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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ㅣ 을유사상고전
토머스 모어 지음, 주경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평점 :
꼭 읽어야 할 필독도서로 선정되는 책 [유토피아]는 놀랍게도 1516년에 써진 책입니다. 이토록 오래된 책이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인데요.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가 성인으로 공인되기 위해 복자에 오른 지 135년이 되는 올해, 새롭게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하드커버로 나왔던 2007년 초판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요.그래서 더욱 의미를 장착하고 이 책을 읽어봤지요. 유토피아는 읽고 나면 오히려 토머스 모어가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 헛갈리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책 속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상반되다 보니 누구의 말이 토머스 모어가 주장하고자 하는 건가 궁금해지죠.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았던 뒤끝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책 속에 수록된 해제를 읽으며 책 속 궁금증을 하나 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어 좋습니다. 근대 프로젝트였던 유토피아는 상상의 세계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세계였습니다. 유능한 현실 정치가이자 인문학자요, 독실한 기독교인인 토머스 모어는 이 책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지만 언젠가는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이상적인 나라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강하게 담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무언가 확고하고 명확하게 '이런 나라가 유토피아야'라고 말하는 대신 이 책을 읽고 난 독자에게 '유토피아란 어떤 나라일까?'란 생각을 더하게 하는 것이죠.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주인공 나는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랑드르로 떠난 출장 길, 유토피아를 보고 왔다는 선장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를 만나 유토피아란 생소한 나라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고립된 섬 나라인 유토피아는 사유재산이 없는 나라, 돈이 없는 나라, 모든 사람이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먹으며 평등을 실현하는 이상한 곳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생활은 커녕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똑같은 스케쥴에 의해 살아가는 다소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욕망은 없는 욕망 절제의 사회인 유토피아는 하루 6시간 일을 하고 모든 사람들이 저녁 8시에 취침해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일을 통해 1차원적 행복을 이뤘다면 여유 시간에 고차원의 행복을 누리는 생활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지금의 생활 패턴에서는 상상 불가란 결론에 다다릅니다. 라파엘의 긴 이야기가 마쳐지면 모어의 반격이 이어집니다. 이상국가의 부조리함을 지적한 모어는 '유토피아 공화국에는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면 좋겠다고 염원할 만한 요소가 많다고 본다'고 말합니다. 결국 유토피아, 이상사회에 대한 완성된 내용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참고자료로 함께 수록된 플라톤의 [국가론], 캄파넬라의 [태양의 도시],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중 [라쿠르고스], 성경 중 [사도행전] 등 12편의 작품 이야기도 함께 읽으며 이상 국가란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과 함께 비교해보니 무엇이 이상국가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더 명료해지는 기분이 드는데요. 놀랍도록 급진적이지만 세기말 혼란스러웠던 시대상 속에서 비판적인 성찰을 할 수 있게 해줬던 토머스 모어의 지혜로움이 멋지게 빛난 작품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