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멈춰 버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살면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만, 시간을 돌보고 지키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말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힘든일이 닥쳤을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이 되었을 때나 생각해봤을 시간이 멈춰 버린다면... 땅 속 지하세계에 사는 뤠카 (천박한자, 추방당한자,부랑자라는 뜻을 가진 고대 영어에서 따온 말)족들의 이름들은 특이하고 재밌다. 왕초 재미삼아죽여를 비롯해서 할큄쟁이, 쌍콧물, 방귀쟁이, 킁킁이...어느 날 바깥 땅에 쌍콧물이 소피란 이름으로 나온다. 땅위 가디언들의 지도자 대부 팀의 공방을 알아내고 킁킁이와 할큄쟁이가 째깍이를 훔치러 온 것이다. 대부 팀의 손자 티드는 말이 이상한 소피 소녀의 말씨나 행동이 어색하지만 비밀의 장소를 보여준다.그리고 없어져버린 째깍이... 새 시계를 만들고 잇는 대부 팀과 가디언들은 새해가 시작 되기전 째깍이를 찾아야 한다. 만약에 초침이 안 움직이게 되면 이 세상의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린다. 째깍이를 지키지 못한 대부 팀은 대부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피는 지하세계에서 혼돈을 거듭한다. 더럽고 냄새나고 거칠고 무자비한 것들이 땅위세계로 나오면서 회의를 느낀다. 깨끗하고 포근하고 사랑이 전해지는 대부 팀과 티드를 알게 되면서 지하세계로 다시 가기 싫어하고 티드와 친구가 된다. 할아버지와 가디언들이 지하세계에 가서 째깍이를 가져올 사람은 소피가 제격이라고 하며 사랑과 용기를 준다. 소피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포옹으로 눈물을 흘리고 다시 지하세계로 떠난다. 위험을 감수하며 가디언이 되고 싶었던 소피는 털북실꼬리들과 지하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데... 시간도둑의 책을 여러날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가 왜 좀더 빨리 꺼내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시간도둑은 금새 읽혔다. 처음에 생소했던 재미삼아죽여 할큄쟁이 이름들이 우스웠지만 뤠카족의 방언을 대할때면 귀엽다는 표현이 나을 정도로 웃음이 나왔다. 지방 사투리를 적당히 버무려 우리말식 뤠카족 방언을 만들었다는 옮긴이의 재치에 놀라웠다. 책을 쓴 발 타일러는 영국의 그리니치 공원을 산책하던 중에 이런 환타지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사람들이 산책하고 조깅하는 공원에서, 짖어대는 강아지가 누굴 보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그만 흔들림이나 소리에도 민감해 질 것이다. 아마도 가디언들의 몸을 뚫고 지나가게 될지도... 작은 바람에도 귀를 열어두고 생각하는, 넘치는 상상들이 참 부러운 책이었다.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소피가 어떻게 째깍이를 찾아 오는지 2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