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왕일민.유현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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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한권을 읽었다. 

 5월에 읽는 가족에 관한 책으로 들었던 책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상구경을 하게 됐던 노모와 늙어버린 아들의 생생한 여행기로서 모든 사람의 어머니, 모든 사람의 아들이었던 할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이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요즘 같은 첨단을 내달리는 시대에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기에 2년 반동안의 소풍은 어쩌면 더 애잔한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위해서 오직 어머니를 위해서 당신도 늙어버린 아들이지만 어머니한테는 아들이었기에 긴 여정이 가능했을지도...

 아들은 어머니와 여행을 위해 자전거의 패달을 돌린다. 산을 오르고 들판을 지나고 어머니의 잠자리를 살피고 어머니의 투정도 받아주면서...어머니는 매일 먹는 밥보다 칼국수와 만두를 좋아한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들판에서 어머니는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밀가루 반죽을 밀데가 마땅찮아서 배위에서 밀라고 하는 아들과 배보다 등이 낫지 않겠냐고 말하는 어머니. 어머니는 항상 그렇게 뭐든지 긍정적인 웃음으로 아들의 지친 몸을 풀어준다.

 사계절을 두번 지나고 두 계절이 지나간 뒤에도 목적지인 서장까지 가지 못하고 어머니가 염려되어 돌아오게 된다. 가는 길은 900일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두시간...그동안 어머니가 보고 느끼고 즐거웠던 걸 생각하면 얼마나 신나고 즐거웠을까? 칠십 중반의 나이에...어머니가 있어 그늘이고 이불이고 버팀목이었으니...

 중간 중간에 사진이 들어있어 노모와 늙은 아들의 표정을 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웃는 표정이다. 가는 길은 힘들지만 그만큼 행복하다는 표정이 사진 곳곳에 실려있다. 그리고 처음에서 뒤로 갈 수록 조금씩 변하는 할아버지의 주름살이 세월은 못 속이는구나를 실감케한다. 

 칠십대 중반의 나이에 자전거 하나에 의지해 삼만 킬로미터를 달렸다는 건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오직 어머니가 가고 싶었던 여행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누구나가 덤벼들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가 시도할 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두 모자의 이야기는 돈 보다 더 소중한 인간애를 남기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알몸으로 왔다가 알몸으로 간다는 걸 또한 말하고 있다.

 참다운 효가 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나이 많은 아들이 힘과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오직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절절했기에 그리고 어머니의 내리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한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어머니를 형제들이 돌아가며 찾아뵌다는 게 벌써 말뿐이고 무슨 행사가 아니면 볼 수가 없다.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둥바둥 거리며 살 것이 아니라, 이번 달이라도 어머니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잇는 그런 달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가진게 많다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니라고 지금 이 순간을 웃을 수 있다는 한가지가 행복이라고 가족은 그런 거라고 이 책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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