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기로 했다
앤드루 포스소펠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다. 걷다가 마주하는 풍경에 매료되어 행복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더 걷게 된다. 여행을 할 때 걷는 것이 많다고 두렵지 않다. 차를 탈 때와 걸을 때 느끼는 감성이 다르기에 나는 주로 걷는 것을 선택한다. 언제까지 나의 걷기는 가능할까?

나이가 들수록 물리적으로 힘들어진다는 말에 나는 더욱 걷기에 몰두한다. 그렇기에 여행도 누구보다 챙기려고 한다. 그런 나에게 제목만으로도 매력적인 책 [나는 걷기로 했다]를 읽는다는 것은 매우 기분좋은 일이었다.

 

 

스물세 살의 그는 '듣기 위해 걷는 것'을 선택했다. 젊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1년이라는 시간을 걷는데 할애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정서상 더욱 그렇다. 내 아이가, 내 주변의 누군가가 듣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걷는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낸 그는 어찌보면 1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고 많은 것을 수확한 셈이다. 영혼의 모험이자 육체의 도전인 걷기를 통해 그는 수많은 상황에 노출되었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외로움과 충만함을 교차하며 느꼈다. 지독히도 극단적인 두 감정 사이를 매순간 다르게 맞이했으니 그의 내면은 누구보다 단단해졌을 것이다.

그는 결국 걷기를 통해 그의 진로까지 결정되었다. 현재 '걷기와 듣기'라는 워크숍을 운영하며 작가이자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는 그가 참 멋져 보였다.

추위와 배고픔, 무서움과 외로움, 아픔과 걱정이 동반되는 걷기는 어찌보면 모든 순간을 예측할 수 없고 기약할 수 없는 무지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한 시간 후의 일조차도 확실해야 하고 불투명한 것을 못 견뎌하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걷기의 시간은 소유하기 싫은 것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누군지도 모르는 낯선 이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환대하고 도움을 주고 심지어 헤어질 때 '사랑한다'는 말로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라면 낯선 이가 내미는 손을 덥석 잡을 수 있을까?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해줄 수 있었을까?

'나는 정보와 경험이 필요했고 인생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종의 방향타가 필요했다' 그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듣기 위해 걷는 중'이라는 알림판을 배낭에 메고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23살이라는 나이는 아직 너무 어리다. 그는 '누구나 나의 스승이 될 수 있었고 그것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고 고백한다. 성인기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여겼던 걷기를 통해 그는 사람들에게 '23살의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를 물었다. 당신이라면 이 질문에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머리 속에서 23살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그때 한참 대학에서 마지막 학년을 보내며 취업에 대한 고민과 졸업에 대한 두려움, 진로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나는 어떤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대단한 친절을 베풀기도 했고, 또는 외면하기도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그들의 말들이 있다. "나는 당신이 무척 자랑스러워요", "매일 아침 당신을 위해 기도할께요", "사랑해요" 이런 말들을 떠올릴 때면 괜시리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익명의 존재로 걷는 동안 외로움에 몸서리를 쳤고, 바보짓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무너져 내리기를 여러 번 했던 앤드루였다.

"즐겨, 그러면 변화가 일어날 거야. 펜실베이니아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가는 동안 배울 게 많을 거야. 넌 교육도 받고 학위도 있지만, 여전히 배울 게 많을 거야"

"나는 나와 함께한 그들을, 6,400km를 걷는 동안 만난 그들을, 당황스러울 만큼 위대한 그들의 복잡성을, 그들의 아름다움을,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이전에는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다시는 못 볼 그들의 독특함을 느꼈다..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들이 베푼 친절과 아무런 대가 없이 들려준 삶의 이야기를 만났다"

마지막 날, 걷기로 약속했던 1년이 된 그날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과의 재회는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걷는 소년이었던 그는 '우리를 위해 걷는 남자'가 되었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함께 걷고 있고 남은 나날 동안 계속 함께 걸어갈 것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누구나 겪는 멘붕같은 현실에 대한 막막함, 그것은 어른이 되는 관문이 될 수도 있겠고, 나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일 수도 있다. 자아를 찾고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걷기를 택했던 앤드로처럼 우리 역시 우리 자신에게 맞는 그 무언가로 나 자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 되던 간에 나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