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여름 한정 특별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참 해보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많은 소녀였다. 꿈을 적는 란에 하나만 적을 수 없어 늘 고민했던 무수히 많은 시간들, 내가 되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들 중에서 그중 최고는 무엇일까? 고민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다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나 적는 그 칸에 나는 고르고 골라서 4~5개의 꿈을 적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간극은 소녀였던 내가 기대하고 만들어가기엔 너무나 컸다. 그렇게 소녀가 마음에 품었던 여러 꿈과 직업이 하나 둘 사라졌다. 이젠 그 자리에 나이라는 장애물이 들어왔다. 꿈들로 가득찼던 그 공간에 장애물 경기의 높고 커다란 허들처럼 느껴지는 나이가 나를 가로막고 못하게 하고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삶 속 구비 구비 나이에 얽매여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한발자국 나아가다가도 '내 나이에 무슨' 하며 누가 볼까 얼른 발을 빼곤 했던 나에게 어느날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미국 할머니인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그녀가 꿈꾸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계속 그려 100세에 국민화가로 인정받게 되었고 101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모지스 할머니는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그림을 그리며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까지 1,600여 점의 그림을 그리셨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내 꿈 중 하나였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나는 모지스 할머니에 비하면 빨리 꿈을 위한 무언가를 시작한 셈이다. 나이 핑게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개방적인 미국사회여서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른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모지스 할머니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컸다. 나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 동무들은 모두 모지스 할머니를 생각하며 힘을 냈다. 갈길이 멀지만 모지스 할머니가 주는 교훈과 삶에 대한 자세를 보며 배울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모지스 할머니의 팬이 되어 매 주 만나 그림을 그리며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오서재에서 나온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림이 참 많이 수록되어 있어 더욱 맘에 든다. 따뜻하고 사람냄새 나며 정겨운 삶이 담겨 있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평안과 위로를 안겨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지스 할머니의 어눌한 듯 아마추어적인 그림이 주는 힘을 사랑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자 마자 모지스 할머니의 인생철학이 담긴 글귀를 마주하게 된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하루 하루를 새롭고 즐겁게 살다 간 모지스 할머니의 가족과 인생과 주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사는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녀는 사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삶은 그녀에게 그림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76세에 그녀는 붓을 잡으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나 역시 젊은 시절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삶은 그 시기마다 허락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맞아 떨어진다면 행복일 것이고, 다르다면 아쉬움이 될 것이다. '너무 늦었어'라는 말을 쏘옥 들어가게 해주는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을 보며 오늘도 권태로움을 극복한다. 주저앉고 싶은 안일한 마음을 보듬는다. 포기하고 싶은 열등감을 걷어낸다. 자연과 사람,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녀의 그림을 보며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임을 느껴본다.끝까지 내 인생을 사랑하자, 그러기 위해 오늘의 발자국을 떼는 것이다. 나는 가끔씩 외롭고 힘에 부칠 때마다 모지스 할머니를 떠올려 본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 힘이 나곤 했다. 매일이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지만 또 그 매일이 가장 좋은 때의 순간임을 잊지 말자.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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