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폴 바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이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나가 한 시대를 지배한 적이 있었다. 90년대는 어드벤처 성격이 강한 SF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시대였고, 그 놀라운 이야기와 영상의 볼거리에 감탄하며 보았다.

지금 세대는 마블 영화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80,90년대의 sf 영화는 감독들이 어린 시절 즐겨 읽던 sf소설이 모티브가 되거나 단편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영화 토탈 리콜을 보고, 필립 K 딕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었고 영화의 토대가 된 소설을 읽고 싶었다. 어떤 소설이길래 저렇게 긴박감 넘치는 영화가 탄생할 수 있는지, 작가는 감독들에게 어떤 베이스를 깔아 준 것일까? 뭘까?뭘까? 소설에 대한 기대는 흥분과 간절함으로 바뀌었고 그 간절함은 후에 필립 딕 전집이 현대문학에 의해 발간되면서 해갈되었다.

오래 전 감독들이 영화화 한 필립 K 딕의 소설들을 읽고 필립딕의 상상력에 놀라웠다라고 했다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짧은 단편을 읽고 그 정도의 멋진 영화를 만들어 낸 감독의 상상력이 더 놀라웠다.

내가 보기에는 감독들은 작가의 소설에서 모티브만 빌려온 것 같었다. 도대체 같은 작품을 읽었는데, 나는 필립 K딕의 소설이 왜소해 보이는데, 감독들은 저 짧은 이야기에서 어떻게 거인을 뽑아 낸 거지? 저 정도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은 어린 시절 읽은 그 책의 무한한 상상속으로 빠져들어 이야기의 살을 덧붙이고 또 덧붙이고 즐겼을 것 같었다.

이럴 때면 생각 나는 게, 나는 반지의 제왕이다. 반지의 제왕의 그 유명한 전투씬 장면(영화로는 안 보었다)를 나는 막판에 너무나 힘겹게 읽은 기억이 난다. 너무나 재미 없어서 그 대목을 건너뛸까 했었다. 그러다 피터 잭슨이 만든 반지의 제왕에서 회자 되는 그 유명한 전투씬을 나는 이렇게 지루하게 읽는데, 피터 잭슨은 어린 시절 얼마나 가슴 뛰며 읽었길래 영화사에 남을 전투씬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오랜 시간 그 장면들만 상상하고 또 상상했을까? 상상하면서 이 장면은 이렇게 하고 저 장면은 이렇게 할까? 속으로 상상하며 화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을 피터 잭슨 감독을 생각하며 오기로끝까지 읽은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보면) 작가보다 더 몽상가였을 것 같은 감독들. 폴 바호벤이나 리들리 스컷 심지어 톰 크루즈까지 필립 케이 딕의 소설을 확장해 영화화 한 걸 봐선 평범한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필립 케이 딕이 살았던 시대와 그를 매치해 생각해 보면 그의 상상력의 단초가 얼마나 기발한 것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필립 케이 딕의 삶이 궁금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미래의 감독들에게 꿈꾸는 환상을 제공했던 그의 현실적인 삶이 말이다.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필립 케이 딕만큼 후대의 이야기꾼들에게 무한 상상력을 제공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그의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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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24 00:14   좋아요 2 | URL
기억의 집님 이 글 너무 좋은데요?! 왠지 가슴이 뛰는?ㅎㅎ ^^*요전에 물리학에 관해서도 그렇고 다양하게 읽고 계시네요. <반지의제왕>저는 영화만 봤는데 소설 어떨지 궁금해요.

기억의집 2022-03-24 10:51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ㅎㅎ 저는 편식이 심한데.. 과학하고 sf나 미스터리물 소설만 주로 읽어요!!!! 그리고 이 범위 안에서 읽어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전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인터스텔라등 영화를 진득히 못 보겠어요. 아 그래서 요즘 조금씩 영상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딸애가 권하는 영상물 한편씩 보고 있어요. 반지의 제왕, 읽을 만 해요. 단지 그 문화권에 속하지 않어서… 처음엔 낯설고 마지막 전투씬이 길어요. 그 대목에서 정말 지루했어요~

stella.K 2022-03-24 09:56   좋아요 1 | URL
제가 SF랑 별로 친하지 않은데 인터스텔라는 좀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전 소설을 점점 잘 못 읽겠더군요. 그래서 반지의 제왕은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능..😔

기억의집 2022-03-24 10:50   좋아요 1 | URL
전 오히려 영상을 못 보겠어요. 책은 전자책이 있어서 읽기 수월한데 영상은 .. 그래도 하루에 조금이라도 보려고 노력중이예요. 반지의 제왕,,,,, 큰 맘 먹으셔야 할 거예요!!! 인터스텔라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싶습니다!!

stella.K 2022-03-24 10:52   좋아요 1 | URL
ㅎㅎ 기억님과 저는 반대로군요.😅

기억의집 2022-03-24 10:53   좋아요 1 | URL
요즘 글 쓰시나요? 희곡이요?

stella.K 2022-03-24 10:56   좋아요 1 | URL
네. 쓰고 있어요. 짧지만 요청받은 건데 요런 건 또 기가막히게 쓰고 있습니다.ㅋㅋ

기억의집 2022-03-24 10:56   좋아요 2 | URL
홧팅입니다!!

mini74 2022-03-24 18:21   좋아요 0 | URL
토탈리콜 그 당시 정말 대단한 영화였죠. 전 sf를 아이가 좋아해서 같이 입문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문이란 말 너무 좋아요 기억의 집님.~ 이분이 궁금해집니다 ~

기억의집 2022-03-24 19:51   좋아요 1 | URL
필립 케이 딕 평전 읽고 있는데… 작가가 맘에 안 들어요. 글을 요상하게 써서..저는 어느 순간 유럽 작가들의 글이 싫더라구요. 미국이나 영국작가들은 명확하고 간결한데 프랑스 작가글은 난해하게 써서 읽는데 짜증나요.탁월한 저널리즘 글쓰는 작가라는데. 휴. 이런 글 딱 싫어하는데 하필 왜 프랑스작가가 평전을 썼을까 싶어요. 아드님이 sf 팬이군요. 이제 새내기라 하셨죠. 저의 아들은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 주로 읽는 것 같어요!!!

mini74 2022-03-24 19:55   좋아요 0 | URL
이제 2학년이에요. 저희애도 중딩때 라이트노벨 좋아했어요~ 그건 도저히 같이 못 읽겠던걸요 ㅎㅎ

기억의집 2022-03-24 19:56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