 마트에서 사다가 해먹입니다. 돈까스 집 맛집 찾다간 금액도 쎄더군요.
요즘 돈까스집도 좀 고급 음식점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기름지고 양이 넘 많아서 하나를 다 못먹겠던데....어릴 때나 지금이나 돈까스는 하나를 다 못먹네요. 넘 고급 음식이라 그런가???ㅋㅋㅋ
남편은 한 번씩 분식집에서 먹는 옛날 돈까스 땡긴다더군요. 그럴 땐 어릴 때 먹던 그런 분위기의 경양식집에서 옛날 돈까스 먹고 싶어지긴 합니다. 비록 남기더라두요^^

기억의집 2022-09-01 10:56   좋아요 3 | URL
ㅎㅎ 우리 라떼 세대는 진짜 고기 먹게 쉽지 않었죠. 지금 저의 집은 고기가 떨어질 날이 없지만 애들이 독립해 나가면 고기 먹을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을 듯 싶어요. 저도 돈가스는 애들하고 같이 먹으면서 집어 먹는 수준으로 먹어요. 책에서도 일식 돈가스의 특징은 고기가 두꺼운 반면 한식돈가스는 고기가 얇다고 하네요. 따님은 두꺼운 고기를 선호하는군요. 저도 마트에서 파는 고구마돈가스 해서 준 적 있었는데 몇번 먹더니 그냥 돈가스나 치즈돈가스가 좋다고 해서 고구마치즈돈가스 먹어 본 지 오래네요. 어쩌다가 댕기긴 해요. 저는 엄마들 모임이나 애들하고 같이 다녔던 옛날식 돈가스 간혹 먹고 싶긴 한데… 그 집이 코로나이후 폐업해서 아쉬워요. ㅎㅎ 부산 갔을 때 이 책에서 점찍은 돈가스집 가서 함 먹어봐요~

오후즈음 2022-09-01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시리즈인가봐요. 저는 이분 중국집편 샀어요. 아직 못 읽었어요. 기대 되네요.
그 오뚜기 스프 주면서 칼질 했던 옛날이 떠오릅니다

기억의집 2022-09-02 00:17   좋아요 1 | URL
저는 짜장면도 읽고 싶더라고요. 글이 아주 좋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율일 하시면서 이렇게 맛집 탐방을 인생의 행복 플러스로 사시는게 좋네요. 이분도 오뚜기 스프 얘기 하세요 그래서 스프 나오면 옆에 밀어 놓으시는데.. 동두천 라르고라는 경양식집은 오뚜기 스프 안 내 놓고 주인분이 직접 밀가루와 버터로 만드시는데 진짜 맛있다고 쓰셨는데.. 단박에 알아보는 맛감각이 있으시더라고요. 재밌게 앍었어요!! 저는 근데 오뚜기 스프도 좋은데.. 남산 돈가스 가서 스프 나올 때 진짜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9-0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샀었어요. 평소에 경양식 많이 먹지도 않고 좋아하는 편 아니었는데,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시기에 읽어서인지, 진짜 가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때만큼은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네요. 예전에 아빠가 가족들 데리고 가서 사주셨던 경양식집들도 여기 나오는 가게들처럼 참 좋았는데, 이제는 그런 가게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네요. 이 책 읽으면서 그런 것들 조금 그리웠어요.
잘읽었습니다. 기억의집님, 좋은 하루되세요.^^

기억의집 2022-09-02 09:06   좋아요 2 | URL
진짜진짜로 경양식집은 사라져 가는 추세더군요. 스프 나오고 디저트 나오는 곳이 주변에는 없어요. 아쉽죠. 서울역에 있는 그릴인가 하는 경양식집도 코로나로 문을 닫었다고.. 잠실에 분점이 있긴 하지만 서울역에 있는 그릴이 백년의 세월이 지키고 있었는데… 서울역 자리는 폐업 했다니 뭔가 아쉽네요.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참… 서니님 오늘 선선하니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