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버린 책 이야기라면 오늘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책 이야기

일본 작가중에 전작하는 작가가 몇명 되는데, 전작이라고 하지만 원어는 언감생심이고 우리 나라에 번역된 작품은 다 읽은 작가가 꽤 있다. 그 중 한명이 미야베 미유키, 인생을 훔친 여자(나중에는 제목을 화차로 발간) 시작으로 최근에 나온 영혼통행증까지 다 읽었다.

미미여사를 전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화차와 모방범이었다. 두 작품 모두 베이스로 깔려 있는 형사의 추적기가 이야기의 선이 되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읽는 동안 끈을 놓지 않는 생생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후 미미 여사의 책 초기작부터 찾아 읽기 시작해서 에도 시대의 이야기까지 와 버렸다.

초기작들은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글의 밀도나 사건의 개요도 엉성하고 딱 미스터리 작품의 초보작다운 작품들이었다가 점점 작가의 글이 변하기 시작한다. 작가의 나이삼십대 정도 아닐까 싶은데, 초기작의 글쓰기를 디딤돌 삼아 화차, 이유등의 작품들은 확 바껴진게 느껴진다. 사회를 보는 시각도 시야 모두 좀 더 진지하고 밀도 있게… 잘 쓴 작품들은 이야기나 문장의 밀도가 잘 짜여져 있어 단단하고 촘촘하다. 독자로서 저런 작품들은 만족스럽다. 아마 미미여사의 전성기는 화차, 이유, 모방범이 아닐까 싶다만.

그 후 미미여사가 나이가 들면서 작가만이 갖는 고유의 테크닉으로쓰는 것 같다. 아무리 잘 쓰는 작가라도 전성기가 영원할 수 없는 법. 사건 기법과 전개에 클리셰와 그동안 갈고 닦은 테크닉적 요소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워낙 미스터리물에 있어선 베테랑이라 엔간한 작가보다 재밌고 감동적으로 쓰긴 한다.

여전히 글을 쓰고 아마도 작가 은퇴란 미미여사에겐 없을 듯 한데, 다른 건 몰라도 쉼없는 글쓰기(작품)를 하는 일본 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미미여사가 에도 시절을 배경으로 쓴 작품인데, 초기작들은 읽고 팔아서 없지만, 어느 순간 읽고 꽂아둔 작품들이 보기 좋아서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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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2-08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미여사의 화차 있어요. ^^

기억의집 2021-12-08 17:40   좋아요 1 | URL
재밌죠.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나중에 구매하긴 했어요. 이제 에도 시대 배경말고 현대 마스터리물 써 주었으면 좋겠어요~

러블리땡 2021-12-09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미여사님 책 쪼금 모았는데 ㅎㅎ 미미여사님 책 모아두면 너무 뿌듯하고 예뻐서 기분 좋고 그래요 ㅎㅎ

기억의집 2021-12-09 08:02   좋아요 0 | URL
ㅎㅎ 그쵸. 첨엔 몇 권 안 되서 몰랐을 때 중고로 판 책들이 몇 권 있어 다시 살까 하다가도 살 책이 생기니 그것도 쉽지 않네요. 한동안 종이책 사는 건 부담이었는데 저렇게 모여 있는 거 보면 저도 뿌듯하고 뭔가 성취감이 느껴져요~

희망으로 2021-12-0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차를 시작으로 찾아 읽게 되었어요.
에도 시대 책만 몇권 남아있는데 저리 꽂아두니 알흠답네요^^

기억의집 2021-12-09 11:36   좋아요 0 | URL
역시 잘 썼지요. 라로님이 희망님 반갑다고 댓글다셨던데,, 혹 보셨어요???

희망으로 2021-12-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찾아봐야겠네요

기억의집 2021-12-09 11:43   좋아요 0 | URL
ㅎㅎ

vooc 2021-12-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미여사님의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저렇게 모아두니 멋지네요! 역시 한 작가의 책은 한 출판사에서(한 번역가라면 더 좋구요) 나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마포 김사장님의 혜안에 덕을 봅니다. ^^

기억의집 2021-12-11 20:52   좋아요 0 | URL
그쵸. 마포김사장님 대단하세요. 십년 넘게 미미여사의 현대물 에도시대물 작품을 다 출간하려는 의지가요!!번역도 에도는 이규원번역가님이라… 신뢰할 수 있죠. 책등까지 이쁘다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