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주스 사계절 1318 문고 76
마고 래너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사계절 1318 문고 76

 

마고 래너건의 [블랙주스]

 

 

마고 래너건의 작품은 처음이다. 낯설고 신선한 방식의 판타지 소설을 쓴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며 정말 낯설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너무 낯설어 어색했지만 신선한 스토리가 어느새 몰입으로 이끄는 힘을 가짐을 알 수 있었다.


 

[블랙주스]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첫 번째 이야기가 정말 너무나 놀라워 마치 영화를 보듯 그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그것은 바로 '노래하며 누나를 내려보내다'이다.

아름다운 이야기의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잔인하다.

레너건은 이 작품 하나에 많은 상을 받았다.

남편을 죽인 죄로 사형을 집행당하는 소녀를 바라보는 가족의 이야기가 너무 잔인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어 그 묘한 대비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타르 늪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는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마음의 일렁거림을 느끼게 하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며 두려움에 떠는 소녀의 감정을 달래주는 가족의 모습 하나하나가 각인될만큼 선명한 인상으로 남는다.   

눈을 감는 누나, 사라진 누나를 남겨두고 발길을 향하는 가족의 모습 또한 영상처럼 그 잔상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빨간 코의 날]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어려워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니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스토리에 그 잔인함이 더 묻어나 작가의 다양한 집필 스타일에 호불호가 갈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물을 흘리며 마음으로 흐느꼈던 이야기는 [사랑스러운 피핏]이다. 특이하게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코끼리이다. 한번도 코끼리라고 지명되지 않았다. 코끼리의 시각에서 사람을 말하고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코끼리를 향한 인간의 나쁜 태도를 보며 다시 한번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잘못됨을 되돌아본다. 코끼리를 진정으로 위하는 유일한 인간이었던 소년, 피핏을 구하기 위한 코끼리들의 모습에 감동이 잔잔하게 밀려왔다.

 

"두려움을 치워 버리렴. 두려움은 작은 마음이나 사자의 사냥감에게나 어울리니까. 나는 평생 야생이었던 적은 없지만, 우리 피핏이 이 세상에서 지나간 길은 마른 강둑에 뿌려진 물줄기처럼 똑똑하게 보이는구나. 이렇게 많이 사랑한다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단다."

 

감옥에 갇힌 피핏을 그저 느낌으로 찾아 떠난 코끼리들의 모습, 그리고 결국 그를 구해 탈출에 성공하는 모습, 진정으로 그들을 사랑해준 인간에 대한 도리와 의리를 지키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마고 래너건은 작품마다 다른 작가같은 느낌이 든다. 여러 단편이 한 권의 소설책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그 잔인성과 감동, 신선함과 파괴력이 부조화인듯 묘하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나는 그녀의 모든 작품이 다 나의 느낌과 취향에 부합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스타일을 만난 것처럼 신선했던 시간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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